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동환경 변화와 노사관계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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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7   |  발행일 2018-03-27 제29면   |  수정 2018-03-27
[기고] 노동환경 변화와 노사관계 상생
김용원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노동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현 정부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선언하고 국정 파트너로서 노동계와 정부의 관계 복원을 시급한 과제로 보고 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이래 적대적 관계였던 노동계와 정부 사이에 대화의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법제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현돼야 할 중요한 과제들도 추진되고 있다.

최저임금의 현실화로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보장, 세계 최장 근로시간의 단축을 통한 저녁 있는 삶의 제공, 정규직화로 인한 고용보장과 차별해소 등은 지극히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해 중소기업의 존폐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체질이 이렇게 허약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원·하도급 구조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체질개선은 천문학적 규모의 유동자산을 쌓아두고 있는 대기업의 인식전환과 양보 그리고 정부의 중소기업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노사는 단결해 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 가운데 대기업이 부재해 최근 노동환경의 변화로 가장 큰 부담을 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구지역의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오히려 재정부담의 가중을 우려하는 중소기업 사용자와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의 갈등, 노노갈등, 고용감축, 물가상승 등의 부작용이 서서히 현실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것은 노노갈등 조짐이다.

그동안 대구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하에서도 노사가 조금씩 양보해 산업평화를 유지해 왔다. 노사협력과 관련, 3년 연속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최근에는 대구의 유력 노동단체의 주도하에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도 추진되고 있다. 노사협력의 성과는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평가할 수 있겠지만, 굳이 비판하거나 폄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열악한 중소기업에서 노사분규까지 자주 발생했다면 그 기업이 어떻게 현재까지 제대로 존립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더구나 최근 노동계 일각에서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대구는 예로부터 10월항쟁, 전태일 열사의 고향, 교원·언론인 노동조합운동 등 우리나라 노동운동사에 있어 중심지로서 큰 의미를 간직해 왔다. 대구에 건립될 노사평화의 전당에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담는다면 지역은 물론 전국에서 방문하는 미래의 노동자인 학생들에게 훌륭한 노동교육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대구는 전 세계적으로도 노사평화의 도시로 알려져 해외로부터의 투자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을 존중하지 않고 오로지 노동을 이윤 추구의 도구로 여기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노동자의 단결이고 가장 반기는 것이 노노갈등일 것이다. 조직률 10% 안팎의 취약한 노동조합이 분열된다면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의 실현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리고 갈수록 심화되는 국가 간 경쟁과 노사관계를 둘러싼 환경변화는 그 어느 때보다도 노동계의 단결과 노사관계 상생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압축성장 과정의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소외돼 왔다. 지금은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보상받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스스로 단결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참여와 협력을 통한 상생의 노사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능동적 주체가 돼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김용원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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