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X와 SWOT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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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24   |  발행일 2022-02-24 제22면   |  수정 2022-02-24 07:09
기업계 '고객경험'이 트렌드
대선 후보는 미리 체험 불가
이재명, 친문 지지 업지 못해
윤석열, '공정 상식' 구호 퇴색
국가 명운과 대선 함수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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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2022년 기업계 트렌드는 x다. 'x맨'의 x일 리는 없고. 무슨 x? experience의 x다. 즉 경험이다. 그것도 고객경험이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도 x에 꽂혔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삼성은 x에 방점을 찍었다. CES에서 선보인 삼성의 메타버스 '마이 하우스'에선 삼성전자가 만든 18개 제품을 소비자가 체험할 수 있다. 가상공간에서 현실적 체험이라니. "지혜로운 자는 역사에서 배우고 아둔한 자는 경험에서 배운다"는 아포리즘은 가상현실(VR)·혼합현실(XR)의 디지털 세상에선 유효하지 않다.

대선이 종반부에 접어들었지만 여론 나침반은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다. 혼전이다. 아직 표심을 굳히지 않았다는 유권자들이 꽤 많다. 이럴 땐 대선 후보들을 미리 체험할 메타버스가 있으면 좋으련만. 가상공간에서 후보를 체험하는 것보다 확실한 검증은 없지 않겠나. 하지만 어쩌랴. 대선 만큼은 아직 '디지털 x'의 세상이 열리지 않았으니 나름의 검증 노하우를 찾을 수밖에.

SWOT도 대선 후보 판별법 중 하나다.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ies)와 위협(Threats) 요인을 분석하면 후보의 실체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강점은 행정경험과 추진력. '검사만 26년'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경기도지사 재임 땐 전국 시·도지사 평가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했고 공약 이행률도 높다. 하지만 여권 후보임에도 친문의 강력한 지지를 업지 못하고, 정권교체 여론을 잠재울 만큼 지지전선이 넓지도 않다. 과거 민주당을 지지했던 2030의 이탈 역시 뼈아픈 대목이다.

이 후보는 정책 및 경제 이해도가 높은 편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정책 실패가 외려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이재명의 공약은 다들 고만고만하다. 유권자 시선을 확 끌 '파격'이 없다. 흙수저 출신으로 계층 상승을 이루어낸 입지(立志) 이력도 이 후보의 자산이다. 최대 위협 요인이었던 대장동 사업 설계자란 낙인은 김만배-정영학 녹취록 공개로 반전의 여지를 남겼다. 욕설 파일, 전과 4범 딱지, 부인 김혜경씨 갑질과 법인카드 사적 사용 의혹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뇌관이다.

윤석열 후보의 강점은 뭐니뭐니 해도 문재인 정권과 맞선 강골 검사 전력이다. 자연스레 '부정부패 척결' 이미지가 형성됐으니 이건 덤이다. '국민이 불러낸 후보'라는 점도 우군의 확장성을 높일 게 분명하다. 반면, 현실과 동떨어진 실언 반복은 윤 후보의 아킬레스건이다. 무지하거나 시대에 뒤처졌다는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어서다. '본·부·장 의혹'으로 '공정과 상식' 구호가 퇴색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정권교체 민심에 올라타 반문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건 야권 후보만의 기회다. 쏠쏠한 기회가 될 뻔했던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윤 후보의 위협 요인은 무속 논란과 신천지 유착설, 김만배-정영학 녹취록, 부인 김건희씨 주가조작 연루 등이다. 휘발성 강한 사안이라 투표일까지 파장을 예단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는 무능한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이 외교력을 발휘하지 못해 전쟁 위기에 휩싸였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국가 명운과 대선의 함수관계를 방증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어려움을 겪고도 배우지 못하면 하급이 된다"고 했다. 자칫 선택을 잘못하면 본의 아니게 하급 국민이 될 수도 있다. 대선의 한 표가 그래서 중요하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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