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40% 마음의 병…탈출구 없다”

  • 진식,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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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4-27 08:01  |  수정 2012-04-27 08:16  |  발행일 2012-04-27 제1면
대구서 또 자살기도…생명경시 풍조 막을 감성교육 절실
“가정과 학교에서 대화시간 늘리고 정서안정 찾게 할 프로그램 마련을”

대구에서 26일 또 한 명의 여중생이 고층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다. 다행히 화단 나뭇가지에 걸려 생명은 건졌지만, 죽을 요량으로 유서까지 써 놓고 투신했다.

충동에 의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청소년들의 생명경시 풍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10대 청소년 자살 사망자 수는 353명으로 인구 10만명당 5.1명으로 나타났다.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자살한 학생은 2009년 20명, 2010년 16명, 2011년 18명이다. 올 들어서만 대구 3명, 경북 3명이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버렸다.

청소년 자살은 지나친 입시위주의 교육에다 ‘감성교육’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통계청 사회조사(2010년) 결과, 청소년(15~19세) 자살충동 이유로 ‘성적·진학 문제’가 53%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가정불화가 13%로 뒤를 이었다. 대구·경북에서 목숨을 끊은 6명 중 3명이 성적과 가정 문제가 그 이유였다.

김건찬 학교폭력예방센터 사무총장은 “청소년기 성적과 가정불화로 인한 스트레스는 심할 경우 상대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해소할 용기와 해방구가 없어 극단적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감성교육과 사회적 인식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해결책은 자신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예방교육인데, 성적위주의 교육과정 탓에 감성교육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아이에게 ‘한숨 대신 함성으로, 걱정 대신 열정으로,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를 가르칠 수 있는 토대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살 위기에 놓인 학생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자살을 생각하는 청소년 대다수는 마음의 병을 갖고 있다.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충동조절장애, 적개·반항성 장애, 품행 장애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러한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을 ‘정신병자’로 몰기 일쑤여서 부모나 환자가 치료를 꺼리고 있다.

김성미 원장(마음과마음 정신과 의원)은 “청소년 40%가 이런 정서행동문제를 겪고 성장하는데, 병원 문을 두드리는 비율은 2% 미만”이라며 “몸에 난 상처처럼 상담과 치료로 고칠 수 있는 마음의 병인데, 시기를 놓쳐 화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철호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청소년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누구이고,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는 것이다. 이런 역할은 가정과 학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가정에서는 자녀와 대화시간을 늘리고, 학교에서는 예체능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기숙 <사>행복사회복지회 대표는 “청소년 생명경시풍조는 비행과 일탈을 외면해 온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기성세대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청소년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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