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풀어본 永川史 .10] 별별미술마을

  •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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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2-17   |  발행일 2012-12-17 제13면   |  수정 2012-12-27
‘新몽유도원도’ 다섯 갈래 행복길이 아름답게 펼쳐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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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금홍씨의 작품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 신몽유도원도-다섯갈래 행복길 중 ‘귀호마을길’에서 감상할 수 있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1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시골마을

별별미술마을을 아는지요?

대도시에 있는 미술관련 장소가 아니에요. 궁벽한 시골 마을이 온통 미술작품화한 마을이지요. 영천별별미술마을. 그래요. 이곳에서는 그야말로 별의별 미술작품들이 마을 안에 가득해서 정말로 볼거리가 많은 곳이지요.

영천시 화산면의 가상리와 화산1·2리, 화남면 귀호리 일대가 그곳인데요. 영천시가 ‘2011 마을미술 행복프로젝트 사업’으로 이곳을 공공 미술로 새롭게 단장한 것이지요. 마을미술 프로젝트 사업은 지역의 지리, 역사, 생태, 문화적 가치가 잠재되어 있는 마을을 공공미술을 통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조성하여 지역문화 활성화를 기하기 위한 사업이지요. 영천시는 지난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행복프로젝트 공모사업에 선정돼 이해 8월부터 공공미술 사업을 추진했답니다. 지역의 정체성을 문화콘텐츠로 발굴하여 이를 예술로 승화시켜서 많은 이들이 문화예술을 누리게 하고, 지역을 활성화하는 사업인 셈이지요.

이들 마을의 미술은 ‘신 몽유도원도-다섯 갈래 행복길’이라는 콘셉트로 잡았답니다. 봄이면 복숭아꽃이 화사하게 피는 이상향을 떠올리고 있는 셈이지요. 기실 화산(花山)이라는 마을이름 자체가 바로 ‘꽃 피는 마을’ 아닙니까. 이 마을에는 화촌(花村)이라는 이름의 마을도 있는데요, 옛날에 마을 뒷산이 온통 진달래꽃밭이었다고 해서 꽃마을이라 부른 데서 연유한 것이지요. 그러니 몽유도원도라는 콘셉트가 아주 절묘하게 들어맞는 셈이지요.

‘신몽유도원도-다섯 갈래 행복길’은 말하자면 영천시 화산면과 화남면 일대 마을의 문화유산과 자연풍광은 물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생활양상을 예술작품과 연계하여 미술마을이라는 독특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지요.

어쨌든 마을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과 문화유산을 연계하여 마을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다섯 개의 길을 중심으로 예술마을을 조성했지요. 다섯 개의 길은 ‘걷는 길’ ‘바람길’ ‘스무골길’ ‘귀호마을길’ ‘도화원길’입니다. 이들 길은 마을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으로 잡았답니다. 그리하여 자연과 마을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아낸 설치, 회화, 조각, 미디어아트 등을 각 장소에 적합하게 담아놓았지요. 모두 45점의 미술작품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옛날 정미소와 우물, 수달이 살고 있는 실개천과 산책로, 토성 등 아름다운 자연을 보유하고 있는 마을의 전체적인 정경을 대상으로 하여 지난해 8월부터 전국의 역량 있는 미술 작가 50여명이 45개 팀을 구성해 석 달여 간 마을에 머무르며 작업을 추진한 것들이지요.

마을이 지닌 생태적 환경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친환경적인 방식에 초점을 두어 구상이 됐다고 해요. 그래서 관람객들은 다섯 개의 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기도 하면서 예술작품과 아트마켓, 마을사 박물관 등을 찾아보고 감상하면서 자연과 동화된 상태로 미술작품들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별별미술마을에는 설치, 회화, 조각 등 예술작품과 마을미술관, 그리고 선조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고택들이 어울려 색다른 풍경을 연출해내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는 안동권씨, 창녕조씨, 영천이씨 등의 문중정자, 재실, 서원, 종택을 비롯한 고택이 20여개에 이릅니다. 마을이 생긴 것은 500년이 넘습니다. 아득한 옛날, 세조가 등극하자 혜빈양씨의 친가 종남(從南)인 양곡 양효지가 이곳에 피신하기도 했답니다. 양효지는 세종 때 참판을 지내다가 세조의 왕위찬탈 때 이곳 신녕면 대량리로 내려와 거처하던 곳에 ‘망미대’를 쌓아 매월 1일과 15일에 영월의 단종을 향하여 배향했다고 하네요.

가상리는 520여 년 전 권열 선생이 안동에서 이곳으로 들어와 살았다고 하네요. 그래서 권열 선생의 종택이 있고, 임란 때 공을 세운 후손들이 많아서 이들을 제향하는 사당들이 많답니다. 이 마을에서 산길을 따라 10여 리 정도 가면 산성터도 있고, 백학서원 터도 있답니다. 그래서 마을 곳곳에 숨겨진 예술작품들을 찾아가다보면 고택이 보이고 고택을 감상하다보면 또 예술작품이 눈앞에 나타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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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호마을길’에 설치되어 있는 김용민씨의 작품 ‘저하늘 별을 찾아’. 박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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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길’을 걷다보면 만나는 박건주씨의 작품 ‘가상리에서 바라보다’. 박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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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골길’에 있는 백성근씨의 작품 ‘나들이’. 박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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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높은 작가들의 예술작품을 연중 감상할 수 있는 영천 시안미술관. 박관영기자


#2

시안, 폐교 이용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

자, 그러면 지금부터 느긋하게 다섯 갈래의 행복길을 걸어볼까요.

먼저 ‘걷는 길’입니다. 가상리 마을을 중심으로 골목골목 숨어있는 예술작품들을 찾아내어 유심히 관찰하고 음미합니다. 산책길의 재미가 쏠쏠하지요. 인포메이션 센터, 바람의 카페, 우리동네 박물관, 알록달록 만물상들에는 아트숍과 각종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네요. 고택인 풍영정도 이 길에 있어서 역사를 살피게 되네요. 어라, 관광객이 직접 제작해볼 수 있는 탁본벽화도 있군요.

‘바람길’은 메인루트라 할 수 있겠네요. 자전거와 아트자동차로 바람을 일으키며 마을을 한 바퀴 도는 길입니다. 버스정류장이 예술이네요. 느티나무 쉼터도 있고, 산수벽화와 전돌을 이용한 벽화도 볼 만합니다.

‘스무골길’은 역사와 풍수로 짚어보면서 이 마을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생태역사 예술 트레킹 코스입니다. 가상교 근처 실개천의 수달 관측소에서 기다려보면 혹 수달이 얼굴을 내밀지도 모릅니다. 스무골의 혈등 자리에 서면 가상 마을이 다 내려다보입니다.

‘귀호마을길’은 ‘바람길’에서 곁가지처럼 뻗어나온 길입니다. 귀애고택이 아주 멋집니다. 지방문화재라 하네요. 역사와 어우러진 예술작품을 만끽하는 길이죠.

‘도화원길’은 그야말로 꽃길입니다. 봄날, 도화가 만발한 풍경을 상상해보세요. 넓은 복숭아밭이 펼쳐진 모산 골짜기의 정경 속으로 난 아지랑이와 같은 환상의 길이지요.

다섯갈래 행복길을 보면요, 절로 웃음이 나오고, 마을을 사랑하는 작가들의 정을 느낄 수 있어서 신기해요. 동네역사와 마을 주민들의 기증유물로 꾸며진 ‘마을사 박물관’에는 농촌지역의 옛 살림살이 도구와 농기구들이 잘 펴져 있지요. 마을 어르신들의 핸드 프린팅이 되어 있는 ‘위대한 손’은 이 마을 사람들의 농사로 굵어진 손들을 보여줍니다. 농산물판매와 마을 주민들이 만든 전통 규방공예 문화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알록달록 만물상’도 있네요.

또 이 지역에 위치한 공산폭포(치산폭포) 풍경을 산수화 이미지로 표현한 공산폭포 공예작품, 농촌의 일상을 표현한 ‘신(新) 강산무진도’, 빈 집을 대나무를 이용해 소쿠리 짜듯 덮어 둥지 같은 ‘바람의 카페’, 동심의 세계로 환상여행을 떠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예쁜 시골버스정류장 등 다양한 예술작품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영천시는 4개 마을에 걸쳐 다섯 갈래 행복길에 조성된 다양한 미술작품들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트투어 차량과 아트자전거를 준비해놓았네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이 미술마을에는 시안미술관이 자리하고 있어 전국의 뛰어난 작가를 대상으로 한 수준 높은 예술작품들을 연중 감상할 수 있답니다. 시안미술관은 화산면 가상리에 위치하며 잔디조각 공원, 3층 규모의 전시관, 카페 등을 갖추고 있지요. 지역민들에게도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네요. 2005년 한국 여행작가협회로부터 ‘폐교를 활용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선정된 바 있답니다. 폐교를 활용, 고풍스러운 유럽식 건축물이 볼 만합니다.

올해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후원하고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한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 콘테스트 공모 사업(창체콘테스트)’에서 ‘알록달록 무지개미술관’ 프로그램을 내놓아 전국최우수상을 받기도 했지요. 전국 700여 박물관과 미술관이 참여해 최종 20개관이 선정되었는데 그 중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으니 대단하네요.

시안미술관은 학교 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과 사회문화예술교육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어린이들을 위해 이루어지는 스토리텔링과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어린이미술관 프로그램은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지요. 이번에 상을 받은 프로그램 또한 어린이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체험과 관람을 결합한 형태인 체험관람교육 프로그램으로 현대미술의 다양한 장르인 설치미술, 미디어 아트, 추상화 등의 의미 및 특성을 보다 재미있게 이해하기 위해 작품 앞에서 재미있는 실험 및 활동을 직접 해보는 프로그램이랍니다.

어쨌든 영천시는 이 별별미술마을을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부른답니다.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하면서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 정서함양과 휴식공간으로도 널리 애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하네요. 그래요. 더 나아가서는 영천 문화관광 인프라 구축으로 관광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네요.
글=이하석(시인·영남일보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고문)
▨ 도움말=영천문화원
공동 기획 : 영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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