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이 있는 ‘강소박물관’…개관 13개월만에 10만명 다녀가

  •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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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13   |  발행일 2014-08-13 제11면   |  수정 2014-08-13
['박물관은 살아있다' 의성조문국박물관] 발상의 전환으로 한계 극복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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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조문국박물관 내 어린이고고발굴체험실을 찾은 어린이들이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의성군 제공>


의성조문국박물관이 개관 13개월 만에 ‘관람객 10만명 돌파’라는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농촌지역 소규모 박물관이라는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는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체험하는 방식’의 운영 기법을 도입한 의성군의 보이지 않는 노력도 있다.

조문국 박물관은 기존 박물관의 운영방식에서 탈피하는 수준을 넘어, 마치 어린이 놀이터를 방불케 하는 체험 위주의 공간을 마련해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인구 5만7천여명 남짓한 농촌 지자체인 의성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조문국박물관의 건립 과정과 성과, 일본의 비슷한 소규모 박물관의 우수 운영사례를 토대로 한 발전방안 등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과거 향토사학계만의 관심
학술조사·문화재발굴 거쳐
연면적 3천여㎡ 박물관 내
‘살아있는 역사’로 태어나

◆재조명되는 고대왕국

영남일보는 2007년 경북지역에서 독자적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가 신라에 복속된 소국의 흔적을 찾아가는 기획 시리즈 ‘잃어버린 왕국을 찾아서’ 중 조문국(召文國)편(2007년 5월31일자 13면)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이 기사는 향토사학계와 지역 정치권 인사의 관심사로만 머물던 유물반환과 박물관 건립 등의 사업을 지역민 전체의 관심사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실제 보도가 나간 뒤 향토사학계와 시민단체가 의기투합해 박물관 건립과 유물반환을 목적으로 하는 ‘의성지역민의 자긍심 되찾기 운동’에 나섰다. 이런 노력이 빛을 발하면서 1960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실시한 탑리 고분군(의성군 금성면 탑리리)에 대한 첫 발굴조사 이후 52년, 영남일보의 첫 보도 이후 6년 만인 지난해 4월25일 ‘의성조문국박물관 개관’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더불어 지역에 산재한 고분에 대한 첫 발굴조사가 시작된 60년대 이후, 학술조사와 보관 등의 명목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다수의 대학박물관 등지로 반출된 유물을 되찾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사실 국내 역사서 속에 드러난 조문국은 ‘삼국사기’의 “신라 벌휴왕 2년(185)에 조문국을 벌(伐)했다”와 ‘고려사’의 “의성현은 본래 조문국인데 신라가 취했다. 경덕왕이 문소군으로 고쳤고, 고려 초에 의성부로 승격됐다”는 기록, ‘신증동국여지승람’의 “조문국의 옛 터는 현의 남쪽 25리에 있다. 지금은 조문리라 부른다”는 짧은 내용이 전부다. 주류 사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정도로 매력적이지 못한 여건이다.

하지만 의성군은 지자체로서는 드물게 2007년부터 최근까지 조문국을 주제로 한 8차례의 학술회의와 7차례의 문화재 시·발굴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조문국은 국가 형성 초기부터 상당기간 독립국을 형성했으며, 신라에 편입된 뒤에는 신라왕실에 큰 영향력을 미쳤음을 재확인하는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 문화의 우월성을 재조명했다.

삼국시대 이전 의성군 금성면 일대를 근거지로 세력을 형성했던 고대국가였지만,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문헌이나 유물이 남아있지 않다는 이유로 주류 사학계의 관심 밖에 있었던 조문국의 부활과 박물관 건립의 당위성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 셈이다.

◆문화체험공간으로 인기

지역 문화의 정체성 확보를 취지로 건립된 조문국박물관은 부지 2만699㎡에 연면적 3천980㎡(지하 1층~지상 3층)의 작은 규모이다. 의성군과 박물관 운영진은 이런 소규모 박물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소규모 박물관이지만 상설전시장과 기획전시실, 어린이 고고발굴체험실, 수장고 등의 시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한편, 별관의 민속유물 전시장과 야외전시장, 조문국 사적지에 조성된 대리리 2호분 발굴 성과를 재현한 고분전시관 등을 갖추고 있다.

주목할 점은 전시 위주의 국내 기존 박물관 운영방식에서 한 단계 진화해 체험시설(어린이 고고발굴실)을 갖추는 등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 덕분에 개관 13개월 만에 방문객 10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례적으로 최단기간에 방문객 10만명을 기록한 조문국박물관의 인기는 개관 초기부터 감지됐다.

박물관에 따르면 평일이면 어린이집과 초·중·고 단체 관람객이 150~200여명, 공휴일이면 가족단위 방문객이 500~1천여명으로 하루 평균 300여명의 관람객을 기록한 수치에서 알 수 있다.

박물관 건립 초기, ‘눈으로만 보는 박물관에서 탈피해 어린이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학습공간 확보’라는 노력이 적중한 셈이다. 여기에다 시기에 맞춰 기획된 특별전시회도 관람객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데 한몫한다. 현재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열리고 있는 ‘조문국의 지배자들’이라는 특별기획전이 그 예다.

더불어 가족단위 방문객이 크게 증가하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쯤엔 영화를 무료상영하는 등 어린이의 체험학습과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체험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의성=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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