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을 기대하며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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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9 07:00  |  수정 2024-04-19 07:03  |  발행일 2024-04-19 제26면
9월 개관 앞둔 대구간송미술관
국보·보물급 유물 전시 예정
대구 미술 스펙트럼 확장 전망
시민과 지역 미술계 기대감 커
시각예술클러스터 조성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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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훈 문화부 차장

지난 7일 대구마라톤에 참가하는 가족들을 대구도시철도 2호선 지하철역까지 자가용으로 태워준 적 있다. 기자 역시 대구마라톤에 참가하고 싶었지만, 갑작스러운 업무 탓에 달리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본격 교통통제 시작 직전이었기에 기자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고 곧바로 업무 준비에 나섰다. 그러다 마라톤 출발장소인 대구스타디움의 모습이 궁금해 TV를 켜보니 대회가 생방송 중이었다. TV화면 속 출발선에 혹여나 가족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주의 깊게 살피던 중 마라톤 생중계는 항공촬영 장면으로 전환됐고 카메라는 대구미술관을 비추고 있었다. 방송은 대구미술관에 대해 '대구 근현대미술의 역사적 가치를 연구하고 재조명…'이라는 내용의 자막을 내보냈고, 대구미술관 동편에 자리한 대구간송미술관의 모습도 카메라 앵글에 잠시 포착됐다.

이 장면을 보자마자 대구간송미술관과 관련한 일들이 뇌리를 스쳤다. 대구간송미술관의 개관이 올해 하반기로 연기된다는 내용의 기사를 지난달 쓴 적 있기 때문이다. 해당 기사를 쓴 이유는 간단했다. 대구간송미술관의 개관을 손꼽아 기다리는 지역 미술 애호가들과 시민들의 궁금증은 커져만 갔고 기자는 이러한 지역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려 했다. 또한 당초 대구간송미술관의 개관 시기인 5월로 오픈 일정을 맞추려면 시범 운영 등 다양한 준비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다.

영남일보의 대구간송미술관 개관 연기 보도가 나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구시도 관련 보도자료를 냈다. 오는 9월 초 대구간송미술관이 문을 열 것이라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여타 문화사업의 지연 사례와 달리 대구간송미술관의 개관 연기는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대구가 자랑하는 근현대미술의 전통에다 고전미술의 영역을 더해 지역 문화예술의 스펙트럼을 넓혀줄 장소로 기대를 모으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구간송미술관이 예정된 개관 일정에 맞춰 무리하게 문을 여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또한 목적 지향적인 대한민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우리나라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야기한 부작용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더욱 더 그렇다.

취재 과정에서 대구간송미술관 측의 진정성도 느낄 수 있었다. 보통 특정 사업의 완료가 연기된다는 내용의 기사는 부정적인 내용으로 점철될 수 있는 것이지만, 대구간송미술관 관계자는 "꼼꼼한 준비를 위한 과정이다. 시민들께서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라는 솔직담백한 답변으로 일관해 오히려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대구시가 발표한 개관 연기 이유에는 더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개관전 전시 유물들이 국보·보물급 유물인 데다 습기에 취약한 지류유물(紙類遺物)이 다수를 차지하는 관계로 철저한 사전점검에 나설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대구간송미술관에 대한 시민과 지역 미술계의 기대감이 크다. 대구미술관과 인접한 대구간송미술관이 문을 열 경우 대구는 근현대와 고전을 아우르는 시각예술 클러스터 조성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되기 때문이다. 내년 대구마라톤 TV생중계에서는 대구미술관과 더불어 대구간송미술관에 대한 소개 설명을 함께 들을 수 있었으면 한다.임훈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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