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인물열전 .27] 불복장 의식 전문가 선진 스님

  • 입력 2006-05-08   |  발행일 2006-05-08 제28면   |  수정 2006-05-08
"온 정성 다 바치면 불상도 부처되죠"
사고로 장애의 몸 된게 인연, 비구니로는 국내 유일 전수자
동화사 삼존불 복장의식 주도
[우리시대 인물열전 .27] 불복장 의식 전문가 선진 스님
복장물을 만들고 있는 선진 스님. 스님은

불교신자들은 불상을 부처님으로 모신다. 불상 조성자에 의해 만들어진 불상이 이처럼 모든 불자들이 우러러 모시는 부처로 탄생하기 위해 거치는 의식이 불복장(佛伏藏) 의식과 점안(點眼) 의식이다.

"불상 안에 사리나 오보(五寶), 오향(五香), 경전 등을 봉안하는 복장(伏藏)의식은 불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로, 불상을 부처님으로 화(化)하게 하는 중요한 의식입니다. 불교의식 중 가장 비밀스럽고도 중요한 의식 중의 하나입니다. 엄격한 법식이 요구되는 이 복장의식을 위해서는 복장물을 만들고 의식을 봉행하는 전문적 기능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그 기능도 엄밀히 전수되고 있습니다. 복장물은 당시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수백년 후의 후손에게 남겨주는 것이기에 정성을 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구시 수성구 상동시장 부근의 대형 교회 건물 사이에 있는 가정집 규모의 보현암 주지인 선진(善眞·47) 스님의 복장의식에 대한 자긍심은 대단하다.

선진 스님의 요즘 주된 일 중의 하나가 복장물을 만들고 주문을 받은 사찰을 찾아다니며 복장의식을 치러주는 일이다. 국내에 몇 안되는 불복장의식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한 달에 평균 세 번 정도는 전국 각지의 절을 찾아 복장의식을 치른다. 최근 봉행한 대표적 복장의식은 지난해 11월에 치른 팔공산 동화사 대웅전 삼존불상 복장물 봉안이다.

삼존불 복장물 기록에 따르면 493년 극달화상이 창건한 이래 수차례의 불사를 했으며, 마지막 중창불사는 1727년 5월 대웅전 상량과 함께 주불상에 복장물을 안치했다는 기록이다.

약 300년 만에 다시 봉행된 복장의식의 주인공이 되었다. 특히 오보와 오곡 등 복장물을 담는 후령통(喉鈴筒)을 새롭게 만든 것을 의미있게 생각하고 있다. 후대에 남길 문화유산으로 생각하고 현대적 감각에 맞는 디자인을 창안했기 때문이다.

선진 스님은 "동화사 대웅전 삼존불의 복장의식을 주도한 것은 가장 보람이 있었던 일로, 300년 전 문화유산을 지금 대하듯 제가 마련한 복장물을 또 수백년 후 불자들이 친견할 것을 생각하니 책임감이 들면서도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보현암 옆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 겸 연구실인 영남불교문화연구원에서 틈나는 대로 복장물을 제작하느라 늘상 바쁘게 보낸다. 밤샘작업을 할 때도 많다. 요즘은 복장의식 주문이 많은 철이라 다른 계절보다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비구니 스님으로는 국내 유일의 복장의식 전수자로 활동하고 있는 선진 스님이 복장물을 만들고 복장의식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 것은 1993년부터이다.

1990년 불의의 사고를 당해 장애의 몸이 된 것을 계기로 참회의 기도를 하게 된다. 100일 기도를 세 번 하고, 4년 동안 매일 금강경을 7독하는 정진을 했다. 이 때 범서(梵書) '옴마니반메훔'을 쓰라는 현몽을 한 후, 범서 진언을 쓰기 시작했다. 여섯자 진언 10만장을 써 주위에 나눠주며 보시하기로 원을 세웠다. 지금까지 3만5천장 정도를 써 보시했다.

복장물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범서를 쓰다보니 복장물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이 들어오면서 복장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됐다.

복장 전문가인 부산의 법철 스님에게 배우고, 2002년에는 법철 스님으로부터 복장의식 자격을 전수했다. 7년 전에는 '불복장 의식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원광대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복장물과 복장의식을 더욱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영남불교문화원을 설립했다. 승려, 학자, 서예가 등 40여명의 석·박사 인재가 회원으로 동참, 불복장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그런 경향은 있습니다마는, 불교 복장물 봉안의식도 정성을 다하지 않고 대충 진행해버리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무엇보다 깊은 신심으로 정성을 다해야 할 의식이 복장의식입니다. 요즘은 CD를 복장물로 넣는 예가 있듯이 복장물은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복장물을 봉안하는 사람들의 정성은 언제나 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시대 인물열전 .27] 불복장 의식 전문가 선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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