‘상신브레이크’ 김진섭 총경리 “지역 기업, 현대車에서 벗어나는 것 두려워 해…가성비 낼 수 있는 기술력 갖춰야”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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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07   |  발행일 2017-11-07 제5면   |  수정 2017-11-07
‘상신브레이크’ 김진섭 총경리 “지역 기업, 현대車에서 벗어나는 것 두려워 해…가성비 낼 수 있는 기술력 갖춰야”
상신브레이크 중국 우시 법인의 김진섭 총경리(CEO)가 현대차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중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게 문제입니다.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도전하지 않는다면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긴 힘들다고 봅니다.”

상신브레이크 중국 현지 사업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상신브레이크 장쑤성 우시(無錫) 법인의 김진섭 총경리(CEO)의 일성이다. 대구 달성군에 본사가 위치한 상신브레이크는 승용차용 브레이크패드와 브레이크슈 등의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상신브레이크는 지난 1분기 매출액 946억원, 영업이익 98억원을 기록했다. 상신이 상장 이후 1분기에 영업이익률 10%를 찍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여기엔 우시 법인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국내 증권가의 중론이다. 이 때문인지 지난달 20일 중국 우시 현지 법인에서 만난 김 총경리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쳤다.

김 총경리는 “지금까지 지역 자동차부품 기업들 대부분이 현대차에 의존해서 성장해 왔다. 이 때문인지 현대차로부터 벗어나는 걸 두려워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구시 상하이사무소를 통해 중국 현지에 진출한 지역 기업들로부터 중국 시장 공략 방안과 애로 사항 등을 들어보려고 했지만 대부분 현대차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는 “중국이란 거대한 시장에서 성장하겠다는 꿈이 있다면 현지 중국 기업들과 직접 거래를 해야 한다”며 “반드시 최고의 기술일 필요는 없다. 중국이 원하는 기술을 낮은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서울 동대문시장의 가격으로 최대의 가성비를 낼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경리에 따르면 상신브레이크는 2008년 현대차의 OEM(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방식) 수준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가격을 대폭 낮춘 시판용 제품으로 중국 현지 기업들과 직접 거래를 트는 데 성공했다. 이 덕분에 선점효과를 누린 상신브레이크는 현재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상하이 기차’를 비롯해 14개의 중국 현지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다.

김 총경리는 “우리나라에는 현대 등 5개의 완성차 업체뿐이지만 중국엔 약 150개의 자동차 기업들이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치열한 경쟁에 몰린 중국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뭔지 알아야 한다”며 벽에 걸린 중국 전역의 자동차 기업들의 현황판을 가리켰다.

그는 “이를 위해선 주재원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연구·개발(R&D) 인력도 함께 중국에 들어 와야 한다”며 “무엇보다 현대차란 안락한 요람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용기가 지역 기업들에 부족한 것 같다”며 거듭 아쉬움을 표현했다.

김 총경리는 또 예전처럼 인맥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인들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예전의 중국과 지금의 중국은 다르다. 고위 관료들과 술 마시고 뒷돈 줘서 쉽게 돈을 버는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며 “각 지역마다 한국상공회의소에 해당되는 공식 기관이 있다. 이들 기관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중국이 필요로 하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면 공식 루트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일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신브레이크의 중국 내 질주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기술력을 중국 내에서 인정받은 데다 중국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전기자동차 등 신재생에너지 차량에도 브레이크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글·사진=중국 우시에서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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