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은 닫히고 가계빚 쌓이고…소비심리 위축 금융위기 이후 최저

  • 이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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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4 07:43  |  수정 2017-02-24 09:59  |  발행일 2017-02-24 제3면
심각한 대구경북 경제 상황
대구 가계대출 가파른 증가세
대형소매점 판매 4년째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도 높아 소비 발목
2017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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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내의 한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과 저성장 기조, 미국 보호주의 영향 등에 따른 소비침체로 대구지역 대형소매점 판매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영남일보 DB>

정부가 23일 내수 활성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내놓은 소비 진작 방안은 내수 부진이 수출 호조로 겨우 움튼 경기회복세의 발목을 잡도록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2.6%로 제시하면서 1분기는 0%대 중반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비가 지속적으로 둔화하면서 예상 1분기 성장 흐름을 밑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출은 정보기술(IT) 업황 개선과 유가 회복에 힘입어 3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할 때 작년 11월 2.3%로 증가한 수출은 12월 6.3%, 올해 1월 11.2%로 그 증가 폭이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내수다. 작년 4분기 이후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작년 11월 95.8, 12월 94.1, 올해 1월 93.3을 기록했다.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대구·경북의 소비절벽 현상 역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계빚은 늘고 물가는 오르는 등 소비를 진작시킬 만한 요인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23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대구·경북 지역의 소비활동을 대변하는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의 전년 대비 증감률은 4년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2013년 -1.5%, 2014년 -2.7%, 2015년 -1.5%, 2016년 -2.2%다. 특히 지난해 전국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는 전년에 비해 5.3% 급증했으나, 대구는 오히려 감소폭이 더 커졌다. 지난해 대형소매점을 제외한 전문소매점 판매액지수(104.9)도 전년 대비 0.1포인트 소폭 감소했다. 경북의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도 2012년(105.4) 이후 2016년(94.2)까지 매년 감소세다.

지난해 6월 개별소비세 혜택 종료 이후 승용차 신규등록 대수도 전년보다 못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승용차 신규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했으나 3분기에 -11.9%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같은해 11월 신규등록 대수도 전년 동월보다 10.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대구지역 가계대출은 59조7천억원에 달한다. 2013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15.8%)이 전국 16개 시·도 중 제주(20.1%)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가계대출 비율도 2012년 80.0%에서 2015년 113.1%로 급증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가계대출 규모가 GRDP를 웃돈다. 또 지난달 대구의 가계수입전망CSI(89)도 지난해 10월(100)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도 소비자의 발목을 잡는다. 지난달 대구 소비자물가지수는 102.63으로, 1월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2013년 97.45, 2014년 98.68, 2015년 99.88, 2016년 100.27 등 매년 증가해왔다.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도 지난해 100.64로 집계돼 2011년(95.98)보다 4.9% 증가했다. 경북의 소비자물가지수도 같은 기간 4.2% 올랐다.

문제는 이 같은 내수 침체 흐름이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는 점이다.

박추환 영남대 교수(경제금융학부)는 “대내외 불확실성과 저성장 기조, 미국의 보호주의 영향 등이 맞물려 소비 침체현상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AI 등 다양한 상황과 소득 감소, 물가 상승 등이 겹치며 당분간 전반적인 국내 경기 개선은 어려울 듯하다”고 전망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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