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똘아빠의 식도락] 에일 맥주의 계절

대구 중구 대봉동 ‘쇼디치’의 에일맥주.

대구는 이미 여름의 한가운데 우뚝 선 느낌이다. 올해 들어서 벌써 폭염주의보가 두 번이나 발령될 만큼 무더운 날이 이어지고 있다. 언젠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의 합성어)란 말이 실감난다.

이 계절이 다가오면 늘 시원한 음식이 생각난다. 배앓이란 반갑지 않은 손님이 따라다니지만 점심시간에는 냉면을 먹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는 모습이 일상적이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주당들은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종일 더위에 시달린 심신을 달래본다. 술을 마시면 체온이 상승해 결과적으로는 더 덥게 되지만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맥주 한 잔은 도저히 뿌리치기 힘든 달콤한 유혹이다.

큼지막한 500㏄잔에 담긴 생맥주를 꿀꺽꿀꺽 비워내는 것도 좋고, 냉장고의 냉기를 고스란히 머금고 있는 병맥주도 좋지만, 요즘은 ‘에일 맥주’에 푹 빠져들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라거 맥주는 맥주발효가 끝나면서 가라앉는 효모를 사용해서 만드는 하면 발효 방식인 데 반해 에일 맥주는 통 위쪽에서 효모를 발효시키는 ‘상면 발효 방식의 맥주’라고 한다.

라거 맥주는 풍부한 탄산으로 청량감이 강하고 에일 맥주는 탄산은 적지만 깊고 진한 향과 쓴맛이 특징이다. 두 가지 맥주를 앞에 두고 비교하면서 마셔보면 에일 맥주와 라거 맥주의 차이가 어떤 건지 짐작이 간다. 대구에도 하나둘씩 에일 맥주 전문점이 생겨나고 있다는 건 맥주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대봉동에 있는 ‘쇼디치’는 다양한 에일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탁 트인 공간과 천고높은 인테리어와 친절함도 좋지만 무엇보다 신선한 에일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마음에 드는 곳이다. 대봉동 이외에 종로통 금고골목 쪽에도 한 군데 더 있다.

에일 맥주 중에서도 특유의 쌉쌀한 맛이 강한 편인 모자익 IPA, 에일 맥주 특유의 쌉싸름함 뒤에 은은한 꽃내음이 풍기는 인디카, 달콤한 꿀맛이 은은하게 감도는 골든 에일, 향긋한 과일향이 감도는 런던 프라이드 등이 쇼디치를 대표하는 에일 맥주다.

맥주전문점인 만큼 개성있고 맛난 안주들도 탄탄하다. 치킨, 버거, 스테이크 등의 친숙한 안주와 쇠고기를 넣은 멕시코식 요리인 만조 퀘사디아, 맥주 반죽으로 튀겨낸 영국식 생선요리인 피시 앤 칩스 같은 개성만점의 안주들이 맥주 맛을 더욱 돋워주고 있다. 이번 여름 쇼디치에서 시원한 맥주로 더위를 식혀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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