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자신만 생각하는 홍준표…위태한 '국힘' 경선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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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3   |  발행일 2021-09-13 제27면   |  수정 2021-09-1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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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논설위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여당인 민주당 대선후보로 굳어지는 양상을 보이면서 이제 관심은 막 출발한 국민의힘 경선 레이스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공직자범죄수사처와 대검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라는 돌출 변수가 터지면서 경선 레이스 초입의 긴장감을 더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출범한 공수처와 대검찰청이 제1야당의 가장 유력한 후보(윤석열 전 검찰총장)를 입건한 것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다만 검찰은 선거를 앞두고는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하던 수사도 선거 뒤로 미루는 것이 관행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는 미심쩍다. 대선을 불과 6개월 앞두고 그것도 여권 성향의 시민단체가 고발장을 접수한 지 사흘 만에 전격 수사에 나섰는데 모종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애초 공익신고자를 자처하며 인터넷매체에 '고발 사주' 의혹을 제보한 조성은씨가 언론과 접촉하기 직전에 박지원 국정원장을 만난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1988년생인 조씨는 짧은 정치 경력 동안 여야를 넘나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조작 전력 등으로 여러 가지 구설수를 낳기도 했다. 그런 조씨가 정치권에서 가장 노회한 정치인으로 여겨지는 정보기관의 수장인 박 원장과도 막역한 사이라고 하니 야권과 윤 전 총장 측에서 '음음한 정치공작 냄새가 난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일단은 공수처와 대검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만큼 결과를 기다려볼 필요가 있겠다. 한데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이번 건이 윤석열 후보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윤 후보 자신이 최고 법률 전문가인 만큼 이런 부분에서 실수하거나 밀릴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검찰 수사독립을 위해 힘겹게 싸우던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을 반추시키면서 지지층을 재결집하는 계기를 만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부인·장모 문제 등으로 이탈한 중도층이 '윤 후보를 지켜야 한다'며 되돌아설 수도 있다.

그런데 윤 전 총장 검증과 관련해 그동안 가족 문제만 부각되었으나 이번에 후보 본인이 '불안'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게 된 것은 아픈 대목이다. 그것을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홍준표 후보가 파고들어 한층 드세게 공세를 펴고 있다. 그는 이전에도 민주당 측과 한배를 탄 듯 사사건건 윤석열 후보를 흠집 냈다. 홍 후보에 대한 호남과 여권 지지층에서의 지지율 상승이 괄목상대하게 높은 것은 그 때문이리라. 우선 당내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는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내부총질'은 정권 교체를 바라는 많은 국민을 크게 실망시킨다.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진영 간 첨예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많은 국민은 이미 현 여권이 아마추어적이고 편협된 국정운영으로 나라를 그르쳤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중간진영의 좁은 틈새의 유권자들은 마지막까지 선택을 미룰 것이다. 한 전문가는 "'국힘'은 꼭 민주당 후보(예컨대 이재명)하고 싸울 맞춤형 후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제 살 깎아 먹는 식 경쟁을 벌이는 후보보다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를 자신감 있게 얘기하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부디 앞으로 한층 격해질 국민의힘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더 이상은 소탐대실이 없기를 바란다.
이영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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