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납 범벅인 학교 우레탄 트랙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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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2   |  발행일 2016-07-22 제23면   |  수정 2016-07-22

전국의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납이 검출돼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에서도 우레탄 트랙 철거를 놓고 시민단체와 교육당국이 맞서고 있다고 한다. 시민단체는 납이 검출된 우레탄 트랙을 즉각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대구시·경북도교육청은 납 검출 원인 파악과 예산난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많은 학교의 우레탄 트랙을 철거해야 하는 시·도교육청의 어려움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이는 아이들의 건강과 직결된 시급한 사안인 만큼 더욱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지난 19일 발표한 성명에서 “부산시·경남도·충북도교육청 등은 운동장 트랙의 우레탄을 모두 걷어내고 친환경 우레탄이나 흙으로 바꾸기로 했는데 대구시·경북도교육청은 우레탄 트랙을 부직포로 덮고 줄을 쳐서 출입을 통제하기만 할 뿐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우레탄 트랙을 친환경 흙으로 즉각 교체할 것을 촉구했다. 지역 시민단체의 이 같은 요구는 납 우레탄 트랙의 충격적인 실태를 감안하면 지극히 정당하고 필요하다. 대구시교육청이 지난달 우레탄 트랙이 설치된 134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중금속 유해물질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의 70% 넘는 96개교에서 기준치(KS기준 90㎎/㎏)를 초과한 납이 검출됐으며 특히 한 초등학교에선 기준치가 무려 36.6배나 초과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 역시 조사 대상 180개교 가운데 129개교에서 기준치를 넘는 납이 검출됐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은 납이 검출된 원인을 파악한 후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레탄 트랙 납 검출문제가 이미 오래전에 불거졌음에도 아직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전북도교육청의 경우, 최근 자체적으로 실시한 표본 샘플 조사를 통해 시공 후 우레탄을 빨리 굳게 하기 위한 강화제에 쓰인 납 성분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비춰볼 때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전국 학교에서도 우레탄 강화제가 납 검출의 주범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학생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교육당국이 납 범벅인 우레탄 트랙을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인되기 힘들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이 학교 내에서 중금속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속하고 철저한 조치가 필요하다. 시·도 교육청은 가용 가능한 예산을 총동원해서라도 납 성분이 있는 우레탄 트랙 교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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