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소싸움장 딜레마-왜 못접나

  • 노인호,백경열,최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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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0 07:09  |  수정 2016-05-20 09:29  |  발행일 2016-05-20 제2면
청도군, 한국우사회에 31년9개월 무상사용권
예산 부족한데도 갬블화 강행
민간이 짓고 官이 운영하기로
年사용료 최소 16억 보장 계약

청도군에서 열린 공식적인 소싸움경기 역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도민속투우협회를 중심으로 열리던 ‘영남 민속투우대회’(1990~1994년)가 1995년 ‘전국 민속투우대회’로 발전하며 전국적인 소싸움경기로 커졌다. 이후 청도군은 1999년 대회명을 ‘청도소싸움축제’로 바꾸고 부대행사를 같이 하는 종합 향토축제로 변모시켰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 과정에서 경기장 규모가 확대됐다는 점과 민간 사업자가 경기장 건설을 담당했다는 부분이다.

2000년 청도군은 소싸움경기장 건설 민간사업시행자로 ‘동성종합건설’(이하 동성종건)을 선정하고 2002년 소싸움경기장 조성에 착수했다. 이들은 ‘소싸움의 갬블화’를 위해 경기장의 규모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경기장 건설 비용은 당초 96억원 정도로 책정됐지만, 갬블사업화에 따라 사업비가 620억원 규모로 껑충 뛰었다.

문제는 이후 경북도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것. 이들은 기존 사업비로 우선 착공한 뒤, 나머지는 동성종건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경기장을 조성했다.

당시 동성종건은 자금조달을 위해 별도 법인인 ‘코리아불파이팅투어<주>’(2000.1.)를 세웠는데, 이후 ‘코리아불스<주>’(2001.4.), ‘<주>한국우사회’(2002.12.)로 회사명이 변경됐다. 2002년 2월에는 청도군으로부터 상설 소싸움경기장 운영법인으로 승인받았다. 청도군은 2003년 소싸움경기장 운영을 위해 청도공영사업공사를 설립했다.

동성종건은 2004년 자금난을 겪다 부도가 났고, 경기장 공사는 중단됐다. 이에 청도군은 민간 투자자로 한국우사회를 선정해 공사를 재개했다. 이후 민간 사업자인 <주>한국우사회와 소싸움 시행사인 청도공영사업공사가 함께 사업을 벌이게 됐다.

종합하면, 민간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경기장을 조성했고 이를 관이 운영하는 기이한 형태의 수익 모델이 탄생하게 된 셈이다. 바로 이 점이 청도군으로 하여금 적자투성이인 소싸움경기 사업을 중단하지 못하게 하는 핵심적 이유다.

소싸움 경기장은 우여곡절 끝에 2011년 9월 개장했다. 계약 당시 청도군은 <주>한국우사회에 투자 대가로 31년9개월의 경기장 무상사용권을 줬고, 청도공영사업공사는 경기장을 임대하는 조건으로 시설사용료를 <주>한국우사회에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적자가 날 경우 시설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갈등은 2013년 이후의 계약을 새롭게 협상하면서 불거졌다. <주>한국우사회는 그간 소싸움경기가 매년 적자를 기록하자 투자금 환수를 위해 2차 협상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높은 조건을 제시한 탓에 청도공영사업공사와 사용료 등 비용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협상 줄다리기가 이어진 1년여간 소싸움경기장은 문을 닫았다.

그러다 2014년11월. 청도공영사업공사와 <주>한국우사회 간의 극적인 합의가 성사됐다. 소싸움경기도 다시 열렸다. 당시 두 기관은 시설사용료를 ‘연간 우권발매액의 5.5%’로 정하면서, 이에 미치지 못할시 16억원을 보장하는 데 합의했다. 매출이 얼마든 간에 청도공영사업공사가 16억원 이상의 사용료를 내게 된 것이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백경열기자 bky@yeongnam.com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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