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도…농심도…타들어가는 경북 가뭄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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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17 07:35  |  수정 2015-06-17 08:48  |  발행일 2015-06-17 제6면
“지금도 이런데” 다음달까지 덥고 건조한 날씨 이어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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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가뭄으로 안동시 북후면의 한 논에서 모내기를 마친 논바닥이 갈라지고 벼가 오그라들고 있다. <안동시 제공>


이달 들어 연일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경북지역의 가뭄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작물 생육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농가의 한숨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예년보다 강수량이 턱없이 적은 경북지역의 기상 상황과 전망, 가뭄피해 규모, 관계당국의 대책 등을 살펴본다.


◆올해 강수량 얼마나 적길래

16일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현재 전국 누적강수량은 평년 대비 81% 수준인 286.7㎜로 제주도와 남해안을 제외한 우리나라 전체 지역이 강수량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과 경기, 강원 지역에서 심각한 강수량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난 겨울철(1~2월) 고기압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에 눈이 적게 내린 것이 발단이 됐다. 특히, 동해안 지역에는 동풍의 영향이 약해 눈의 양이 더욱 적었는데, 이러한 상황이 봄으로 이어지면서 경북 북부권 가뭄의 전초전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봄이 됐지만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강수량은 매우 적었고, 때문에 경북에는 봄철 평년 강수량의 77% 수준의 단비만 내렸다. 이 같은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며 경북을 타들어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악재가 겹치면서 올 초부터 현재(14일)까지 경북에서는 평년강수량(304㎜)의 66%(199.9㎜)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불행히도 앞으로의 날씨 또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기상대에 따르면, 오는 20일 한 차례 적은 비가 내린 뒤 다음 달까지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기상대 측 관계자는 “7월에도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고,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7월에는 그나마 저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으면서 가뭄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추·담뱃잎 시들고 생장 저하
두 작물 도내 피해면적만 135㏊
논엔 물마름 현상…벼도 말라가
가뭄 지속땐 다른 작물 교체 고려

◆시름 깊어지는 지역 농가

지난 15일 오전 10시 영주의 한 시골마을에 들른 기자의 귀에 이 지역 농업인들의 푸념소리가 들려왔다.

한 농업인은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데 가뭄이 너무 심해서 큰일”이라고 했고, 담배농사를 짓는다는 농업인은 “올해 품질이 너무 안 좋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지역 시골마을에서 서너 명만 모이면 나온다는 이야깃거리란다.

가뭄 탓에 밭농사를 짓는 농가도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물을 길어다 쓰기가 쉽지 않은 경사진 땅에서 농사를 짓거나, 물이 빨리 없어지는 모래밭에서 작농하고 있는 농가는 가뭄피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들 농가에서는 주로 고추와 담배를 키우는데, 얼마 전부터 고춧잎과 담뱃잎이 시들고, 생장속도가 급격히 느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가뭄피해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실제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밭작물 피해현황은 고추밭 99㏊와 담배밭 36㏊, 생강밭 21㏊ 등으로 적지 않은 규모로 파악되고 있는 상태다.

이 밖에 콩류 등도 생육 부진이 뚜렷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농가에서 가뭄상태를 지켜보며 다른 작물로 바꿔 심는 상황까지 고려하고 있는 이유다.

도내 논농사의 대표주자인 벼농사 모내기 작업도 97% 정도의 진도를 보이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번 주말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논에서 물마름 현상이 나타나 벼가 다 자라지도 못하고 한 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안동과 영주 일부 농가에서는 논이 마르고 벼가 오그라드는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밭작물도 지금은 잎이 시드는 데 그치고 있지만, 이번 주말까지 비를 맞지 못하면 완전히 고사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다. 현재까지 일기예보상으로는 주말(20일)에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강수량이 적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농가의 시름은 한층 더 깊어져 가고 있다.

올들어 강수량 평년의 66% 수준
지난 적설량도 적어 타격 심해
道,하천굴착·양수 급수 총력전
관련 대책비 40억원 투입 예정

◆대책은 있나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은 경북도는 16일 대구기상대와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 K-water 대구경북지역본부 등 지역 가뭄 관계기관을 한데 모아 ‘긴급 대책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경북도는 논 물마름과 밭 시듦 현상 다발지역을 중심으로 하천굴착과 양수급수 등의 급수대책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양수기 1천840대, 굴착기 625대, 급수차 28대, 소방차 10대 등의 중장비와 공무원, 군인 등으로 구성된 인력 4천여명을 총 투입해 물을 끌어다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미리 물웅덩이를 파놓고, 거기에 물을 끌어다 사용하는 시설인 ‘집수공’을 가뭄지역에 마련해 적극 활용한다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여기에는 가뭄대책비로 평성돼 있던 40억원이 총 투입될 예정이다.

도내 주요 저수지를 관리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는 오는 30일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자체 관리 중인 저수지 664곳에서 양수기와 펌프를 가동하기로 했다.

또, 가뭄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에는 지역 농업인들을 위해 양수장비를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댐을 관리하고 있는 K-water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찾아가는 물 공급’으로 가뭄해소를 돕기로 했다. 가뭄을 겪고 있는 지역 대부분의 농가는 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이라서, 급수차량을 이용해 직접 찾아가서 물을 공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K-water 측은 현재까지 의성과 영덕, 봉화에 식수 1만병을 지원하고 있다.

이날 대책회의를 주재한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관계자들에게 “비가 오고 안 오고는 하늘의 뜻이지만 가뭄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목이 타는 농민의 입장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등 행정력을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 도내 가뭄 면적 
지역 면적(㏊)
안동 207
영주 105
상주 38
의성 15
예천 27
봉화 80
울진 85
■ 밭작물 가뭄피해 
작목 면적(㏊)
고추 99
담배 36
배추 1
기타 217
 <경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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