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데 기름 붓나…카드사 줄줄이 연말정산 오류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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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27   |  발행일 2015-01-27 제16면   |  수정 2015-01-27
BC·삼성·하나·신한카드
공제항목 제대로 분류안해
고객 사용액 대거 누락
결제액 규모 1천 631억원 290만명 재정산 할 판
‘뿔’난데 기름 붓나…카드사 줄줄이 연말정산 오류

직장인 이모씨(여·35)는 지난 23일 오후 BC카드사로부터 사과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대중교통 사용액이 국세청 간소화서비스 자료에서 누락됐으니 번거롭더라도 자사 홈페이지에서 출력하라는 내용이었다. 황당하게도 이때는 이미 이씨가 연말정산 서류를 회사에 제출한 이후였다.

이씨는 “대중교통 사용액 12만원 정도가 누락됐다고 문자메시지가 왔다”면서 “가뜩이나 연말정산으로 유리지갑인 직장인들에게만 세금 부담을 지워 짜증 나는데, 카드사 잘못으로 두 번 연말정산을 해야 하는 꼴이 되니 정말 어이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C카드에 이어 삼성·하나·신한카드에서도 연말정산 과정에서 고객들의 사용액이 대거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13월의 세금폭탄’ 논란에 이어 카드사의 오류까지 겹치면서 연말정산을 둘러싼 직장인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오류가 확인된 직장인들이 제대로 정산을 받으려면 관련 증빙서류를 다시 작성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오류가 확인된 카드사는 BC·삼성·하나·신한카드 등 총 4개사다. 이로 인해 약 290만명이 연말정산을 다시 해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됐다. 결제액으로 치면 1천631억여원에 이른다.

지난 23일 발생한 BC카드사의 대중교통비 누락 오류에 이어 삼성카드와 하나카드에서도 대중교통 사용금액 누락이 발생했다. 삼성카드는 48만명이 사용한 174억원이 누락됐으며, 하나카드도 52만명, 172억여원의 대중교통 이용액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BC카드는 170만명의 650억원에 달하는 대중교통비가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에 제대로 분류되지 않았다. 이들 3개 카드사의 대중교통비 오류 규모를 합치면 고객 총 270만명, 결제금액은 거의 1천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삼성카드의 경우 SK텔레콤에서 포인트연계 할부(폰세이브) 서비스를 활용해 통신단말기를 구매한 금액도 국세청에 통보되지 않아 12만명의 416억원이 누락됐다. 통신단말기 관련은 2013년분도 6만7천명, 219억원의 소득공제 대상 금액이 누락됐다.

신한카드에는 전통시장 사용금액이 제대로 정산되지 않아 간소화서비스에 실제 사용한 것보다 적은 금액이 집계됐다는 고객들의 민원이 접수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오류 규모는 640여명, 2천400만원 상당이다.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이유는 카드사들이 국세청에 관련 정보를 넘기는 과정에서 공제항목들을 제대로 분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세청에서 카드 결제내역 정보를 일괄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카드사별로 정리한 데이터에 오류가 있어도 이를 사전에 걸러낼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들 카드사는 고객들에게 사과문을 보내는 한편,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국세청에 정정한 데이터를 각각 통보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세청의 연말정산 서류 마감은 내달 초이지만 이미 많은 기업이 지난 23일 이전에 소속 직원들의 연말정산 관련 증빙서류 접수를 마감한 상태다. 이에 따라 연말정산 관련 오류가 확인된 직장인의 경우 제대로 공제를 받으려면 이미 관련 서류를 제출했더라도 다시 보완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불편이 예상된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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