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대구·경북 차부품산업 위기] <하> 新시대 대비하는 향토 업체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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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15 07:32  |  수정 2016-06-15 07:33  |  발행일 2016-06-15 제6면
독자기술 개발로 선제적 대응…“전기차 시대 우린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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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성신금속은 전기차에 탑재되는 소형 모터 케이스를 생산,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성신금속 생산라인 모습. <성신금속 제공>

자동차부품은 대구의 주력산업이다. 차부품은 지역 제조업 중 부가가치 측면에서 전체 9조6천521억원의 18.1%(1조7천442억원), 생산액으로는 전체 28조2천177억원의 21.6%(6조876억원)를 차지한다. 대구에는 국내 차부품 100대 기업 가운데 11곳이 자리잡고 있으며, 소재와 부품, 모듈 생산기업이 모두 분포돼 있다. 하지만 환경규제 강화와 디젤 게이트 등으로 말미암아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전기차 열풍으로 지역 차부품 업계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역에 위치한 차부품업체의 44%는 전기차에는 불필요한 파워트레인 관련 부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 차부품업계에서도 위기를 미래의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1. 성신금속
연 3만개 소형모터케이스 수출


합금다이캐스팅 제조업체인 성신금속(달성군 다사읍 세천리)은 전기차 시대에 대비한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인 끝에 전기차에 들어가는 소형 모터 케이스를 생산하고 있다. 3억여원을 투자해 2013년에 개발을 시작했고 지난해부터 제품을 생산,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이수안 성신금속 기술연구소장은 “현재 생산되는 차량에는 모터가 들어간다.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 차량 전체를 움직이는 큰 모터 이외에도 소형 모터들이 많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성신금속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모터 케이스의 생산량은 연간 3만여개 수준이다. 아직까지는 전체 생산량의 0.5%에 머물고 있지만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매출액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소장은 “전체 매출액에서 전기차 관련 부품은 미미하지만 앞으로 전기차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진다면 2020년 이후부터는 매출액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 소장은 변화하는 차산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에만 머물러서는 기업은 도태되고 만다. 기업이 계속 성장을 하려면 신기술에 도전을 해야 한다”며 “수소차 분야도 견적이 들어오면 대응하려고 기술을 개발하는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2. 테크트랜스
엑셀·브레이크 테슬라에 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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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스타트업인 테크트랜스에서 생산하는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페달이 탑재된 테슬라 모델S의 외관과 내부 모습. <테크트랜스 제공>

경산 진량읍에 본사를 두고 있는 테크트랜스는 2011년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비철금속 표면처리업체로 지난해 8월부터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모델S에 들어가는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페달을 지역 업체를 통해 납품하고 있다. 테크트랜스가 테슬라에 제품을 납품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독자 개발한 표면처리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테크트랜스는 기존 표면처리에 산성 용액을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알칼리성 용액을 통해 소재에는 흠을 주지 않으면서 공정 과정을 간소화한 기술을 개발했다.

유재용 테크트랜스 대표는 “모든 차의 화두가 경량화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야 하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알루미늄이고 더 나아가 마그네슘도 활용하는 추세다. 우리는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으로 만든 부품의 표면처리를 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크트랜스는 지난해 테슬라에 연간 3만개의 부품을 납품했으며, 올해는 2배가량 늘어난 6만개를 납품할것으로 기대된다. 또 지난 3월 테슬라가 발표한 4천만원대의 전기차인 모델3에도 부품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는 “테슬러 모델3에 들어가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모델S의 경우 차량 가격이 1억원에 달하지만, 모델3는 값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단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모델3에 부품이 탑재된다면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와의 거래를 통해 기술력을 알린 테크트랜스는 국내 완성차업체로부터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유 대표는 “현대차에서도 러브콜이 들어오고 있고, 일본 완성차 업체에서도 전기차의 배터리 커버분야의 의뢰를 받은 상황”이라며 “완성차 업체와의 거래에도 힘을 쏟고 있으며, 최종 목표는 항공기에 부품을 탑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해 넉달간 페달에서만 8천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10억원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3. SSLM
배터리 분리막 생산공장 건립중


전기차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기존 차부품 업체뿐 아니라 전자업체도 차부품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대구 성서5차산업단지에 자리잡은 LED소재업체인 SSLM도 자동차 전장분야에 눈을 돌린 사례다. 이 업체는 테슬라 모델3에 탑재될 배터리의 분리막을 생산하기 위해 공장을 건립하고 있어, 전기차의 핵심 소재인 배터리의 부품이 조만간 대구에서 생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스미토모화학의 자회사인 SSLM은 현재 건립 중인 신규 공장에서 2차전지 분리막을 생산해 테슬라 모델3의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는 일본 파나소닉에 납품할 것으로 알려졌다. SSLM은 그동안 사파이어 잉곳 및 사파이어 웨이퍼 등 LED소재산업에 주력해 왔지만 이 분야 시장 상황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주력 사업분야에서 고전하던 SSLM이 신규 사업을 통해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한 것 같다. 이로 인해 지역 경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4. 삼보모터스
다양한 핵심부품 분야 선점


차부품 중견업체인 삼보모터스도 전기차 등 미래 차산업의 변화에 잘 대응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자동변속기 부품과 엔진 및 연료시스템의 주요 이송 파이프를 생산하고 있는 삼보모터스는 향후 자동차 산업이 친환경·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판단, 선제적 대응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전기차용 모듈화 부품인 감속기를 생산하는 등 국내에선 보기 드물게 전기차 핵심 부품 분야를 선점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보모터스의 전기차용 감속기는 자동차 모터의 속도를 줄여 토크를 증대시키는 기능을 하며,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전기차인 맥서스(MAXUS)에 공급되고 있다.

김규식 자동차부품연구원 대구경북본부 전기구동연구센터장은 “파워트레인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지역 자동차부품업체들이 전기차에 적용되는 새로운 부품들을 개발, 생산하게 되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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