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도시 대구의 명과 암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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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2-28   |  발행일 2013-12-28 제2면   |  수정 2013-12-28
꿈나무 없는 육상 요람…육성 위한 중장기계획 서둘러야
市-육상계 소통해 육상아카데미 활용방안 강구를
육상도시 대구의 명과 암
대구가 진정한 육상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수 저변 확대와 꿈나무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5월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제42회 전국소년체전 육상 남중부 3천m에 출전한 선수들이 힘차게 트랙을 돌고 있다. <영남일보 DB>


대구는 세계적인 육상도시를 표방하며 각종 세계대회를 유치해 한국 육상의 진흥을 위한 새로운 장을 열였다. 특히 2011년에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국제육상도시로 인정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시가 진정한 국제육상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선 보완해야 할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시설 인프라 확충과 대회 유치는 성공적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를 결심한 대구시는 2005년 유치위원회를 발족하고 세계적인 육상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본격적인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선 2001년 하프대회로 시작한 대구마라톤대회를 국제대회 규모로 성장시켰다. 대구국제마라톤대회는 2008년 처음으로 엘리트 부문 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매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올해 대회는 IAAF ‘실버라벨(Silver Label)’을 획득했고, 내년 대회 역시 실버라벨을 유지하게 됐다.

또한 대구시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운영 노하우를 얻기 위해 2005년부터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를 개최했다. 대구대회는 2012년까지 열렸지만 IAAF 그랑프리 대회로 격상하는 등 한국 육상의 저변 확대에 이바지했다.

대구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이어 2017년 3월 열리는 세계마스터스실내육상경기대회 유치에도 성공했다.

잇단 세계대회 유치로 인해 대구시는 경제적인 효과와 함께 도시 홍보에도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또한 대회를 거듭할수록 대구는 운영 노하우를 쌓았고, 시설면에서도 보완을 거듭해 국제육상도시로서의 면모를 확립했다.

각종 대회 유치와 함께 대구가 얻은 수확은 또 있다. 바로 내년 2월 개관하는 국내 최초의 전천후 실내육상경기장을 갖춘 육상진흥센터다. 육상진흥센터는 대구시가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조건으로 IAAF에 한국육상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약속하며 제시한 공약이었다.

육상진흥센터에는 실내육상경기장 외에도 육상아카데미를 설립해 인재 발굴과 양성, 학교체육 활성화를 통한 저변 확대 등 국내 스포츠의 전반적인 경기력 향상을 도모할 예정이다.

◆육상 소프트웨어는 너무 미흡

국제육상대회를 치를 때마다 한국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당시 한국은 호기롭게 10-10(10개 종목 결승진출자 10명 배출)을 목표로 삼았지만 경보에서 김현섭(20㎞·6위)과 박칠성(40㎞·7위)만이 톱10에 들었다.

신체적 조건이 비교적 육상종목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나,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의 사례에 비교하면 너무나 초라한 실정이다.

대구 육상만을 놓고 보면 사안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 대구를 대표할 만한 국제적인 육상선수는 박재명(남자 창던지기·대구시청) 정도다. 허들 국가대표인 김병준과 2012년 전국체전 100m·200m를 석권한 이재하, 여자 단거리 이선애 등은 아직 기대주에 머물고 있다.

과거 국내 육상의 메카였던 대구는 1981년 광역시 분리와 함께 침체기를 맞았으나 올림픽 이후 90년대 초까지 경북대학교 육상부를 중심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한 높이뛰기의 이진택, 1천500m 한국기록 보유자 김순형, 여자 7종 경기의 한상원 등 걸출한 스타가 대구 육상을 이끌었다. 특히 초등부 단거리에선 독보적인 전국 최강의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대구는 2000년대 이후 또다시 침체기에 빠졌다. 가장 큰 원인은 육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나빠진 탓이다.

현재 대구의 경우 초등부 육상 자원은 적지 않은 편이나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할 수록 육상부의 수가 현격하게 줄어 육상 꿈나무들이 진학을 포기하거나 종목을 바꾸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구가 보완해야 할 점은 꿈나무 육성뿐만이 아니다. 행정기관과 지역 육상계와의 ‘불통’도 개선돼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육상진흥센터 건립이다. 대구시는 육상진흥센터를 설립하면서 단 한 차례도 육상 전문인과 의견을 조율한 적이 없다. 이로 인해 육상진흥센터는 지난 6월 웜업장도 없이 완공돼 국제대회를 치를 수 없는 반쪽짜리 경기장으로 전락했다.

유소년 육성 문제도 결국 행정기관과 대구육상연맹, 지역대학 등의 소통이 강화돼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또한 육상진흥센터와 함께 육상아카데미의 활용방안도 더욱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현재 대구시는 육상아카데미를 어떻게 활용할지 구체적인 방침을 세우지 못했다. 육상진흥센터가 내년 초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하는 만큼 대구가 국제육상도시로 발돋움하려면 한국 육상 진흥을 위한 구체적이고 중장기적인 계획수립이 필요해 보인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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