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 홀로 구치소 나와 무거운 발걸음…질문에 '묵묵부답'

  • 입력 2019-01-24 07:26  |  수정 2019-01-24 07:26  |  발행일 2019-01-24 제1면
구치소 앞 "구속하라" vs "응원합니다" 갈라진 목소리
양승태 구속 소식에 진보단체 집회 "우리가 이겼다" 환호

박병대(62)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24일 두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구속수감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을 뒤로하고 홀로 구치소를 나와 귀가했다.


 이날 오전 2시 50분께 서울구치소 정문을 나온 박 전 대법관은 두 번째 영장 기각의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게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대기 중이던 차에 탑승했다.


 전날 함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을 알고 있는 듯 자신의 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담담한 표정이었다.


 박 전 대법관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 20분까지 7시간 가까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구치소에서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대기했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종전 영장청구 기각 후의 수사내용까지 고려하더라도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추가된 피의사실 일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다"며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이날 박 전 대법관의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으로 일하면서 청와대·외교부와 징용소송 '재판거래'에 가담하고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과 옛 통진당 관련 행정소송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초 박 전 대법관의 첫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 등의 이유를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구속영장 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는 동안 구치소 바깥에선 두 사람의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와 반대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전날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진보·보수단체 집회가 양분된 풍경이 구치소 앞까지 이어진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 참가자들은 23일 오후 7~8시부터 속속 모여들어 "양승태를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여기에 태극기를 든 구속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양승태 대법원장님 응원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외치는 구호가 뒤섞였다.


 새벽 2시께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구속 촉구 집회 참가자들은 환호했다. "우리가 이겼다",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얼싸안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 백창훈(56) 씨는 "대한민국의 사법 조직이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양 전 대법원장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것은 엄청나게 큰 죄"라며 "구속 소식을 들으니 가슴이 뻥 뚫린다"고 했다.


 구속 촉구 집회 참가자 일부는 실망해서 발걸음을 돌리고, 일부는 박 전 대법관이 구치소를 빠져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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