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시의 조직 개편(안)과 오픈 데이터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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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11   |  발행일 2014-08-11 제29면   |  수정 2014-08-11
[기고] 대구시의 조직 개편(안)과 오픈 데이터 경제
박한우<영남대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장>

대구시가 발표한 조직 개편(안)을 보면, 도시의 소통 능력과 시민 행복의 체감도를 높여서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그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여전히 재화 중심의 전통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바야흐로 데이터가 경제의 핵심이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데이터의 적극적 개방과 체계적 유통으로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세계은행이 지난 6월25일 발표한 ‘경제 성장을 위한 오픈 데이터’ 보고서를 살펴보자. 세계은행은 데이터 공개정책으로 경제가 활성화된 사례를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유럽연합이 공공 데이터의 재활용에 관한 지침을 여타 규정과 마찬가지로 협의적으로 처리했던 2008년에는 관련 시장이 280억유로와 7% 성장에 머물렀다. 그러나 해당 지침을 데이터의 적극적 재활용으로 개정한 이후에는 연간 400억유로까지 증가했다.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데이터 공개를 통해서 7개 분야에서만 연간 최소 3조달러, 최대 5조달러의 새로운 수익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교육, 교통, 소비재, 전자, 에너지(원유·가스), 헬스케어, 소비자 금융 분야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제 개별 국가의 상황을 보자. 영국은 2013년도 발표에서 오픈 데이터가 연간 18억파운드의 직접적 경제 혜택과 68억파운드의 간접적 파급 효과에 이른다고 전망했다. 딜로이트 컨설팅 회사가 영국의 오픈 데이터 기업 230개를 조사한 결과, 이 기업들은 15개에 이르는 독자적 비즈니스 영역을 창조하고 있었다. 스페인에서는 오픈 데이터 경제의 최상위 서비스인 소위 ‘정보 중개인’ 영역에 최소 150개의 회사가 활동 중이며, 4천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되고, 매년 3억3천만유로에서 5억5천만유로의 경제 효과가 나타난다고 발표했다.

뉴욕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 활동하는 오픈 데이터 기업이 500개이며, 이 가운데 3분의 2는 최근 5년 이내에 설립되었다고 한다. 부동산 회사인 질로(Zillow)는 좋은 사례다. 이 회사는 주택 보유자, 구매자, 판매자, 임대업자, 중개업자, 대부업자, 땅 주인, 감정평가사에게 꼭 필요한 정보의 검색과 공유를 촉진하기 위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한다. 우편번호만 입력하면 학군과 안전도 등 부동산 관련 정보에 접근이 가능하다. 이 서비스는 1억1천만건이 넘는 미국 주택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현재 30억달러 이상의 자본을 시장에 유통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세계은행은 만약 데이터를 단순히 공개하는 것에 머문다면 시장은 반응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세계은행은 데이터 공개 정책이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 정부와 지자체가 최소한 4가지 유형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비즈니스가 필요한 데이터의 ‘공급자’가 되어야 한다. 둘째, 중앙정부·지자체·공기업·민간 영역에 산재한 중요한 데이터를 사회 전체에 원활히 배포할 수 있는 ‘리더’여야 한다. 셋째, 이용자·프로그래머·애플리케이션 개발자로 구성된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의 생태계를 육성할 수 있는 ‘촉매자’로 기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과 지자체 내외부에 존재하는 데이터 공개의 장벽을 극복하고, 공무원 스스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이용자’로 재탄생해야 한다.

1990년대 우리나라는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란 구호를 외치며 디지털 경제의 초기 정착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이 초고속 인터넷의 높은 보급률에 만족하며 샴페인을 터트리는 동안에 다른 국가는 정보화에서 데이터 경제로 달려가고 있었다. 구글과 같은 세계적 검색엔진은 진공관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다. 눈 깜박하는 사이에 우리는 북미와 유럽의 선진국보다 10여년 뒤처져 버렸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라는 경구를 상기하자. 지금이라도 데이터 시대의 도래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 개편이 무엇인지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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