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의 인생·철학·문학…파란만장했던 생애 고스란히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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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8   |  발행일 2017-10-18 제23면   |  수정 2017-10-18
산문선집 ‘한 촛불이라도 켜는 것이’
평생을 고민한 삶에 대한 깊은 성찰
딸 구자명씨 ‘망각과…’도 동시출간
신문·잡지 등에 실린 작가들 글 엮어
아버지 구상에 대한 글도 7편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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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시절의 구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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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시인의 신간 ‘한 촛불이라도 켜는 것이’(왼쪽)와 딸 구자명씨의 ‘망각과 기억 사이’.

구상 시인과 그의 딸 구자명씨의 신간이 동시에 출간됐다. 책 제목은 ‘한 촛불이라도 켜는 것이’와 ‘망각과 기억 사이’다.

‘한 촛불이라도 켜는 것이’는 2004년 우리 곁을 떠난 구상 시인의 산문선집이다. 그가 남긴 수많은 글 중에서 그의 인생과 철학, 종교관, 세계관 그리고 문학관 등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임헌영 문학평론가는 “구상의 산문은 입심 좋은 초로의 노인이 아무런 부담감 없이 펼쳐내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가깝다”고 평했다. 책에는 파란만장했던 그의 생애가 가감 없이 솔직하게 펼쳐져 있다. 또 삶이란 무엇이며, 문학이란 무엇인지, 종교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 그가 평생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졌던 문제들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져 있다. 이중섭 화백, 시인 마해송, 김광균, 오상순 등 우리 문화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과의 깊은 인연도 담겨 있다.

구상 시인은 책에서 “오늘날 우리들의 주변을 돌이켜보면 자기 삶을 충실히 하려는 사람들보다 남의 삶이나 세상살이를 떠벌리고 비난하고 통탄하는 데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며 “오늘이 영원과 무한의 한 과정이고, 한 시간이고, 한 공간이므로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한 촛불이라도 켜는 것이 어둡다고 불평하는 것보다 낫다”고 이야기한다.

유자효 구상선생기념사업회 회장은 “구상 선생의 생애는 영원한 물음인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우리에게 다정하게 들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구상 시인은 1919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4년 세상을 떠났다. 1941년 니혼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한 시인은 1946년 동인시집 ‘응향’에 서정시 ‘길’ ‘여명도’ 등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6·25전쟁때 종군작가단 부단장, 승리일보 주간으로 있다가 영남일보 주필 겸 편집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향신문사 동경지국장과 논설위원도 역임했다.

구상 시인의 딸 구자명씨의 책 ‘망각과 기억 사이’는 잊어버려야 할 아픔과 상처들을 끝내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과거와 기억을 애써 지우려는 세상을 향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에세이다. 책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했던 작가의 글들을 묶은 것이다.

사람을 좋아하는 작가답게 책에는 사람 내음으로 가득하다. 김대근 시인의 ‘그 집 모자의 기도’란 시에 대해 작가가 쓴 ‘그 어머니의 은방울꽃 사랑’이 대표적이다. 작가는 늙은 어머니와 뇌성마비 아들의 사랑을 보고 그 사랑을 ‘은방울꽃’을 발견한 느낌이라고 말한다. ‘은방울꽃’의 꽃말은 ‘반드시 행복해집니다’이다. 작가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한순간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그 은방울꽃 같은 사랑을 느꼈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아버지 구상 시인에 대한 글도 7편 실려있다. 아버지와 같은 문인의 길을 걷고 있는 저자가 바라본 구상 시인의 또 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아버지의 책과 동시에 출간돼 에세이집이 아버지 책의 부록 역할을 하고 있다.

구자명 작가는 왜관에서 태어나 1997년 ‘작가세계’에 ‘뿔’로 등단했다. 소설집 ‘건달’ ‘날아라, 선녀’ ‘진눈깨비’와 에세이집 ‘바늘구멍으로 걸어간 낙타’등이 있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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