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패스트푸드점 ‘반갑지 않은 밤손님’

  • 최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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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2-04 07:42  |  수정 2013-02-04 08:05  |  발행일 2013-02-04 제6면
콜라 컵 한개 올려두고 쪽잠…
추위 피해 모여든 노숙인, 버린 컵 들고와 리필 요구
손님에게 구걸하는 경우도

24시간 영업하는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숍에 노숙인들이 몰리고 있다. 추위를 피해 밤을 지새우는 노숙자들이 늘면서 매장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지난 3일 오전 2시쯤 대구시 중구 2·28중앙기념공원 인근 패스트푸드점 2층. 매장 구석에서 노숙인 4명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음악소리가 시끄러웠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테이블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박모씨(42)는 “일주일에 서너 번은 이곳에 온다. 그냥 있으면 쫓겨나니 1천원짜리 아이스크림 하나를 주문하고 밤을 보낸다”고 말했다.

일반 손님은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김모씨(23)는 “처음에 모르고 노숙인 옆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냄새가 너무 심해 멀찍이 떨어진 자리로 옮겼다. 불쌍한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불쾌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숙인 밀집 지역인 역세권에 있는 패스트푸드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비슷한 시각 동대구역 인근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에선 50대 여성 노숙인이 구석의 한 테이블에 앉아 뭔가 열심히 적고 있었다.

이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생은 “저 사람은 거의 매일 온다. 항상 500원짜리 아이스크림 하나를 주문하고 몇 시간 동안 앉아 있다 가곤 한다”며 “스스로 문학가라며 조용히 시와 소설만 쓰다 가겠다고 말해 가만히 놔둔다”고 귀띔했다.

2·28중앙기념공원 인근에선 휴지통이나 벤치에 버려진 패스트푸드점의 컵을 줍는 노숙인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매장 테이블에 컵을 올려 놓고 손님으로 가장하기 위해서다.

한 패스트푸드점의 매니저 정모씨(26)는 “새벽마다 한 무리의 노숙인이 찾아와 콜라 컵 한 개만 테이블에 올려두고 잠을 잔다. 심지어 다른 사람이 버린 컵을 들고 와서는 리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소란을 피울 경우 경찰서에 신고를 하지만 조용히 잠만 자기 때문에 법적으로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정씨는 “손님에게 구걸하는 노숙인도 있었다. 매장 밖으로 내모는 과정에서 직원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노숙인도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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