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대타협’으로 분열 끝내자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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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1   |  발행일 2017-03-11 제1면   |  수정 2017-03-11

헌법재판소는 10일 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선고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25일 임기를 시작한 이래 1천530일(4년12일) 만에 물러났다. 헌재 결정에 반발한 항의시위가 곧바로 이어지면서 사상자까지 발생했다. 헌재 선고가 국정 혼란의 수습이 아니라 사회 갈등을 증폭시켜 새로운 위기의 출발점이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헌재 결정 이후 보수와 진보의 양극단이 정면충돌할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화약고는 광장이다. 태극기 세력은 이미 ‘불복종 운동’에 돌입했다. 탄핵을 반기는 세력은 이제 자연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구속)를 요구하는 후속 촛불을 밝힐 태세다.

헌재가 결정문에서 특히 박 전 대통령이 헌법수호 의지 없이 오히려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을 숨기려 했다고 적시한 만큼 ‘적폐 대청소’ 목소리가 커지게 됐다.

여기다 특검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자연인 박근혜’에 대한 수사의 칼날을 갈고 있다. 헌재가 ‘정치적 무능 자체를 탄핵소추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한 ‘세월호 7시간’도 다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면서 적폐 청산론이 확산될 수 있다. 이는 역으로 태극기 세력의 조직적 저항을 불러오는 빌미가 된다.

광장의 화약고에 기름을 끼얹을 쪽은 4월 말~5월 초에 실시될 대선을 겨냥한 정치권이다. 승기를 잡기 위해선 보수와 진보 모두 자기 진영 유권자를 결집시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게 된다. 진보진영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헌재 선고 직후 팽목항을 찾고, 보수진영 대권주자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이제는 대란대치(大亂大治-큰 난리가 일어났을 때는 크게 통치해야 한다)를 해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던진 건 예사롭지 않다.

이 상태로 가면 새로운 위기가 닥칠 수밖에 없다. 국정 혼란을 수습하려면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광장에서 태극기가 철수하고 촛불이 꺼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권 특히 보수와 진보 양 진영 대선주자들이 앞장서 광장 민심을 진정시켜야 한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뭘 해야 할지를 계산하기보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으로선 누가 권력을 잡더라도 ‘여소야대’가 된다. 더구나 광장의 갈등이 남아 있는 상태에선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도 정치권이 합의하면 사법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일정 부분 유예시킬 수 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DJ(김대중 후보) 비자금 사건’이 터졌을 때 당시 검찰이 수사를 대선 후로 넘긴 사례도 있다. 이 경우 박 전 대통령을 제외한 최순실 일파의 여죄를 계속 캐는 작업을 어느 선까지 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내우외환’이다. 당장 미국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박, 중국 시진핑 정부의 사드 보복에 대처해야 한다. 대선까지 60일 동안 이어질 진영 갈등, 또 그 이후의 대선 후유증을 감안하면 정치지도자들이 권력놀음에 빠져선 안 된다. 오늘이라도 각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이 한데 모여 혼란을 수습하고 대선을 공정하게 치르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

송국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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