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사랑에 대한 모든 것 · 슈퍼처방전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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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12   |  발행일 2014-12-12 제42면   |  수정 2014-12-12
[신작 대결] 사랑에 대한 모든 것 · 슈퍼처방전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지금은 남이 된, 스티브 호킹을 있게 한 여인

제작사 워킹 타이틀이 만든 영화가 여타 로맨틱 코미디 영화와 차별되는 지점은 사랑과 결혼에 대한 담론을 이성간의 사랑을 넘어 인생과 삶을 보여주는 데 있다. 사랑으로 인해 많은 것이 변화될 수 있다고 말한 ‘러브 액츄얼리’가 그랬고, 30대 여성의 당당한 사랑 찾기를 보여준 ‘브리짓 존스의 일기’, 또 ‘어바웃 타임’을 통해선 인생을 살아가는 지금의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까지 전했다.

세계적인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그의 곁을 지킨 여인 제인 와일드의 이야기를 담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역시 워킹 타이틀이 천착해온 장르적 연장선에 있다. 영화는 스티븐과 제인의 이성간의 사랑뿐 아니라 예기치 않게 찾아온 절망의 순간에도 사랑과 희망을 잃지 않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묵직한 감동으로 풀어간다.

1963년, 옥스퍼드대학교(박사과정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마쳤다)에 다니던 촉망받는 물리학도 스티븐 호킹(에디 레드메인)과 인문학도 제인 와일드(펠리시티 존스)는 파티에서 처음 만나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진다. 완벽한 커플로 사랑을 키워나가던 어느 날, 스티븐은 루게릭병 선고를 받고 2년 안에 죽을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과학자로서의 미래와 영원할 것 같은 사랑, 모든 것이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고 생각한 스티븐은 낙심한다. 하지만 제인은 그런 그의 곁에서 변함없는 사랑과 믿음을 보여주며 그의 삶에 기적을 일으킨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스티븐 호킹이 이룬 눈부신 업적보다는 그가 그러한 삶을 살 수 있게 만들어준 제인과의 사랑에 주목한다. 사실 스티븐은 제인과의 결혼 후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세계가 놀랄 만한 연구 성과를 줄줄이 발표했다. 그 점에서 이 영화는 스티븐 호킹의 전기영화라기보다는 별다를 것 없는 남녀의 사랑을 다룬 로맨스물에 가깝다. 다만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고통과 위기를 극복하기까지의 과정은 평범하고 익숙하지만 흥미로운 방식으로 담겨진다.

워킹 타이틀이 만든 사랑이 주제가 된 영화답게 매 장면은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불같이 열정적인 청춘 남녀의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슬픔이 포함된 애틋한 사랑 등 제목처럼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담는다. 특히 휠체어에 의지한 스티븐 호킹의 모습만 기억하고 있는 대중에 별들이 유난히 아름답게 반짝이던 야외 축제를 배경으로 춤을 추는 스티븐과 제인의 첫 데이트 장면은 무척이나 인상깊게 다가온다.

스티븐 호킹의 삶은 제작자라면 누구나 욕심을 낼 만한 드라마틱한 소재다. 2년이라는 시한부 삶을 이겨냈고, 이후 ‘블랙홀은 검은 것이 아니라 빛보다 빠른 속도의 입자를 방출하며 뜨거운 물체처럼 빛을 발한다’는 학설로 현대물리학에 혁명적 이론을 제시한 점도 그렇다. 하지만 영화는 스티븐 못지않게 힘든 삶을 살아왔던 제인의 존재에도 무게감을 싣는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고 갈등을 겪고 또 이를 극복하는 모습은 그래서 숭고하기까지 하다.

사랑과 믿음, 희망과 행복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비록 스티븐과 제인이 이혼을 했지만 어느 연인보다도 완벽한 사랑과 행복을 일궈왔고, 희망과 믿음으로 서로를 끌어안은 두 사람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경이로운 결과까지 만들어냈다. 영화는 그 과정을 두 사람의 상황과 각자가 느끼는 감정으로 균형 있게 유지해가며 시종 담백하게 담아간다. 누구보다 제인을 사랑하지만 자신 때문에 그녀를 힘들게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그녀를 떠나 보내려 하는 스티븐, 스티븐의 곁에서 그를 지키며 함께 일어서고 싶었던 제인을 충분히 공감하게 되는 이유다.

연극으로 데뷔해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였던 에디 레드메인은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을 통해 스티븐 호킹의 비범한 면모는 물론, 사랑의 감정에 설레는 모습과 절망의 순간을 희망으로 이겨내는 모든 과정을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완벽히 소화해냈다. 이는 그의 연기 인생에 있어서도 대단히 흥미롭고 의미있는 도전일 듯하다. 펠리시티 존스 또한 정신적인 고통을 감내하며 강한 면모를 보여주는 제인 역을 나약함과 강인함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가며 인상깊은 연기를 선사했다. (장르:로맨스 등급:12세 관람가)


[신작 대결] 사랑에 대한 모든 것 · 슈퍼처방전



슈퍼처방전

건강염려증 이 남자, 보다 보면 웃음 나온다

인터넷 의학 사전의 전문 사진가인 로망(대니 분)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모든 것이 바이러스투성이라 여기는 결벽증과 건강염려증이 병적일 정도로 심하다는 것. 여러 사람이 만지는 물건과의 접촉은 무조건 피하고 몸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바로 응급실로 향한다. 이성과의 키스마저 바이러스가 옮을까 싶어 꺼릴 정도니 말 다했다. 한마디로 존재 자체가 민폐인 진상 캐릭터다.

‘슈퍼처방전’은 그런 로망의 특이한 행동으로 인해 발생되는 좌충우돌의 에피소드를 경쾌한 터치로 담아간다. 로망은 예측불허의 독특한 성격을 지닌 탓에 몇 안되는 지인조차 그를 기피 대상으로 꼽는다. 워낙 그와 관련된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주치의인 드미티리(카드 므라드) 또한 18년 동안 그를 안쓰럽게 지켜봐 왔지만 이젠 한계에 다다랐다. 드미트리는 로망에게 여자를 찾아주고 어떻게든 그와의 관계를 끊으려고 한다.

로망의 건강염려증에 주목해 정신 없는 소동극으로 출발한 영화는 차츰 정체성이나 남녀의 로맨스로 전개된다. 드미트리가 정치 망명자들을 돕는 의료 캠프에 로망을 데려가면서부터다. 로망은 이곳에서 체르키스탄의 혁명 지도자 안톤과 신분증이 바뀌면서 인생 최대의 위기이자 기회를 맞는다. 동시에 영화 역시 흥미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오빠인 드미트리와 함께 봉사활동을 펼치던 안나(엘리스 폴)는 로망을 전쟁 영웅 안톤으로 오해하게 되고, 로망 역시 첫눈에 반한 안나를 놓치기 싫어 거짓 영웅 행세를 한다. 재밌는 건 로망이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돼 난생 처음 더러운 환경에 적응하고, 이후 수용소를 탈출하는 과정에선 액션 히어로 못지 않은 모험 활극까지 펼친다는 점. 리드미컬하게 진행되는 이 일련의 과정들은 꽤나 유쾌하고 기발하다.

‘슈퍼처방전’은 최근 프랑스 코미디 영화가 천착하고 있는 장르적 형식과 구조의 명맥을 잇는다. 웃음과 공감 코드를 이야기 속에 녹여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언터처블: 1%의 우정’ ‘컬러풀 웨딩즈’ 등과 맥을 같이 하며 프랑스 코미디는 다소 심심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화장실 유머로 대표되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와 차별된, 웃다 보면 공감되고 행복함을 느끼게 되는 묘한 매력의 영화로 말이다.

이 영화의 연출·각본·주연을 맡은 대니 분은 결벽증과 건강염려증을 앓고 있는 실제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 덕분에 상황과 대사에서 전해지는 재치와 익살스러움은 사실감과 함께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대니 분은 인간관계를 힘들어하는 로망이, 그것도 의학 사전용 사진가인 남자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를 위해 활용한 다양한 장르의 관습은 주효했다. 주인공을 변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아넣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개선시키는 모습들로 가슴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다.

이는 이 영화의 미덕이기도 하다. 로망의 다이내믹한 인생역정을 쫓다보면 나도 모르게 정신 없이 웃게 되면서도, 한순간 마음까지 어루만져주는 치유의 미소로 변하게 된다. ‘슈퍼처방전’은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펼친 대니 분의 존재감에 크게 기댔다. 그는 자신의 주특기인 코미디 연출과 연기는 물론, 박진감 넘치는 장르적 재미까지 더했다.

평범함을 거부하고 웃음으로 중무장한 로망의 모습은 특히나 관객들에게 흥미롭고 인상적인 캐릭터로 기억될 듯하다. 또 다른 프랑스 코미디 영화의 출현을 기다리게 만드는 흥미로운 엔터테이닝 영화의 등장이다.(장르:코미디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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