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염색공단 이전’

  • 이준영
  • |
  • 입력 2014-04-04 07:13  |  수정 2014-04-04 10:43  |  발행일 2014-04-04 제1면
인근 주민 건강 악영향
업체들도 주차난 호소
20140404
대기오염을 유발해 인근 주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전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는 대구염색공단 전경. <영남일보 DB>

최근 환경과학연구원의 대구염색산업단지(대구 서구 비산동) 주변지역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 산단 주변지역 환경이 주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구염색공단 이전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대구염색공단 이전은 오래 전부터 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과 업체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낙동강 문제와 예산 등 현실적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이하 염색공단) 측은 장기적 관점에서 공단 이전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단이 조성된 지 30년이 지나 공장과 시설 노후화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대기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경우 딱히 막을 방법이 없어 공단 이전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정명필 염색공단 이사장은 “염색공단 자체적으로도 대기환경규제에 맞춰 환경설비를 갖추는 등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굴뚝을 통해 번지는 연기는 관리가 힘든 부분이 많아 공단 인접주민들은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보게 된다”며 “산업단지 내 만성적인 주차문제와 용지부족은 염색업체들의 경쟁력을 가로막는 요인이기도 한 만큼 공단 이전을 마냥 뒷전으로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좁고, 낡고, 해롭고 … 이전만이 살길

 

이전 필요성 공감대 … 예산·오수문제 걸림돌
염색산업 경쟁력 강화 위해 대구시 적극 나서야

 

실제로 산업단지의 주차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중심 4차로 도로는 길가에 주차된 차와 업체에서 밖에 내놓는 원단으로 인해 차가 지나다니기도 힘든 곳이 많다. 2012년 대구경북연구원에서 발표한 ‘대구염색산업단지 재정비 방안’에서도 ‘대구염색산단은 주차장이 부족해 이중·불법주차로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으며 대중교통도 불리하다. 불법주차는 주차장 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 업체 대표는 “공단이 조성될 당시엔 주차가 전혀 문제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생활환경이 바뀌어 대부분 차를 갖고 다닌다. 하지만 산업단지는 좁고 주차할 곳도 없어 직원들이 주차를 위해 1시간 이상 일찍 출근하는 일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업체는 총 125개. 열병합발전소와 공동폐수처리장을 갖춰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데다 스팀 단가도 다른 곳에 비해 최대 30% 이상 싸 염색업체에 최적의 입지 조건이다. 이 때문에 산업단지 안으로 입주를 희망하는 업체 또한 상당하다.

 

문제는 용지부족이다. 이들이 입주할 공간은커녕 현재 입주해 있는 업체가 원단을 보관할 장소마저 부족한 상황이다. 사업규모가 커지고 업계환경은 바뀐 반면 30년째 용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예전보다 사업이 위축된 염색산업 발전을 위해선 산업단지 밖에 있는 업체도 한곳에 모여 공생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다른 공단에 있는 염색업체의 경우 지금까지 부도난 곳도 꽤 되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 채산성이 안 맞기 때문이다. 염색단지는 그나마 공단 안에서 집적효과를 보기 때문에 사업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라며 “염색업체는 환경규제도 심해 이전이나 확장이 어렵다. 새로운 공단 조성은 염색업체 경쟁력을 높여 결과적으로 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무엇보다 오수가 낙동강 수계로 흘러가 부산·경남지역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단 점이다. 실제로 2000년대 초 대구와 부산·경남지역은 위천 공단 문제로 크게 갈등을 겪은 바 있다. 2005년 염색공단이 본격적으로 공단 이전을 추진할 당시에도 낙동강 문제는 가장 큰 고려사항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와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은 현실에서 공단 이전을 다시 추진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전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도 문제다. 2006년 한국산업관계연구원이 실시한 ‘대구 염색공단 이전 타당성 연구’ 자료를 보면, 공동시설 이전에 따른 비용만 1천830억원이 들며 총사업비는 1조1천886억원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 것이며 업체들 역시 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염색공단의 자체 설문조사 결과 공단 이전에 찬성하는 비율은 60%였지만, 추가 비용 부담 시 이전에 찬성하는 비율은 24%로 현저히 낮아졌다.

 

홍석준 대구시 창조과학산업국장은 “공단 이전은 과거 위천공단 문제에서 보듯 낙동강과 밀접히 연관돼 있어 굉장히 예민한 문제다. 어느 지역으로 가든 이 문제는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어 힘든 부분이 많다”며 “다만 현재 염색산업단지가 겪고 있는 문제는 시에서도 충분히 인지를 하고 있다. 정부 부처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심재생사업과 노후산업단지재생사업을 올 하반기까지 동시 추진해 염색산업단지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영기자 jy2594@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