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낭만이 있는 곳에’ 김병규입니다

  • 이춘호
  • |
  • 입력 2016-09-30   |  발행일 2016-09-30 제34면   |  수정 2016-09-30
밤 10∼12시엔 어김없이 라디오 부스
60∼90년대 팝음악으로 중장년층 겨냥
365일 대구경북 ‘낭만지기’로 생방송
20160930
김병규씨는 틈이 나면 대구 교동시장 내 오디오 설치판매 전문점인 ‘동우전자’에서 지난 시절 음반을 뒤적거린다.

1999년에는 대구교통방송 개국에 참여한다. 밤 10시부터 자정까지 진행되는 ‘낭만이 있는 곳에’를 맡았다. 이 시각은 추억과 낭만이 필요한 중장년층 청취자가 주력부대였다. 특히 심야 라디오는 그걸 더 자극했다. 택시기사, 화물트럭기사 등은 채널을 고정했다. 폭증하던 교통량은 되레 ‘라디오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오성룡, 최용준, 김상희 등이 ‘세월따라 노래따라’ ‘길따라 노래따라’ 등 추억코너를 진행했다. 1년 정도 가요특급도 진행했지만 내 주력은 역시 60~90년대 팝음악이었다. 톰 존스, CCR 등 70년대 팝송에 무게중심이 실렸다. 초창기에는 엽서, 편지, 심지어 각종 선물 등으로 희망곡을 호소했는데 이젠 통신발달로 인해 휴대전화 문자로 신청을 한다.

나의 마지막 사업은 2002년 두산오거리 근처에 차린 ‘김병규의 낭만이 있는 곳에’였다. 분위기는 옛날 음악감상실과 흡사했다. 8년 정도 어렵게 어렵게 지속된 전국 최초의 음악감상실 형태의 레스토랑이었다. 30년 이상 모아두었던 3만여장의 음반을 포진시켰다. 한마디로 소규모 방송국이었다. 정오부터 자정까지 김윤동, 박진희, 강영민, 최소영(당시 교통방송 진행자) 등이 진행했다. 골수 단골은 내키면 오전 11시부터 죽치기 시작했다.

언론도 많이 탔다. 전국 최초라서 각 방송 뉴스에도 소개됐다. DJ만 고수하고 일반 통기타 라이브무대는 상대하지 않았다. DJ문화만 특화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어찌된 셈인지 수익이 나지 않았다. 모르긴 해도 황금시간대 내가 방송국에서 심야프로를 진행한 탓인 것 같았다. 주인이 얼굴마담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매상이 오를 리가 없었다. 또 3억원을 까먹는다. 피눈물 흘리면서 다음 업주한테 내 음반을 넘겨주었다.

이제 난 내 운명을 조금 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고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젠 교통방송에만 전념하게 된다. 매일 밤 10시부터 자정까지 경북의 ‘낭만지기’가 된다. 주말 오전 9∼11시에는 대구교통방송을 지킨다. 365일 생방송이다.

내가 아직 현역 DJ로 남아있다는 사실이 가장 소중하다. 내가 DJ 외길로 가도록 세월이 사업에서 손을 떼도록 만든 건지도 모른다. 돈으로는 성공 못해도 낭만DJ로는 나름 성공을 한 걸까? 아무튼, 여기는 교통방송 낭만이 있는 곳에 김병규입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