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갤러리

  • 입력 2011-08-03 08:05  |  수정 2011-08-03 10:17  |  발행일 2011-08-03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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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가 가볍던 시절, 약속 장소를 갤러리로 정해 만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해 그림과 대화하며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기도 하지만, 작품과 함께 하는 공감은 또 다른 소통의 시작이기도 했다.

얼마 전 대구백화점에서 윈도갤러리라는 색다른 갤러리를 열었다. 1층에서 10층까지 중앙계단에 있는 상품진열 공간을 갤러리로 바꿔 이영철 화가의 작품을 전시하였다. 이 전시에 이어 아예 본점 건물을 현대미술전시장으로 꾸민 대백 아트프로젝트 ‘예술-백화점에서 놀다’전도 열고 있다. 80여명 청년작가들의 젊은 끼와 재주를 만날 수 있는 이 전시는 상업 공간과 예술가의 만남을 통하여 예술적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미술인의 한사람으로서 감사와 격려의 큰 박수를 보낸다.

현대의 유통 중심지인 백화점들은 명품이 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이 되는 판단 가치는 결국 예술적 가치로 귀결된다. 그러나 대구의 백화점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관점에서 보면 문화 창달에 대한 투자와 배려가 소홀하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대구역을 지나다보면 추억의 광장 위에 우뚝 솟은 백화점은 유독 대구에서만 미술인들의 요청을 외면한, 혼이 빠진 졸부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등 지역마다 백화점이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구에 자리잡은 백화점들은 설계에 있었던 갤러리 공간마저 빼버리거나 갤러리를 유명무실하게 운영하고 있다. 서울로 넘어간 지역 백화점 갤러리의 경우, 수십년간 대구의 대표적 전시공간이었으나 최근 생존의 고민 속에 놓여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기업이 갤러리를 통하여 지역문화 창달에 기여하는 것이 다른 지역에서는 상식이지만, 대구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가장 아름다운 삶의 가치는 행복이고 복지다. 인간성 회복, 양심의 회복, 자존심을 지키도록 가치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이 세상의 모든 가치 위에, 모든 가치의 중심에 문화 복지를 세울 때가 왔다.

‘희망의 도시, 일류 대구’가 겉으로만 컬러풀이 아니라 예술적 색채를 지닌 내실있는 문화예술도시길 기대해 본다.


김강록 <대구수성구미술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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