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소설 기법의 인물스토리] 래퍼 '탐쓴'(1), 사투리 랩으로 세상을 향해 쏘아대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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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11   |  발행일 2022-02-11 제33면   |  수정 2022-02-1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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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전국구 래퍼로 산다. 그래도 내 일상은 볼품 없다. 대구 남구 대명동 계명대 문화거리에 있는 월 27만원짜리 쪽방 스튜디오에서 보낸다. 교도소 독방 같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탐쓴 버전의 유토피아를 파종하고 있다.

나는 래퍼 '탐쓴(Tomsson·박정빈)'이다. 탐쓴, 영화 '대부'에 등장해 화제가 된 총이다. 세상을 향해 랩을 총처럼 쏘아대고 싶다는 내 열망을 담은 닉네임이다.

랩, 청춘의 심벌이라고도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26세 즈음에 한계가 찾아왔고 문득 '이 바닥을 떠버릴까' 하고 고민을 참 많이 했다. 이제 서른, 아직도 난 래퍼다. 아직 미혼이다. 죽을 때까지 랩만 하다 갈 것 같다. 유명해지고 안 유명해지고에 상관없이 말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 '서태지와 아이들'이란 희대의 뮤지션이 한국음악계의 체 게바라가 된 양 '난 알아요'로 세상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닭장 같은 공교육에 대해 한마디로 '엿 먹어라'를 선언한 것이다. 10~20대는 열광했다.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세상을 하나로 연결하게 해주는 휴대폰을 '유일신'으로 섬기기 시작하는 신인류가 등장한다. 팝은 점점 올드해지고 랩의 시대가 급부상한다. 그 한 가닥이 BTS(방탄소년단)가 아닐까 싶다.

팝은 올드해지고 랩의 시대 급부상
삐딱하고 야수적이면서도 냉철한 삶
닉네임은 영화 '대부'서 화제가 된 총
내 자신이 세상을 바꾸는 마지막 뇌관

볼품없는 일상 속, 전국구 래퍼로 삶
자본주의 이면에 던진 욕설·풍자·조롱
무너진 자들을 위해 최고 위안 안겨줘


부적처럼 지니고 있는 랩은 나의 '신앙'. 랩(Rap)? 이 음조는 도대체 무엇을 겨냥하는가? 말하는 것도 신음하는 것도 외치는 것도 타이르는 것도 주문을 외우는 것도 독백하는 것도 탄식하는 것도 아닌 것, 그게 랩인 것 같다. 모두 '이게 정답'이라고 말할 때 랩은 '바보야 그건 오답'이라고 질러 버린다.

난 엇각으로 세상을 본다. 지구의 축처럼 일상보다 23.5도 정도 기울어져 돈다. 래퍼는 다들 그렇게 삐딱하게 야수적으로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냉철하게 산다. 자신이 세상을 바꾸는 '마지막 뇌관'이라 믿는다.

주위에 래퍼가 정말 많아진 것 같은데 막상 평생 이 짓을 하고 살만한 프로 래퍼는 지역에서도 손으로 꼽을 정도다. 괜찮다 싶은 친구들도 어느 순간 휘리릭~ 다른 직종으로 가고 없다. 대구 출신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MC메타, 이센스, 마이노스, 이 세 선배는 아직 현역이니 정말 대단하다.

아슬아슬 전국구 래퍼로 산다. 그래도 내 일상은 볼품없다. 대구 남구 대명동 계명대 문화거리에 있는 월 27만원짜리 쪽방 스튜디오에서 보낸다. 교도소 독방 같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탐쓴 버전의 유토피아를 파종하고 있다.

랩, 그대는 이게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1970~80년대 미국 흑인문화의 정수랄 수 있는 힙합의 4대 장르(랩, 비보이, 디제이, 그라피티) 중 하나다. 댄스와 음악의 경계를 닌자처럼 파고든다. 자신만의 메시지와 비트를 갖고 승자독식의 자본주의의 이면에 칼을 들이밀고 있다. 때론 욕설과 때론 풍자, 때론 조롱…. 무너진 자를 위해 최고의 위안을 안겨주고 있다.

지금 나는 유튜브란 새로운 문명의 이기가 몰고 온 새로운 음악시장의 생존법칙을 매의 눈으로 분석하고 있다. 어느 순간 이 나라의 음악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점차 잠식되어가는 것 같다. 강태공처럼 유유자적, 자신만의 영토를 구축해나가는 무림의 고수 같은 건 점점 더 기대하기 힘들다. 일단 유명 오디션 프로에 명함을 내밀어야 최소한의 인지도가 생긴다. 그래야 밥 벌어 먹고 살수 있으니…. '인지도가 없으면 끝'이란 불안감이 래퍼를 엄습한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오디션 왕국에 머릴 디밀어야 생존할 수 있는 뮤직마켓.

한국 래퍼의 최강 등용문이랄 수 있는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 음악 전문 채널 엠넷에서 2012년부터 매년 방영하는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보통 '쇼미'라는 약어가 자주 사용되고 영어 약칭으로는 'SMTM'이라 한다. 지난해 10월1일부터 시즌10이 방영됐는데 나는 그걸 정독했다.

빈지노, 사이먼도미닉, 이센스, 창모, 박재범 등 과거에 비해 래퍼들의 이름값이 대폭 오르면서 AONG, 하이라이트, 저스트 뮤직, 데이토나 등 힙합 전문 기획사도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된다. 쇼미 때문에 한국 힙합 신의 뿌리를 이루고 있던 클럽 문화가 초토화되는 작용이 우려된다. '힙합 장르의 플랫폼 종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래퍼의 축제가 아니라 방송사의 축제랄 수 있다는 지적도 인정하지만 쇼미로 인해 한국 래퍼의 신지평이 확충된 것도 동시에 인정돼야 한다. 짜잔~, 이 대목에서 한국 래퍼의 신기원이랄 수 있는 대구 출신 MC메타를 소개해야 될 것 같다.

글·사진= 이춘호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소설 기법의 인물스토리] 래퍼 '탐쓴'(2)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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