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를 경기침체 탓 新자린고비 는다

  • 이은경,이효설,정재훈 인턴,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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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7-25 07:54  |  수정 2012-07-25 08:30  |  발행일 2012-07-25 제1면
"車부품 사러 폐차장에"
“할인價 아니면 안사”
짠돌이형 소비 대세
20120725
플랫슈즈 대전, 패션잡화 쿨 상품전이 열리고 있는 롯데백화점 대구점 지하 행사장이 고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할인상품과 기획상품 등 저렴한 제품 구매에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anm.com

‘인지대를 아끼기 위해 전자소송을 하고, 폐차장에서 자동차부품을 구매한다. 세일기간이나 할인된 가격이 아니면 사지도 않는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일상생활이 ‘짠돌이형’으로 바뀌고 있다. 서민들은 일상생활에서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지갑을 닫고 있다. 당연히 소비패턴은 불황형으로 바뀌었고, 유통업체들은 경품 등으로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열려고 하고 있다.

◆소비자는 ‘자린고비’

경기침체는 일상생활에서 한푼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만들고 있다.

우선 일반인의 전자소송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해 5월 국내에 처음 도입된 전자소송은 기본비용인 인지대가 일반소송보다 10% 저렴하다. 또 모든 통지가 온라인으로 이뤄져 송달료도 아낄 수 있다.

대구지방법원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6월말까지 접수된 소송건수 1만6천378건 중 33.6%(5천511건)가 전자소송으로 이뤄졌다. 소송 3건 중 1건이 전자소송으로 진행된 셈이다.

차량의 보닛이나 타이어 등을 폐차장에 가서 구매하는 이들도 적잖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폐차장 부품’을 입력하면 전문 판매업체만 70개 이상 검색된다. 연관 검색어로는 ‘폐차장(에서) 부품 구입’ ‘자동차 중고 부품’ 등이 나타난다.

2002년식 아반떼를 소유한 이모씨(35)는 최근 문짝을 새 것으로 바꾸기 위해 차량 정비소에 가격을 물어보고 깜짝 놀랐다. 교체비용을 포함해 문짝 1개에 50만원가량 든다는 것. 이씨는 결국 대구 달서구의 한 폐차장에서 중고 문짝을 7만원에 구입했다. 이씨는 “폐차장에서 구입한 문짝을 도색하고 장착하는데 드는 비용까지 포함해 모두 15만원으로 해결했다”면서 만족해 했다.

달서구 S폐차장 공장장은 “핸들이나 브레이크 같은 안전에 중요한 부품을 빼면 폐차장 부품이라도 기능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만큼 젊은층이 특히 애용한다”고 설명했다.

금값이 오르자 폐금니를 활용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일부 치과의원에선 폐금니를 직접 기공소에 보내 각종 불순물을 제거한 뒤 5천원을 받고 내주기도 한다. 경기불황과 금값 상승이 겹쳐지면서 이처럼 금니를 모으고 판매하는 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대구시 서구 평리동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박모씨(46)는 요즘 금니를 뽑으면 폐금니를 따로 비닐에 싸서 환자에게 돌려준다. 박씨는 “금니를 뽑을 때 떨어지는 금부스러기를 망에 걸러주는 기기를 따로 설치했다”면서 “작은 금딱지라도 받아가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폐금니 매입사이트도 때아닌 활황이다. 한 매입사이트에선 치과 보철물의 한 종류인 포세린의 경우 g당 5만7천999원, 인레이 5만6천67원, 크라운은 4만8천969원에 구매 가능하다.

◆“지갑을 열어라”-기업은 ‘세일에 또 세일’

 

소비자의 알뜰소비 때문에 유통업계의 이월행사나 기획상품의 매출비중이 늘어났다. 또 우편으로 발송되는 할인쿠폰과 카드포인트까지 알뜰하게 챙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동아백화점의 경우, 통상 전체의 20~30%를 차지하던 할인상품 비중이 올들어서는 10~20% 더 늘었다. 경기침체로 저렴한 가격의 제품 구매에 소비자가 몰리자 각 브랜드가 정상제품보다는 기획·이월상품의 판매 강화에 나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배부하고 있는 할인쿠폰의 사용률도 지난해보다 12%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10% 수준이던 행사상품 판매 비중이 올해는 13%로 높아졌고, 백화점 카드 포인트로 결제하는 비중도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했다.

 

이마트 만촌점에 따르면 올들어 고객 한명이 구매하는 객단가는 꾸준히 줄고 있다. 1월 6만1천363원에서 6월에는 4만8천303원으로 떨어졌다. 객단가가 5만원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10여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LED TV 46인치 미만(이마트 반값TV), 양문형 냉장고 일반형(이마트 반값 냉장고), 여성 기초 화장품(반값 화장품), 와인(이마트 반값 와인) 등은 전년대비 매출이 적게는 10%, 많게는 4배까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롯데마트에서도 비싼 제품 대신 반값 등 저렴한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롯데마트 올 상반기 에어컨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28.7% 줄었는데 가격이 비싼 멀티형 에어컨은 27.3%, 벽걸이는 49.6% 줄어, 전체 에어컨 매출을 끌어내렸다. 그러나 가격이 저렴한 선풍기 판매는 8.7% 늘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정재훈 인턴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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