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로 어디에 살고 있을까

  • 입력 2008-08-22   |  발행일 2008-08-22 제35면   |  수정 2008-08-22
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로 어디에 살고 있을까

2만2천822명.

대구에 사는 외국인 숫자다. 지난해에 비해 2천91명, 무려 10.1%나 증가한 대구 거주 외국인은 매월 평균 174명씩 늘고 있는 추세다. 공단지역인 달서구 7천741명(33.9%)를 선두로 북구 4천434명(19.4%), 달성군 2천830명(12.4%) 등 8개 구·군에 골고루 분포돼 있는 상황. 현재 대구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0.92%를 차지하는 이들 외국인은 과연 어디에서 어떻게 집단을 이루며 살아갈까. 지자체 관계자의 설명과 현장취재를 통해 궁금증을 풀어봤다.

# 수성구 신매·지산동 '20∼30대 미혼'외국어 학원 강사촌 형성

수성학군 영향…뉴질랜드·미국·캐나다·호주 사람 많아…일대 카페도 서양식

지난 19일 오후 6시 대구시 수성구 신매동 신매3길. 지하철2호선 신매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이곳은 원룸 밀집지역이다. 100여채의 원룸·빌라가 좁은 간격으로 들어선 이곳에는 20~30대 미혼 외국인 강사들이 주로 거주한다.

이 일대에서 2년째 임대업을 하고 있는 김도현씨(49)는 "한 건물마다 1명, 많게는 2~3명씩 외국인이 세들어 산다"며 "이들 가운데 80% 이상이 주변 외국어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매 3길에 외국인 학원강사촌이 형성된 것이다. 수성구청 자치행정지원과 관계자는 "수성구 지역 경우 전체 외국인의 30% 이상이 뉴질랜드·미국·캐나다·호주 등 서양인"이라며 "대부분 고산동에서 범어·황금동까지 형성된 외국어 학원을 직장으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대학진학률에다 명문 외국어학원들이 밀집한 수성구는 원어민강사 수요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기 때문. 실제 이 일대에는 외국인 고객을 겨냥한 카페나 상점들이 10여곳 줄지어 들어서 있었다. 대부분 노천 카페 스타일의 인테리어, 브런치(늦은 아침식사) 메뉴 등 공통점을 보였다. 서양인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전략이다. 카페 샌프란시스코 관계자는 "주로 낮시간대 외국인 손님의 출입이 잦다"며 "주변 원룸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서양식 메뉴 개발에도 신경쓰고 있다"고 전했다. 스티븐 화이트씨(26·호주출신 학원강사)는 "지하철과 가깝고 지산동에 비해 집세가 저렴한 신매동은 외국인들에게 좋은 거주장소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 북구 대현·산격동 인도·네팔 등 동남아시아 외국인 많이 살아

대부분 유학생이나 제조업체 취업 근로자…산격3동엔 인도인 20여명 집단 거주


흰 피부·푸른 눈의 외국인들이 자주 눈에 띄는 수성구. 이에 비해 북구 지역은 까만피부와 검은 눈을 지닌 네팔·인도 등 동남아시아 외국인들의 촌락이 형성돼 있다. 대구시 북구 산격3동 한 원룸 빌딩. 밤 9시가 넘어서자 사리(인도 전통복)차림과 터번을 둘러쓴 외국인들이 쉴새없이 드나든다. "학교에서 배운 한국어를 같이 공부하려고 친구집에 가는 길이에요. 일주일에 2번씩 같은 학교 친구 7명이 모여서 같이 공부해요." 이 건물의 현관 입구에서 마주친 시슈람씨(23·인도출신 한국어 유학생)의 말이다. 건물근처의 한 식료품점 상인은 "주로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유학생들로 보이는 남아시아계 외국인들이 들락거린다"고 귀띔했다.

북구청에 따르면 대구지역 중 인도인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산격3동. 모두 20여명의 인도인들이 집단을 형성해 살고 있다. 대부분 국어 연수 및 학위 취득을 목표로 거주하고 있었는데, 네팔 및 파키스탄인의 경우 인근 제조업 공장에 취업해 있다.

북구 대현1동 일대에도 방글라데시·인도 ·파키스탄 등의 젊은이들이 유학을 목적으로 거주하는 비율이 높았다. 높은 담장이 줄지어 늘어선 전형적인 주택가 지역인 대현1동에는 8가구의 인도인들이 모여 살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왔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부분 대우와 근무조건이 나은 한국에 취업하는 것.

# 달서구 신당동·달성군 논공읍 이주노동자 7천∼8천여명 거주

미등록 근로자 합치면 1만여명 추산…이곡동엔 외국인 겨냥 원룸촌도 형성

외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달서구. 이곳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만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대구시에 따르면 거주 외국인 중 8천955명(39.3%)이 취업을 목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미등록 근로자를 더하면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데 이들 중 70% 이상이 달서구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원룸, 기숙사, 축산 농가 등에 집단 거주하고 있었다.

지난달 31일 기준, 달서구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약 7천명. 이 가운데 제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는 무려 2천76명, 남자 1천843명, 여성 233명으로 남성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달서구는 2천225명이 거주하는 신당동을 선두로 월성2동 1천8명, 장기동 461명, 이곡2동 424명 등으로 높은 외국인 거주율을 보였다. 달서구에는 성서산업단지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외국인 결혼이민여성 등이 주를 이루는데, 이들을 위한 제반시설도 구축되고 있는 상황. '다문화가정' 연구학교도 생겼다. 달서구 상인동 월곡초등학교에는 현재 외국인 근로자 가정과 새터민 가정의 학생이 13명에 이른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원룸 밀집지역인 달서구 이곡동. 이곳은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과 인접해 있어 외국인을 위한 휴게시설 6개소가 형성돼 있다. 달서구 이곡동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이 일대에 외국인 근로자들을 겨냥해 소규모 원룸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23㎡(7평) 남짓한 원룸에 4~5명의 근로자들이 함께 생활한다"며 "대부분 가구나 전자제품을 구비하지 않은 채 숙식만 해결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지자체에서도 외국인들이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돕고 있다.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이곡1동 주민센터는 생활쓰레기 배출요령을 영어, 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배포하고 있는 상황.

공단지역인 달성군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모두 2천431명. 이중 1천210명이 논공읍에 거주하고 있다. 취업이나 산업연수 등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이곳 외국인 근로자들 중 90%이상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성서공단 이주노동자들이 밀집된 달서구 신당동, 이곡동 등은 대구 거주 외국인의 3분의 1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이곡동과 신당동 원룸 근처에는 외국인 상점도 형성돼 있다.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종교·문화·음식 관련 숍들이 자연스럽게 그들의 거주지 인근에 형성된 것. 해당구청은 외국인 근로자와 연계한 특화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각 동에 분산돼 있는 외국인 상점을 한 곳에 모아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것.

달서구청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와 지역주민들과의 융화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외국인 근로자 집단 거주지역이 서울의 이태원처럼 새로운 외국인 문화지역으로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로 어디에 살고 있을까
외국인 강사들이 촌락을 형성한 신매3길 원룸촌.
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로 어디에 살고 있을까
신매동 일대에 거주하는 외국인 고객을 겨냥한 상점들은 서양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로 어디에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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