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종근 아나운서 일문일답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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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12-09   |  발행일 2011-12-09 제42면   |  수정 2011-12-09

-유명해진 걸 어떻게 알 수 있었나.

“일단 ‘체험 삶의 현장’ 등에서 패널로 참석해달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잡지사 인터뷰도 쇄도하더라. 1996년 1월에는 무려 7개 잡지에서 동시에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그는 이듬해 한국방송대상 아나운서상을 받았다. 올라갈 데까지 다 올라갔다. 갑자기 CF촬영 요청이 몰려든다. 하지만 아나운서 신분이라서 그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 진짜 그만둔 이유가 뭔가.

“강호동과 유재석이었다면 사투리가 문제됐을 리 없다. 하지만 난 아나운서다. 아나운서의 최고 덕목은 무조건 표준어 사용이다. 난 운명적으로 내 사투리를 고칠 수 없었다. 심야 택시 기사에게 돈 천만원 줄 테니 당신의 멋진 표준어 솜씨를 사고 싶다고 했다. 고액 광고섭외도 솔직히 탐이 났다. 그래서 프리 선언을 했다.”

-프리랜서로 성공하려면 여러 방송 매체에 로비도 좀 해야 될 것 같은데.

“맞다. 나도 처음에는 골프를 배워 방송사 사장 등과 필드에 나가보기도 했지만 이건 내 분과가 아닌 것 같아 그만뒀다. 나는 절대 날 불러달라고 누구에게 매달리지 않는다. 출연제의가 안 오면 난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 그게 프리랜서다.”

- CF 출연료는 어느 정도인가.

“들쭉날쭉이라서 뭐라고 말하기 그렇다. 세상 물정을 몰라 CF 출연료를 시세보다 4배 많이 불러 눈총 받았다. 그래서 일감도 확 줄더라. 나중에 관계자를 통해 내 진짜 몸값을 알았다. 많게는 월 50여건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이 바닥 몸값은 다 유명세다.”

- 특강 나가면 주로 어떤 말을 주로 하나.

“강의 주제는 주로 ‘아름다운 말과 아름다운 인생’이다. 나는 ‘절대 말을 길게 하지 마라’고 충고한다. 말 길게 하는 사람 치고 성공하는 경우를 못봤다.”

-요즘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방송·연예인이 적잖은 것 같다.

“나는 연예인이다. 사람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게 최고 미덕이다. 세상에 너무 깊이 간여하면 연예인 고유의 아우라가 사라진다. 나도 한때는 정치 제의를 받은 적도 있지만 단호히 거절을 했다. 난 중용을 지키고 싶다. 내 중용은 조금은 보수적이지만. 광주MBC ‘왕종근의 아름다운 초대’를 통해 박노해 시인 등 진보적 인사를 만나면서 그들의 지적도 참 일리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좋은 나라를 지으려면 진보와 보수, 두 기둥 모두 필요하다고 본다.”

-‘강호동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는 참 결벽증이 강한 사람인 것 같다. 욕 먹고 대충 툴툴 털고 일어날 수도 있는데 결국 방송 잠정중단을 고수했다. 하지만 그런 방송인도 필요하다. 그는 만인의 연인이다. 곧 방송가에 나올 것이고 또 나와야 된다.”

-여러번 사업에 실패했다고 하는데.

“한 다섯번 정도 투자를 했다가 모두 말아먹었다. 이유를 생각해봤다. 전력투구를 안 했기 때문이다. 방송 일에 바쁜 나머지 지인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맡겨둔 게 화근이었다. 이젠 절대로 사업은 안 한다. 오직 방송뿐이다.”

-돈 좀 벌었나.

“돈 욕심이 없으면 부자 아닌가. 프리 선언 직후 지금 나는 서울의 가장 변두리 강서구 염창동의 한 아파트에 산다. 거기에 사는 이유를 묻는 이가 있다. 강남 사는 친척도 많지만 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에 덮인 거기가 지옥만큼이나 싫다. 강남은 하루 종일 차가 밀린다. 차에 뺏기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현재 체어맨을 탄다.”

- 프리랜서는 노조 같은 조직이 없을 텐데.

“없다. 우리는 모래알 조직이다. TV진품명품 중도하차할 때도 그걸 실감했다.”

-자식 교육에 엄하다고 하던데.

“마흔에 결혼했다. 현재 고1짜리 아들 하나다. 자식교육에 대한 기본입장이 있다. 절대 아들이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는다. 난 내 생각을 더 중요시한다. 아들이 내 밑에 있는 이상 내가 하라는 대로 하라고 요구한다. 외국유학도 반대다.”

-연예계에 친구도 많겠다.

“가장 절친한 친구는 가수 윤수일, 현숙, 설운도, 김세환, 그리고 방송인 김구라 등이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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