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秘史 미래전략가 박정희 .8] 제롬 글렌이 본 박정희와 허먼 칸 (끝)

  • 입력 2010-11-29   |  발행일 2010-11-29 제29면   |  수정 2010-11-29
"박 대통령 과감한 미래정책, 한강의 기적·민주주의 초석 마련"
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 회장
허먼 칸은 인류의 코치이자 친구
韓 농촌 개화·고속도 건설 조언
[발굴秘史 미래전략가 박정희 .8] 제롬 글렌이 본 박정희와 허먼 칸 (끝)
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 회장. 박정 희 대통령, 미래학자 허먼 칸.

역사속에 묻혀버릴 뻔 했던 박정희 대통령과 허먼 칸 허드슨연구소 초대소장의 교우를 증언해준 유엔미래포럼 제롬 글렌 회장을 이번 시리즈를 마감하며 최근 e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는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은 개발도상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대통령중 한 명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미래학을 배우지 않은 박정희 대통령이 미래학적인 개념과 비전으로 한국을 이끈 용기에 찬사를 보내며, 과감하게 미래를 내다본 박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존재하였기에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고 민주적인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초석을 놓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허먼 칸과는 어떤 사이인가.

"허먼 칸의 조수로 협력자로 일했다. 허먼 칸은 훌륭한 인간의 모델이고 위대한 학자였으며, 지구촌 인류의 코치이면서 좋은 친구였다. 나는 그를 몹시도 그리워하고 있다. 영남일보에서 허먼 칸 시리즈를 쓴다는 이야기를 허먼 칸의 부인 제인 칸, 또 허드슨연구소에 하였더니 아주 고무되어 있다. 기사가 나오면 허드슨연구소와 허먼 칸의 부인에게 보여주어야겠다."

제롬 글렌은 허먼 칸이 1983년 사망했을 때 그의 장례식에서 조사를 했다고 한다. 서구의 풍습에서는 사망자의 가장 친한 사람이 그 사람의 업적이나 생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데, 여기에 제롬 글렌이 뽑혔다는 것은 그가 허먼 칸을 가장 지근에서 보조한 친구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허먼 칸은 어떤 사람인가.

"허먼 칸은 미래학을 현실에 적용시킨 최초의 미래석학으로, 개발도상국을 지원한 경제학자이며, 냉전당시 비관론이 판치던 세계석학들을 낙관주의적 시각으로 되돌려 놓은 장본인이었다. 지구촌 발전상과 비전을 제시하는 세계적인 인기 강연자로서 그의 최대 업적은 의사결정권자들이 장기적인 미래, 즉 10년, 20년 앞을 내다볼 수 있게 도와주고, 미래를 심각하게 생각하도록 도와준 점이다. 그는 늘 이 말을 즐겨했다. '200년전 인간은 숫자도 많지 않았고, 자연이 우세하게 인간을 이끌어갔다. 그러나 인간은 훌륭한 경영마인드를 배우게 되고 운까지 따라 주어서 인간이 자연을 관리하고 지배하는 세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제 인간은 지구에 200억명이 존재하게 되었고, 슬기롭게 에너지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학기술발전을 이룩해내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기술발전은 지구뿐 아니라 다른 우주, 즉 달이나 화성에도 인간이 이주하여 살 수 있게 해주어 인간의 삶이 더욱더 흥미롭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그는 인간의 능력과 가능성에 대해 참으로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박 대통령과 허먼 칸의 만남에 대해 설명해 달라.

"허먼 칸이 1960년대 초반부터 한국, 싱가포르, 대만, 일본 등을 수시로 돌면서 지도자들에게 미래학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을 보았는데, 이 중에서 싱가포르, 일본 등은 직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이제 한국의 성공에도 역할을 하였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어 마음이 홀가분하다. 사실 허먼 칸은 한 나라의 원수 즉 대통령이나 수상을 만나는 일을 비밀에 붙여달라고 내게 부탁하였고, 한국방문도 극비로 처리해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지금은 사망하여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내가 그 금기를 깬 것에 대해 사망한 지 20년, 모든 비밀문서가 공개되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그도 나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허먼 칸의 한국 방문때 어떤 자료를 챙겨주었나.

"그는 한국방문에 앞서 내게 많은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였다. 나도 젊은 시절에 사실상 그런 내용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도 모르면서 여러가지 자료를 정리해 준 바 있다. 미래에 부상할 산업과 기술 예측이 들어있었고, 특히 한국의 지리적 조건이나 사회 현상, 농업국가가 산업국가로 발전하기 위한 전략을 짠 것은 흥미로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허먼 칸은 지구촌에서 IQ테스트가 나온 이래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는 많은 토론을 거쳐서 정리한 자료를 머리에 넣어 종이없이 가서 브리핑했다. 허먼 칸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하였는지 문서상으로 남겨지지 않은 극비 상황들이었지만, 그는 그린 프로젝트, 즉 앞으로 환경론자들이 부상하면서 녹색성장 등이 중요해진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는 산업생산을 위해 노동력이 필요한데, 그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농촌을 개화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가 자주 이야기하던 것 중 하나다. 그 중에는 농촌의 지붕을 갈고, 우물을 부엌속으로 끌어들여 가사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또 버스차장을 하던 여성들을 버스 토큰 등 현대 기술로 바꿔 그 여성노동력을 도시노동으로 흡수하는 전략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한국뿐만 아니라 지금 중국이 하고 있는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통해 경공업에서 철강 조선 등 중공업 발전할 수 있도록 산업기지, 수출전진기지를 만들고, 이를 실어다 나르는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한다는 점 등은 그의 평소 지론이었다. 최근 미국 등에서도 허먼 칸의 재부상이 시작되고 있다."

-한국과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허먼 칸이 평소에 하던 말을 기억하고 있나.

"그는 늘 우리에게 '한국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녔다. '한국인들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상상할 수도 없는 에너지가 지도자에게서 나오는데 그것이 바로 한국을 성공적인 국가로 이끌어 갈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민들은 그 어느 나라 국민과는 견줄 수 없이 너무나 열심히 일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할 때 그는 엷은 미소를 지었는데, 그가 많은 것을 알고서 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당시 잘 몰랐다. 왜냐하면 한국은 당시 100등 이하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고, 북한보다도 GDP가 낮았을 때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아로요 필리핀 전 대통령이 했다는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함축적인 의미가 있다. 그는 "1965년 필리핀의 1인당 GDP가 270달러였을때 한국의 1인당 GDP는 120달러였지만, 2005년 필리핀의 1인당 GDP가 1천30달러였을때 한국은 1만6천500달러로 변하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근대화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민주화 운동을 억압한 독재자라는 오명도 가지고 있는데.

"한국에서 잘 알려진 엘빈 토플러는 '민주화란 것은 산업화가 끝나야 가능한 것이다. 자유라는 것은 그 나라의 수준에 맞게 제한되어야 한다. 이를 가지고 독재라고 매도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이 말로 대답을 대신하겠다. 아울러 카터 전 미국대통령 수석비서관을 지낸 오버홀트 박사(미국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 선임 연구원)는 '박정희의 근대화 성공으로 중산층이 창출되고 이것이 한국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었다. 박정희야말로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고 평가한 바 있다."

-미래학자로서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한국의 미래는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사실 10년후 중국이 19억인구, 2025년에 중국이 세계경제력 1위로 부상한다는 미래예측이 있다. 이때 한국이 중국과 인접한 거리에 존재한다는 자체가 큰 장점이며, 구미, 유럽, 남미, 태평양국가들이 한국의 위치를 부러워한다. 한국은 중국에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중요한 전진기지로 아주 좋은 위치에 자리한다. 그러므로 중국이 부상하면 한국도 함께 부상하는 위치를 지킬 것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물· 에너지 부족, 개발 및 소득 격차, 이슬람 인구와의 갈등 등 여러 면에서 다양한 문제점도 보유하고 있다. 안정된 중국은 한국발전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만약 중국이 불안정해지면 한국의 경제발전도 위협을 받을 수가 있다. IT 강국으로서의 한국의 지위와 지구촌 문명발전의 중심지로서 중국이 동반 발전하면 세계권력중심지로 재탄생하는 결과를 가지고 올 수가 있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은 물부족, 환경오염 등의 문제부터 협력하여 지금 속도보다 훨씬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미래예측은 왜 필요한가.

"인간은 현실을 따라가는데도 바쁘고, 과거사를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사실은 미래를 예측하여 그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면 현실을 따라가는데 급급하지 않아도 되며, 불확실성을 감소시켜 사회불안을 없애준다. 그러므로 선진국들은 미래예측에 많은 정성과 열의를 다한다. "


#유엔미래포럼이란

유엔미래포럼, 즉 밀레니엄프로젝트는 1988년에 2000년이 되면 지구촌의 도전은 어떠한 것이 등장하며 그의 대안은 무엇일까를 연구하기 위해 3천여명의 각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미래예측 싱크탱크로 만들어졌다. 유엔과 유엔대학교에서 재정지원을 했고, 포드재단 미국국방성 에너지성 등에서도 지원을 했다. 출발당시 유엔경제사회이사회소속 유엔세계연맹소속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독립NGO로서 세계 40여 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이곳에서는 유엔미래보고서를 14년째 발간하면서 지구촌의 15대 과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구촌 15대 과제는 물부족, 환경오염, 에너지부족, 국제범죄, 국제질병, 민주주의발전, 여성아동발전, 과학기술발전, 장기적 정책대안, 윤리도덕, 의사결정 역량강화 등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1번 과제로 기후변화를 선정, 국제기구로 세계기후변화종합상황실(Global Climate Change Situation Room)을 만들었는데, 이를 유엔미래포럼 한국지부(회장 박영숙)가 김천에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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