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석의 電影雜感 (전영잡감)] 어느 영화음악 칼럼니스트의 죽음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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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05   |  발행일 2014-09-05 제42면   |  수정 2015-01-30
20140905

지난달 9일 대구가톨릭병원에서 한 명민한 영화음악 칼럼니스트가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났다. 나는 그 소식을 2주나 지나 알게 되었다. 그것이 좀 비통하다. 너무나 일렀던 요절에 가족이나 지인들조차 알릴 경황이 없었으리라. 그의 지인이 SNS에 올린 것처럼 “귀여운 소녀의 아빠, 사랑스러운 아내의 남편, 집안의 막내, 밴드 ‘서울본사’ 형제들의 맏형”이었던 그는 그렇게 안타깝게 눈을 감았다.

그의 이름은 김관희, 겨우 향년 44세. 너무나 이른 죽음이다. 그는 1971년 대구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영화와 음악 작업을 병행했다. 96년 영화음악 전문웹진 ‘OST-BOX’를 론칭했으며, 2005년에는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음악감독 마스터클래스’ 프로그램 모더레이터로 활동했다. 2007년에는 ‘로보트 태권브이’의 OST 디지털 복각작업에 참여했으며, 영면하기 전까지 영화음악 전문 웹사이트 ‘OST-BOX’ 대표와 영화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발히 활동하며 지역 유일의 데일리 클래식 방송인 대구 KBS라디오 ‘노래의 날개 위에’에 금요일마다 게스트로 출연해 다양한 영화음악을 청취자에게 들려주었다.

한편 그는 박주원(V), 우승철(G), 장희원(B)과 함께 꿈꾸는밴드 ‘서울본사’에서 드럼을 연주하며 종횡무진 무대를 누빈 음악가이기도 했다. 죽기 며칠 전에도 충남 춘장대해수욕장에서 열린 여름문화예술축제에 서기도 했었다.

고백하건대 나는 아마 그를 만나지 못했다면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2002년부터 2003년까지 6개월 동안 그에게 디지털 영상편집을 사사받았다. 그후 그가 만든 ‘골통픽쳐스’에서 조연출로 활동하게 해주었고, 그의 배려로 2003년 OST-BOX에 영화음악 리뷰가 실리기도 했다. 지면을 통해 처음 밝히는 얘기지만 내 첫 연출작 ‘네 골통이 어디로 가긴’은 그의 영화 ‘내 골통은 어디로 갔나’에 대한 오마주였다.

그가 2007년 펴낸 ‘영화음악은 나의 힘’은 단언컨대 한국영화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책이다. 김준석, 복숭아(방준석), 원일, 이병우, 이동준, 이재진, 조영욱, 조성우, 한재권 등 한국의 영화음악가 9명을 인터뷰해 그들의 작품세계를 평한 책으로, 영화음악에 대한 오랜 애정이 없다면 절대 쓸 수 없을 그 책을 보고 나는 지난해 대구예술발전소 도큐먼트 프로젝트 ‘만권당’ 예술감독 시절 일말의 망설임 없이 그를 ‘만권강’ 강사로 초대했고, 그는 다양한 기자재를 준비해 관객들에게 멋진 강의로 보답해주었다.

그의 유작이 될 ‘서울본사’ 앨범을 남은 멤버들이 작업 중이라고 한다. 나는 눈 밝은 출판사가 알아봐주기를 기대하며 그가 ‘영화음악은 나의 힘’ 이후 묶은 유고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영화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그의 명복을 빌어주면 좋겠다.

독립영화감독·물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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