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 비산동에서 해물전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미정씨(가명)가 주방에서 음식 준비를 하고 있다. 김씨는 건물주에게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된다며 얼굴과 실명 공개를 극구 거부했다. |
“어쩌면 지금이 IMF 외환위기 때보다 현실적으로 더 힘들어요. 식재료 값이 오른 데 비해 판매 가격은 5년 전 그대로고, 손님은 들쑥날쑥…. 폐업할까, 아니야 조금만 더 버텨봐야지, 그러면서 하루하루 지내요.”
대구시 서구 비산동에서 11년째 해물전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미정씨(가명·50)는 최근 한숨을 내쉬는 일이 잦아졌다. 건물주가 한 달 전부터 현재 1천만원인 보증금을 200만원가량 더 올리겠다는 통보를 해서다.
김씨가 하루종일 매달려있는 이 가게(120㎡)의 월세는 140만원이다. 한 달 전기료는 최소 20만원에서 냉·난방기를 쓰는 여름, 겨울에는 30만원까지 치솟을 때도 있다. 수도세는 6만~7만원 수준. 식재료 값까지 합하면 매달 나가는 돈만 200만원에 달한다. 김씨는 “5년 전보다 20만원가량 오른 월세를 내기도 빠듯하다”며 “점심시간에도 텅 빈 테이블을 볼 땐 정말 목이 조여오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20년전부터 양·분식점 등 요식업계에 꾸준히 종사해왔다. 2006년 문을 연 이 가게도 처음에는 성공을 확신했다. 끊이지 않는 손님 덕에 지금의 3분의 1 수준이던 가게 면적을 대출을 해가면서까지 조금씩 늘리기도 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70석에 달하는 테이블이 꽉 차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이 일주일에 두 번에서 한 번으로, 한 번에서 전혀 없는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이제는 일 년에 손에 꼽을 정도가 됐다. 그는 “모임 등 단체 손님이 크게 줄었고, 수익률을 올려주는 주류 매출도 갈수록 시원찮다”며 “그나마 단골손님이 한번씩 찾아주니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님들의 방문 패턴이 점심에는 조용하다가 저녁에 갑자기 몰리는 등 들쑥날쑥해지면서, 김씨는 더 힘들어졌다. 대량 구매해 한번에 손질해놓은 식재료가 제때 쓰이지 않아 버리는 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재료를 조금씩 손질해 보관하는 일은 오히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손이 한번 더 갔다.
2년 전부터는 홀 서빙을 담당하는 종업원도 내보냈다. 대신 여동생 등 가족들이 가끔 찾아와 도와준다. 인건비라도 줄여보자며 종업원을 하나둘씩 줄여나가고 있는 것은 주변 음식점들에서도 흔한 일이다. 김씨는 “한번씩 단체 예약이 있는 날 급히 사람을 부르려면 하루에 8만원은 줘야 한다”며 “그렇게 나가는 돈조차 아까워 내가 조금 더 고생하고 말지 하며 사람을 쓰지 않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는 “폐업을 하더라도 딱히 생계를 유지할 다른 길이 없어 이제는 빚을 내서라도 버텨야 할 판”이라며 “정부에서 창업 붐만 일으킬 것이 아니라 기존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에도 힘써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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