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넘긴 中, 유화책편다…中매체들 "北에 채찍대신 당근줘야"

  • 입력 2017-04-26 11:06  |  수정 2017-04-26 11:06  |  발행일 2017-04-26 제1면
"제재와 北핵활동 잠정 동결돼야…北핵실험 안하면 추가제재 안돼"
"北, '미국의 목표는 정권전복' 의심…미국, 아니라고 입증 해야"
中, 北설득 동시 한·미·일·러 협의 거쳐 6자회담 재개 시동걸듯

 25일 인민군 창군절에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지 않은 채 비교적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자 중국이 관영 매체들을 동원해 "미국은 북한에 채찍 대신 당근을 줘야 한다"면서 급반전을 시도하고 있어 보인다.


 북핵 위기론에 대한 대응 기조를 '압박과 제재'에서 '대화와 협상'으로 돌리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은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대북 강경 노선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보조'를 맞추면서,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외부의 타격에 대해 군사적인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고 핵실험을 강행하면 원유 공급을 크게 축소하겠다고 최고조의 압박을 했던데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중국은 일단 북한을 '억제'해 추가적인 도발을 차단한 만큼 중재자로서 행보를 본격화할 모양새다.


 북한이 핵실험을 자제한 '대가'로 대북 제재의 압박 강도를 이전보다 낮은 수위로 조절함과 동시에 미국에도 무력시위 자제를 요청할 기세다.


 중국은 본격적으로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는본래 해법을 적극적으로 밀고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26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중문·영문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와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는 '미국은 북한에 채찍 대신 당근을 주는 게 필요하다'는 제하의 사평(社評)을 통해 이런 입장을 내비쳤다.


 이들 매체는 우선 "북한 경제는 강력한 제재에 버틸 수 없으며 미국은 북한에 군사 공격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제기했다"면서 "(다시말해)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 때문에 전례 없는 국제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처지를 먼저 거론한 것이다.


 이어 "그러나 채찍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막을 수 없으며 국제 사회는 당근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 북한은 무분별한 행동을 지속할 경우에 대한 결과를 명확히 알고 있으며 미국은 북한이 옳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긍정적인 변화의 여지를 주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두 신문은 "북한이 일정 기간 내에 새로운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제재를 해서는 안되며 제재와 북한의 핵 활동은 잠정적으로 동결돼야 한다"면서 "강대국들은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선언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하며 유엔 안보리는 북한에 이런 길로 이끄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 억지력을 포기하면 미국이 자신들의 정권을 전복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그럴 의도가 없다는 점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것 없이 북한에 대한 제재와 군사 위협이라는 채찍은 핵 문제의평화적인 해결 대신 생사의 투쟁으로 이끌 뿐"이라고 경고했다.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트럼프가 혹독한 대가 없이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면 역사에 남게 될 것이며 현재 긴급한 문제는 북한의 6차 핵실험을 막는 것으로 국제 사회는 중국의 노력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매체는 "중국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노력은 충분하지 않으며 미국은 이를 보충하도록 충고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중국 관영 매체들이 미국을 겨냥해 북한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는 가운데 중국 정부 또한 북한의 핵실험 자제에 따라 유화적인 대북 분위기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중국국제항공은 지난 17일 베이징-평양 노선 운항을 갑자기 중단했으나 다음달 5일부터 재개할 방침이다. 중국국제항공은 내달 5일부터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에 주2회 베이징-평양 노선을 운영할 예정이다.


 앞서 중국국제항공은 미·중 정상회담이 끝나고 중국의 대북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지난 17일 갑자기 평양행 노선 운항을 중지해 북한의 핵실험 저지를 위한 압박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지난 25일 일본 도쿄에서 만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차단을 위해 대북 압력을 강화하기로 한 가운데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일본을 방문한 점도 대목이다.


 우다웨이 대표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협조 입장을 밝히면서도 '대화와협상'을 통한 해결 프로세스를 또다시 꺼내며 북한에 대해 채찍보다는 당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현시점에서 북한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 "중국과 북한은 정상적인 왕래를 유지해오고 있다"면서 "쌍방은 외교채널을 통해 시종 잘 소통하고 있다"고 북한과 주요 현안을 지속해서 논의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북한 설득과 함께 우다웨이 방일을 통한 협의를 거쳐 6자회담 재개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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