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여성가족재단, '대구 방문판매 여성' 책 발간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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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3   |  발행일 2020-01-14 제24면   |  수정 2020-01-14
발간물
대구여성가족재단이 최근 발간한 '대구 방문판매 여성' 대구여성가족재단 제공

보험·건어물·화장품 등 '방문판매'에 종사했던 대구 여성의 희로애락을 담은 책이 나왔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대구 여성들의 삶을 기록한 책 대구여성생애구술사 '대구 방문판매 여성'을 최근 발간했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2014년부터 기록 및 자료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대구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대구여성생애구술사'를 매년 펴내고 있다. 2014년 '섬유'를 시작으로, 2015년 '시장', 2016년 '의료', 2017년 '예술', 2018년 '패션·미용', 2019년 '방문판매'에 오래 종사했던 여성들을 찾아 대구의 역사와 여성의 삶이 교차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올해 발간한 '대구 방문판매 여성'에는 방문판매에 종사해온 여성 6명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강복순(86·보험), 공순규(85·양말, 의류, 건어물), 김옥순(92·수입화장품, 수입옷감), 박백합자(81·화장품), 석명분(78·화장품), 정태극(69·야쿠르트)씨가 주인공이다.

공순규
양말·의류·건어물을 방문 판매한 공순규 할머니. 대구여성가족재단 제공


공순규 할머니는 1979년 양말로 장사를 시작한 뒤 여름에는 기차를 타고 부산, 마산, 충무 등 양말 공장이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양말을 판매했다. 추석을 기점으로는 겨울 니트 의류가 생산되지 않는 전라도 지역을 다니며 3개월 가량 겨울 의류를 판매했고, 설을 쇠고 나면 건어물을 트럭에 싣고 안동, 영주, 풍기 태백 등지로 다니며 팔았다. 추석과 설을 기점으로 품목을 바꾸어가며 물류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물건을 전국을 다니며 판매했던 셈이다.

박백합자
화장품을 방문판매한 박백합자 할머니. 대구여성가족재단 제공

일본에서 태어난 박백합자 할머니는 1979년 처음 화장품 방문판매를 시작해 1992년 교통사고가 나면서 그만두게 됐다. 집집마다 가방 가득 화장품을 들고 방문하면서 도둑 누명을 쓴 적도 있었고, 화장품값을 치르지 않고 갑자기 이사를 해버린 고객을 온갖 방법으로 찾아내 '형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김옥순
수입 화장품과 수입 옷감을 방문판매한 고(故) 박동준 패션디자이너의 어머니인 김옥순 할머니. 대구여성가족재단 제공

고(故) 박동준 패션디자이너의 어머니인 김옥순 할머니의 이야기도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1962년 수입 화장품 판매를 시작했던 김 할머니는 1963년 수입 옷감으로 그 영역을 확장했고, 이후 물건값을 대신해 양장점을 인수해 운영했다.

이와 함께 보험상품을 방문판매했던 강복순 할머니, 화장품 방문판매와 레코드 도매업을 했던 석명분 할머니, 야쿠르트를 판매한 정태극 할머니의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 취업이 어렵던 시절에 방문판매 종사자의 대부분은 여성이었고 특히 40~50대 기혼 여성이었다는 점에서 방문판매 직업군은 한국 유통사뿐만 아니라 여성 직업의 역사에서 특이한 위상을 점한다"면서 "이번 여섯 분의 방문판매 여성 생애 기록은 대구 역사의 한 자락이자 우리 살아온 역사의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대구 방문판매 여성'은 비매품으로, 책에 관한 문의는 전화(053-219-9976) 또는 이메일(bird@dwff.or.kr)로 하면 된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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