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100여개 점포 북적거렸던 대구 중구 통신골목 쇠락의 길로…

  • 정재훈,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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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5-14 07:53  |  수정 2013-05-14 09:59  |  발행일 2013-05-14 제3면
곳곳 빈 점포…“동성로 이미지 타격 우려”
보조금 경쟁·높은 임대료
30여개 매장 근근이 버텨
거리행사 등 활성화 절실
20130514
대구를 대표하던 골목 중 하나인 중구 통신골목 곳곳에 임대간판이 내걸리고 있다. 빈 점포에는 옷가게와 식당 등이 들어서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12일 오후 7시, 대구시 중구 휴대폰 판매점 밀집 지역인 ‘통신골목’은 주말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한산해 보였다. 유동인구는 많았지만 이동을 위해 골목을 지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며, 전처럼 호객 행위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손님이 가장 많아 보이는 대리점도 5명 정도였다.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휴대폰 판매점 사이사이에 붙어있는 ‘임대’ 문구였고, 아예 불이 켜지지 않은 텅 빈 상가도 적지 않았다.

대구를 대표하던 골목 중 하나인 통신골목이 그늘지고 있다. 거리 곳곳에 임대간판이 내걸리고 빈 점포에는 옷가게와 식당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1990년대에 형성된 통신골목은 2010년까지만 해도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2011년 하반기에 LTE가 출시되면서,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통신골목에서 다수의 매장을 운영 중인 임모씨(49)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13.2㎡(4평) 채 안 되는 곳에도 매장이 있었다. 책상 하나만 있는 곳에서도 장사가 잘 됐다”며 “가장 많을 때는 동성로 전체에 대리점이 100여개는 됐다. 하지만 지금은 매장이 30개 정도로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 LTE가 새로 깔리면서 다시 호황이 올 것이라 예상해 잠시 신규 매장이 개설되기도 했지만, 그들도 통신사의 지원을 받아 들어온 것이다. 계속된 지원이 없다면 얼마 못 버틸 것”이라며 “내년에 매장을 대부분 정리하려 한다. 여기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통신골목이 쇠락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임대료 탓이다. 봉산동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김모 대표는 “건물주들이 너무 임대료를 올렸다. 경제 상황 변화에 대응을 못 한 것이 크다”며 “지난해부터 임대료를 10%가량 낮췄지만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계속 임대료가 낮아지고 있지만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 업종 변경도 잘 안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골목 이외에도 칠곡3지구 등에 대리점 밀집지역이 생긴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통신골목이 밀집한 중구를 제외하고는 최근 3년 동안 통신기기 판매업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대구시 통신기기 소매업은 1천154개로 2010년 1천466개, 2011년 1천625개로 꾸준히 증가했으나, 중구만 2010년 190개에서 2011년 178개로 줄었다.

정부의 다양한 규제도 한몫했다. 3사의 순차적인 영업정지와 잇단 보조금 규제로 통신 시장이 얼어붙은 것이다. 지난 8일 미래창조과학부는 27만원 이상 불법보조금에 대해 기존의 이통사뿐만 아니라 대리점이나 판매점, 제조업체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단말기 보조금으로 선전하는 행위 등을 할 경우 정부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실제 보조금 투입은 통신사 본사 차원에서 진행되지만 대리점까지 제재가 확대되면서 판매점까지 피해를 입는 것이다.

통신사와 제조사들도 통신골목에서 진행하던 행사를 자체 유통채널로 돌리는 등 통신골목에서 열리던 행사도 없어지고 있다. KT의 한 관계자는 “워낙 휴대폰 판매 채널이 다양해졌지 않나. 각 대리점을 지원할 수는 있으나 통신골목을 위해 행사를 열기에는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통신골목은 지역의 대표 상권인 동성로 입구임에도 불구하고 빈 점포가 많아 동성로 전체의 이미지 타격도 우려되고 있다. 임씨와 공인중개사 등에 따르면 80% 이상의 대리점이 매장을 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들의 설명대로라면 내년에는 통신업체를 거의 보기 힘든 상황으로, 최악의 경우 골목이 빈 점포들로 구성될 수도 있는 것이다.

상인들은 지자체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판매원 김모씨(28)는 “통신골목을 다니는 사람이 줄고 있다. 주말마다 행사라도 여는 등 사람이 많은 활기찬 골목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구청 경제과의 관계자는 “통신골목에 빈 상점이 늘어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도심의 주요 거리인 만큼 지원방법이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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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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