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2천원 인상 소식에 “이참에 전자담배로 갈아탈까”

  • 최우석,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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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13 07:23  |  수정 2014-09-13 07:23  |  발행일 2014-09-13 제6면
금연효과 보다 전자담배 시장 ‘풍선효과’우려
청소년 건강 위협 판매규제 등 필요
담뱃값 2천원 인상 소식에 “이참에 전자담배로 갈아탈까”
정부가 내년부터 담뱃값을 인상하기로 하면서 흡연자들이 대체수단으로 전자담배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한 시민이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고기를 못먹으니 두부라도 먹는 심정으로 전자담배를 피우려고요.”

정부가 내년부터 담뱃값 2천원 인상 방안을 발표하자, 흡연자들 사이에 전자담배 등 대체 수단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고 있다.

일각에선 담뱃값의 큰 폭 인상으로 금연효과가 발생하기는커녕 ‘전자담배’ 시장이 성장하는 ‘풍선효과’가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2일 오후 대구 수성구의 한 전자담배 매장. 20~50대 남성과 20대로 보이는 여성 등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찾았다. 이들은 전자담배를 직접 시연하고, 기계와 액상 가격 등에 대해 문의를 했다. 김진환씨(43)는 “담배값 인상이 결정되면서 이참에 평소 고민해오던 전자담배로 바꿀까 하고 매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전자담배 매장 사장은 “어제 담뱃값 인상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문의전화와 매장 방문손님이 부쩍 늘었다”며 “7만~15만원인 기계만 구매하면 일반 담배 20갑 용량의 액상을 3만5천원에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과 SNS에서도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까지 오르는 등 전자담배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심지어 온라인 상에선 전자담배에 들어갈 액상을 값싸게 직접 제조하는 방법까지 퍼지고 있다.

외국 담배 업계는 이미 전자담배 영역을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보고 있다. 미국 2위 담배업체인 ‘레이놀즈 아메리카’는 전자담배를 소유한 세계 3위 담배 제조업체 로릴라드를 인수하기로 결정했으며, 필립모리스도 올 하반기 전자담배 출시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전자담배에 대한 위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식품의약청(FDA)은 전자담배의 성분, 안전성 표준 등을 공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을 만드는 데 최소 4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6일 전자담배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강력한 규제를 촉구한 바 있다.

WHO는 보고서를 통해 공공 실내장소와 직장에서 전자담배 흡연을 금지하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며, 미성년자에 대한 판매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자담배가 청소년과 태아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금전적 부담이 커질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전자담배와 기존 담배를 함께 피우는 ‘복합 흡연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려대대학원 보건학과와 서울대병원 강남센터가 전자담배를 피우는 중·고생 2천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학생의 75.4%, 여학생 67.3%가 각각 복합흡연자였다. 상당수 청소년에게 전자담배는 실제 흡연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번 담뱃값 인상은 종전보다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전자담배 시장으로의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전자담배의 마케팅, 판매를 규제하는 한편 담뱃값 인상으로 타격을 볼 저소득층에 대한 적극적인 금연 유도정책을 펴야한다”고 조언했다.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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