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규 기자의 '지구촌 산책' .9] 중국 황산..."기암·기송이 빚은 절경…예술적 영감이 절로 솟구치네"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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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30   |  발행일 2021-08-30 제22면   |  수정 2021-08-3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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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의 최고봉(1864m)인 연화봉(왼쪽)과 옥병봉.

중국의 유명 산들을 가보기 전에는 중국의 산수화를 보았을 때 그림 속 산수 풍경일 뿐이겠지 생각했다. 실제 모습을 그린 실경산수화가 아니라 멋진 그림을 그리기 위해 상상으로 만들어낸 것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후로 직접 중국의 산수를 몇 번 경험하게 되면서 그런 그림 속의 산수가 실제 모습을 그린 것이겠다는 생각으로 변하게 되었다. 멋진 산수화보다 더 멋진 실제 산수도 많았다.

중국의 그런 유명 산들 중 가장 대표적인 산이 황산(1천864m)이다. 서양 사람들도 이 황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나서는 동양의 산수화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황산에 올라 본 적이 있다. 2008년 9월의 일이다. 산 위 호텔에서 1박을 했었다.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임은 물론이다.

둘레 250㎞의 설악산 3배 규모
24개 협곡중 서해대협곡 '최고'
연간 200일 자욱한 雲海에 감탄
꿈속에서나 볼만한 환상적 경치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 지정
세계 3대 트레킹코스 뽑히기도


◆황산을 보고 나면 오악은 안 봐도 된다

황산(黃山)은 안후이(安徽)성 중부에 있다. 남북 40㎞, 동서 30㎞에 이르는 큰 산이다. 둘레는 250㎞. 우리나라 설악산의 3배 정도 된다고 한다. 황산은 운무로 덮인 날이 많은 까닭에 동서남북 구역을 나눠 바다에 비유하여 명명하고 있다. 중앙이 천해(天海)이고, 동서남북을 동해(東海), 서해(西海), 전해(前海), 북해(北海)로 표현하고 있다.

황산은 최고봉인 연화봉(蓮花峰)을 중심으로, 해발 1천m가 넘는 봉우리들이 72개나 된다. 산봉우리는 대부분 화강암이다. 그리고 2개의 호수, 3개의 폭포, 24개의 계곡, 암벽의 소나무 등이 운무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빚어낸다.

황산 일대의 지질은 고생대의 편마암·사암·점판암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약 1억 년 전에 형성되었다. 바위는 수직 방향의 절리가 발달하여 깎아지른 절벽이나 기암괴석을 이룬다. 그리고 해발 800m 이상의 고지대에 자라는 잎이 굵고 짧은 소나무와 함께 한 폭의 산수화처럼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 낸다. 황산의 독특한 절경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운해(雲海)는 연간 200일 동안 자욱하게 끼어 있는데 대표적인 풍경으로 유명하다.

기암(奇巖), 기송(奇松), 운해(雲海), 온천(溫泉), 동설(冬雪)을 황산 5대 절경으로 꼽는다. 많은 화가와 시인들은 시대를 초월하여 이곳에 몰려들어 절경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

명나라 지리학자 서하객(徐霞客)은 평생 동안 중국 천하를 다녀본 후 '오악(五岳: 泰山, 華山, 衡山, 恒山, 嵩山)을 보고 나면 다른 산들은 보지 않아도 되고, 황산을 보고 나면 오악은 보러 가지 않아도 된다'라고 칭송했다. 황산은 네팔의 안나푸르나, 뉴질랜드의 밀퍼드 트랙 등과 함께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꼽히기도 한다. 황산은 1990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으로 지정됐다.

황산은 맑은 날이 1년에 60일~90일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황산에서 운해를 보려면 일출을 못 보고, 일출을 보려면 운해를 보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운해도 멋지고 일출도 장관이지만, 하루 이틀 있으면서 둘 다 경험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황산에 오른 날은 맑은 날이었다. 그래서 운해는 보지 못했지만, 일출을 비롯해 기암와 기송을 비롯한 황산의 아름다운 절경을 실컷 누릴 수 있었다. 특히 황산 위에 누워서 바라본 밤하늘의 수많은 별과 은하수 모습은 그동안 본 것 중 최고의 밤하늘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에 맑고 밝게 빛나는 별들이 쏟아져 내리는 듯했다.

그리고 황산에 대해 '봉우리 없는 산이 없고, 봉우리마다 바위 아닌 것이 없고, 바위마다 소나무 없는 곳이 없고, 소나무마다 기이한 모습 아닌 것이 없다(無山不峰 無峰不石 無石不松 無松不奇)'라며 자랑하는데, 이 표현이 과장 아님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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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의 최고 절경을 자랑하는 서해대협곡 위쪽 부분. 이 아래로 대협곡이 펼쳐진다. 사진으로는 현장에서 보며 느낀 장쾌한 풍광을 제대로 담을 수 없었다.

◆황산의 하이라이트 서해대협곡

황산은 절경이 즐비한데, 그중에서도 서해협곡의 풍광은 최고다. 황산의 가장 깊은 곳이 자리한 서해협곡은 황산의 24개 협곡 중 규모가 가장 커서 서해대협곡으로 불린다. 가장 멋진 장관을 보여주는 협곡임은 물론이다. 그 풍광이 너무나 좋아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환상적인 경치라는 의미의 '몽환경구(夢幻景區)', 귀신도 홀리는 신비로운 풍경이라는 뜻의 '마환경구(魔幻景區)'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있다.

서해대협곡은 협곡의 규모가 엄청나다. 그렇지만 웅장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협곡 안이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처럼 단순하고 황량한 절벽의 풍경이 아니다. 웅장함과 함께 화려함·아름다움을 갖춘 풍경이다. 금강산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산봉우리들이 협곡 양쪽으로 둘러쳐져 있다고 생각하면 비슷할까.

서해대협곡은 대부분 운해로 가득한 풍경인데, 협곡을 찾은 날은 맑은 날이었다. 협곡의 운해가 선사하는 풍광을 누릴 수는 없었지만, 소나무와 기암절벽들이 어우러진, 보는 이를 압도하는 협곡의 절경을 마음껏 둘러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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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있을 수가 없는 이 협곡에도 수만 개의 계단과 잔도로 등산로를 만들어놓아 천천히 오르고 내리며 장관을 누릴 수 있었다. 등산로도 아찔하고 풍경도 아찔했던 시간이었다. 서해대협곡은 계단 등산로와 모노레일을 이용해 그 장관을 즐길 수 있다.

황산에는 서해협곡을 비롯해 곳곳에 계단 등산로가 설치돼 있어 황산의 절경을 누구나 즐길 수 있다. 1979년 7월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이 안후이성 황산시를 방문했다. 문화대혁명으로 실각했다가 복권된 지 2년 만이었다. 덩샤오핑은 5박6일 동안 머물며 황산에도 올랐다. 75세의 고령에도 반바지 차림으로 정상에 오른 덩샤오핑은 하산 후 당 간부들을 모아놓고 "뛰어난 풍광을 가진 황산을 남녀노소 누구나 보고 즐기게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1980년대 초부터 황산 개발이 본격화했다. 등산로 계단도 본격적으로 설치되기 시작했다. 9년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01년에 완공된 계단은 그 수가 14만여 개에 이른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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