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서재] 우울·파멸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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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6 08:06  |  수정 2024-04-26 08:07  |  발행일 2024-04-26 제14면
"새 인간성 회복 찾아가자" 日 패망 후 공황 빠진 젊은층 열렬한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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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네이버 지식백과 제공>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오랜 기간 많은 청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인간 실격'의 첫 문장이다. 이 소설은 우울과 절망에 빠진 젊은이의 심리를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묘사하고 있는데, 저자인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1909년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7남 4녀 중 열째로 태어났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 쓰시마 집안은 고리대금업을 통해 대부호 가문으로 성장했는데, 이런 집안의 역사는 다자이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였고 그의 작품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학창 시절부터 공산주의의 영향을 받아 도쿄제국대 불어불문과에 입학한 후 좌익 운동에 가담했다. 1930년 연인과 투신자살을 기도했지만 홀로 살아남았다. 1935년 소설 '역행'이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 실패했다.

9788937461033

27세가 되던 해 "유언을 쓰는 마음으로 썼다"는 첫 단편집 '만년(晩年)'을 발표했다. 그는 또다시 아쿠타가와상에 응모했고 발표에 앞서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설국'의 저자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 책을 보내며 다음과 같은 편지를 첨부했다. "부디 저에게 (아쿠타가와상을) 주십시오. 바라는 것은 일절 없습니다. 깊은 경의와 비밀스러운 혈족감이 이와 같은 부탁의 말씀을 드리게 한 것 같습니다. (중략) '만년' 이 한 권만은 부끄럽지 않습니다. 저를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분명 괜찮은 작품일 것입니다."

1945년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 그는 정신적 공황에 빠진 일본 젊은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지금까지의 도덕이나 문학에 반발해 새로운 인간성 회복을 찾아 가자고 주장하는 '무뢰파(無賴派) 문학'의 대표 작가로 불리게 된다. 이 시기에 발표된 '인간 실격'은 '퇴폐와 파멸의 정조'를 기저에 깔고 있는 일본 무뢰파 문학의 대표작이다.

이후 3년 뒤인 1948년 연인과 함께 또다시 투신자살을 기도했고 생을 마감했다. 향년 38세. 유서엔 "소설을 쓰는 것이 싫어졌기 때문에 죽습니다"라고 썼다. 조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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