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석의 電影雜感 (전영잡감)] 대기업 횡포 맞선 ‘작지만 분명한’ 외침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4-03-28   |  발행일 2014-03-28 제42면   |  수정 2015-01-30
20140328

‘또 하나의 가족’은 여전히 많은 청년이 입사하고자 욕망해 마지않는 ‘선망의 대기업’삼성의 유명한 슬로건이다. 그러나 이 슬로건이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등으로 조롱의 대상이 된 건 삼성이 저지른 일련의 부도덕한 사건들 때문이다.

이 일련의 사건은 2007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삼성 비리’ 고발의 주인공인 변호사 김용철씨가 2010년 초 ‘삼성을 생각한다’를 펴낸 데 이어 2012년 만화가 김수박씨와 김성희씨가 각각 ‘사람 냄새’ ‘먼지 없는 방’을 그려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김 변호사의 저작과 두 만화가의 작품 모두 몇몇 언론사에서 ‘석연찮은’ 이유로 광고거부를 당했다. 과거 독재 정부가 언론을 탄압해 언론이 스스로 검열했던 것처럼 이제는 자본 권력이 언론을 검열하는 구조가 답습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또 하나의 가족’에서 ‘또 하나의 약속’으로 제목을 바꿔 개봉한 김태윤 감독의 영화에서도 비슷한 일이 이어졌다.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故) 황유미씨의 사연을 다룬 이 영화는 제작 과정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민감한 소재를 선택함으로써 투자사들이 꺼린 탓에 크라우드 펀딩으로 종잣돈을 마련했고, 뜻있는 개인 기부자의 힘이 모여 어렵게 개봉까지 했다. 그러나 과거의 전례를 보건데 높은 예매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개봉관이 잡히는 등 직간접적인 ‘외압’을 쉬 예상할 수 있었다.

여기 ‘또 하나의 가족’을 그린 ‘또 하나의 영화’가 이어 개봉했다. 황유미 씨의 기일이기도 한 지난 6일 개봉한 홍리경 감독의 ‘탐욕의 제국’이 그것이다. 제4회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이 작품은 삼성반도체 공장의 산업재해 문제를 다큐멘터리답게 우회하지 않고 ‘직접’다뤘다.

지난 주말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에서 ‘탐욕의 제국’을 관람했다.(삼성을 직접 거론한 영화의 운명처럼 멀티플렉스관의 외면 속에 전국에서 겨우 20개 남짓한 극장밖에 잡지 못한 이 영화를 다행히 대구에선 볼 수 있었다. 동성아트홀이 있다는 건 대구에 사는 영화광으로 ‘벼락 같은 축복’이다.) 관객의 의문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대신 피해자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전해 오히려 더 큰 ‘분노’가 느껴지는 수작이었다.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밝힌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발언은 앞으로도 더 크고 선명하게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공중파 뉴스와 주요 일간지에선 보기 힘든, ‘20:80’을 넘어 ‘1:99’로 폭주하는 대기업의 횡포를 겨냥한 ‘작지만 분명한’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할 이유다.

독립영화감독·물레책방 대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