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소재 국산화 최초 성공…항공우주·기계부품 등 폭 넓게 활용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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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03 08:36  |  수정 2015-06-03 09:36  |  발행일 2015-06-03 제21면
■ 국내 유일 제품 개발에서 판매까지 극동씰테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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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탄소 시장의 성장이 본격화되면서 지역기업들의 활약도 돋보이고 있다. 극동씰테크<주>는 ‘자동차 브레이크시스템 진공펌프용 탄소부품’으로 탄소 소재 관련 국내 최초·최다 지식재산권 보유 등 관련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경북PRIDE상품으로 지정된 로터&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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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용 카본 제품인 ‘Rotary Valve&Valve seat’. <경북PRIDE상품 지원센터 제공>

탄소(Carbon)는 산업용·가정용 제품을 생산할 때 흔히 쓰인다. 대표적 화석 연료인 석탄, 연필심, 보석함의 다이아몬드, 정수기의 활성탄 필터, 요리를 위한 숯까지 모두 탄소 소재로 이뤄져 있다. 일반적인 금속은 열에 변형되고 산소와 접촉하면 산화되지만 탄소는 400℃ 이상이 돼도 열변형이 없고 산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가벼우면서 내마모성이 아주 뛰어나 친환경 소재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탄소 소재는 기술발전에 따라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항공우주·원자력 발전뿐 아니라 다양한 기계부품으로 넓게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탄소 소재는 ‘미래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국내 기업들은 탄소 활용 제품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탄소 소재를 기초 원료부터 최종 제품으로 생산하기까지는 응용가공기술 등 기술애로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최초로 탄소 소재 국산화에 성공한 경북 지역 기업이 화제가 되고 있다. 경산에 위치한 극동씰테크<주>는 국내 유일 탄소 소재 제품 개발, 사업화, 제품 판매까지 이뤄낸 기업으로 산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업체다.

기계구조용 탄소 소재 분야는
中企가 성과낼 수 있는 틈새시장
“변화만이 재도약의 기회라고 생각”
신기술 SQ인증 받으며 성장 시작

車 진공 펌프용 부품 ‘로터&베인’
마모·약품에 강해 긴 수명 특징
회사 대표 제품인 ‘카본용 씰링’은
가공없이 정확한 규격 생산 가능

폴크스바겐용 고속 고압 회전용 씰
2017년 생산 목표 개발 완료 상태


◆품질·가격 모두 경쟁력 갖춰

극동씰테크의 제품은 수입품과 동등하거나 매우 뛰어난 품질이지만 가격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는 극동씰테크만의 성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고객사의 원가절감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업체가 1999년 문을 열었을 때 당시 처음 생산한 제품은 탄소 소재를 적용한 제품 ‘메카니컬 씰(Mechanical Seal)’이었다. 펌프, 냉동기 등에 장착되어 이송유체(물, 기름, 가스)의 양을 조절하거나 누설을 방지해주는 핵심부품인 이 제품에는 극동씰테크만의 기술이 담긴 탄소 소재가 사용된다. 메카니컬 씰은 탄소 소재 산업의 선두로 올라서게 한 계기가 됐으며 현재까지도 총 460여 종이 생산되고 있다.

이후 극동씰테크가 선택한 산업 분야는 기계구조용 탄소 소재다. 업체 측은 기계구조용 탄소 소재가 최근 탄소 소재 개발이 본격화된 국내 상황에 적합하고 중소기업이 도전해 현실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틈새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경북PRIDE상품으로 선정된 자동차 진공 펌프용 로터&베인(Rotor&Vane, 일종의 바람개비 역할을 하는 부품)도 탄소 소재를 활용한 제품이다. 금속제를 사용한 펌프에 비해 마모와 약품에 강해 수명이 긴 것이 특징이다.

물론 자동차 분야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전자, 전기, 일반 산업기계 등 다방면에 탄소소재의 장점을 적용해 생산 중이다. 극동씰테크가 기계구조용 탄소 소재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최초, 유일 기업인 만큼 이전에는 모두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들이다.

극동씰테크의 대표 제품인 ‘카본용 씰링’은 별도의 기계가공 없이 정확한 규격의 생산이 가능하고, 긴 수명과 열에 의한 변형이 적으며, 화학적으로 내식성이 탁월하다. 카본 베어링은 작업온도 제한이 따르지 않고, 액체 윤활유 사용 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으며, 유체가 부족한 상태에서도 두드러진 윤활작용을 해 폭넓은 응용범위를 가진다. 카본제품은 플라스틱 제품처럼 복잡한 형상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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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순 극동씰테크 대표

◆과감한 도전으로 성장

이 업체의 성장과정은 험난했다. 대기업에서도 탄소 응용제품을 국내에서 개발하지 않았기에 모든 과정을 직접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영순 대표는 “또한 자동차 분야 심사기준이 원래 까다로운데 탄소는 소재 특성상 더욱 엄격했다. 각종 기준에 맞추기 위해 전용기계를 설계하고 기계를 완성하기까지가 쉽지 않았고 직원들 모두가 개발을 말릴 정도로 기업이 어려운 상황을 맞기도 했다”며 “변화는 언제나 기존의 안정성을 흔들고 위기를 가져오는 것이며 반대로 변화만이 재도약의 기회를 만든다는 생각에서 개발을 밀어붙였다. 결국 탄소 응용제품 완성차 신기술을 개발해 SQ인증(Supplier-Quality Mark, 공급자 품질인증제도)을 받으며 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극동씰테크가 내세우는 업무 목표는 ‘P-D-C-A’다. 계획(Plan)-실행(Do)-점검(Check)-후실행(Action)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실수도 하고 경험을 기록으로 쌓으며 나은 생산과정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경량화, 친환경이라는 최근 산업트렌드에 따른 정부의 탄소 산업 육성정책도 극동씰테크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탄소소재 기술을 개발하고 업입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산·학·연 관계자들을 모아 탄소산업 생태계 조성 MOU를 체결했다. 극동씰테크는 이 MOU에 참여한 11개 기업 중 유일한 중소기업으로 이름을 올릴 만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경북도가 탄소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이 업체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탄소 클러스터 경우 구미의 IT산업과 부품소재 산업을 기반으로 탄소산업을 지역전략산업으로 키우는 프로젝트로 2019년까지 5천억원의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기본에 충실하며 전진

성장에 날개를 단 극동씰테크는 오늘도 한 발씩 전진하고 있다. 최근 이 업체는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품질을 엄격히 관리하는 과정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LG전자와 함께 개발한 카본 씰(Carbon Seal)을 생산하기도 했다. 또 폴크스바겐 승용차에 들어가는 고속 고압 회전용 씰이 개발완료 상태에 있으며, 2017년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8년에 이 업체는 부설 연구소를 설립하며 연구중심의 벤처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시작했다. 시험분석, 소재·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전문성을 키운 것이다. 최근에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세라믹기술원 등 관련 기관의 외부 전문강사들을 초빙해 주기적인 역량강화가 진행 중이다.

오랜 시간 탄소기술 연구를 통해 이 업체에서만 산업재산권 21건이 특허 등록됐다. 이는 탄소 소재 관련 국내 최고 수준이다. 방산 관련 국산화 개발확인서도 20여 건 확보했으며, 이런 기술개발에 대한 그 동안의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지식재산 연구개발(IP R&D)도 극동씰테크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탄소소재 분야의 주요 핵심 특허와 기술 흐름도를 파악하는 작업이다. 이미 탄소 소재 분야에서 국내 최다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미래의 로드맵을 미리 탄탄히 세워두기 위한 선제작업인 것이다.

이 대표는 “다양한 상을 받았지만 가장 받고 싶은 상은 극동씰테크 임직원들로부터 받는 최고의 CEO상이다. 경영자로서 기업을 잘 이끌어나가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탄소 소재는 중소기업이 이끌어나가기에는 분명 쉽지 않은 분야지만 도전해야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사회에 기여하고, 기업과 사람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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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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