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미의 브랜드스토리] 비비안 웨스트우드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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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15   |  발행일 2016-04-15 제36면   |  수정 2016-04-15
파격·도발·섹시패션, 일탈의 꿈을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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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5일 파리 패션위크에서 한 모델이 캣워크 도중 갑자기 옷이 흘러내려 상체가 노출되자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런웨이에 올라와 모델의 옷을 정리해주고 있다. AP

1971년 교사 생활 접고 패션에 첫발
펑크룩 창시자로 40여년 실험적 시도
티셔츠 위 속옷 착용과 비대칭 드레스
플랫폼슈즈·타탄체크 ‘트레이드 마크’

알몸에 망사드레스 입고 여왕 방문 등
평범 거부 ‘예측불허 70대 패셔니스타’
환경·사회문제에도 관심 다양한 활동

지난 3월, 파리의 한 컬렉션 무대 위에서는 난처한 의상 사고가 발생했다. 캣워크를 하는 모델의 옷이 흘러내려 본의 아니게 상체를 노출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패션쇼를 중단할 수는 없기에 그 모델은 계속해서 걸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때 디자이너가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와 당황한 모델을 살짝 안아준 후 모델이 입고 있던 옷을 다시 정리해 주었고, 잠시 중단되었던 쇼는 다시 시작될 수 있었다.

이 따뜻한 디자이너는 바로 영국패션의 대모이자 펑크스타일의 대표디자이너로 손꼽히는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이다. 그녀는 74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교원이던 그녀가 처음 패션에 발을 들인 것은 1971년, 당시 그의 연인인 말콤 맥라렌과 함께 런던 킹스로드에 첫째 숍, ‘렛 잇 락(Let it Rock)’을 낸 것이 그 시작이었다. 미국에서 공수한 빈티지 의상과 구제 제품을 리폼하여 펑크스타일로 만들어 판매하며 반항적인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고, 차차 영국의 테일러링과 프랑스 로코코의 복식 양식을 접목한 의상을 선보이며 펑크 패션을 창시하였다.

1990년 런던에 ‘비비안 웨스트우드’ 간판을 내 건 매장을 개장하기 전까지, ‘투 패스트 투 리브, 투 영 투 다이(Too Fast To Live, Too Young to Die)’ ‘섹스(Sex)’ ‘세디셔너리스(Saditionaries)’ ‘월드 엔드(World’s End)’ 등으로 여러번 이름을 바꾸며 스타일 변모를 해왔다.

개장 이후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포르노그래피를 연상시키는 고무와 가죽의상, 기성 세대에게는 금기시되었던 나치문양을 사용한 옷 등 주류 기성복에 반하는 컬트(Cult)패션을 창조하고, 가죽 끈 및 지퍼 등을 사용해 페티시즘을 자극하는 의상을 팔기도 하였다. 당시 펑크 열풍을 일으킨 그룹 ‘섹스 피스톨스’의 매니저로 활동한 말콤 맥라렌과 함께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그들의 무대 의상을 담당하며 펑크스타일의 유행을 선도하였다.

1979년 매장의 이름을 ‘월드 엔드’로 바꾸며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또한번의 변화를 꾀했다. 기존의 펑크스타일을 벗어나 전통 복식과 이국 문화의 패턴을 연구하며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한 것. 이때 해적에 심취해 있던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18세기 해적 시대의 남성복 재단법에서 영감을 받아 헐렁하고 비구조적인 셔츠, 바지 및 이각모 등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그녀는 상업성 있는 디자이너로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1983년에는 그녀에게 펑크 패션의 영감을 주고 패션계로 이끌어 주었던 연인 말콤 맥라렌과 결별했다. 그러나 1984년 10월 파리에서 발표한 ‘미니크리니S/S’ 컬렉션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시대를 앞서가는 디자이너로서 독창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후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디자인을 전개해 나갔고, 영국 왕실의 근엄함을 풍자하며, 영국 복식의 전통에 대한 애정과 현대 영국 문화의 보수성에 대한 조롱을 함께 나타내며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색깔을 차근차근 만들어나갔다.

그 결과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수여하는 O.B.E.(대영제국 제4급 훈장)를 수상했다. 이때, 속옷도 입지 않은 채 속이 비치는 망사 드레스를 입고 버킹엄 궁전에 수상을 하러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 전통 복식과 현대의 조화, 이국적인 문화와의 매치라고 할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문화를 비교·연구하여 영감을 얻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한 것이다. 특히 브래지어를 티셔츠 위에 덧입힌 스타일링과 같은 과감한 레이어링이나 양쪽의 균형이 맞지 않는 비대칭의 디자인을 도입하는 등의 시도는 기존의 틀을 깨고 패션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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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매시즌 새로운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우리를 즐겁게 하지만 브랜드를 대표하는 몇 가지 상품을 꼽아보자면 ‘입체적인 드레스’ ‘플랫폼 슈즈’ ‘타탄체크 및 ORB 로고를 새긴 가죽 제품’ 등이 있다.

그녀는 패턴을 놓고 소재를 재단하여 봉제해 만드는 일반적인 방법 대신 마네킹에 천을 대고 직접 주름을 잡고 다트를 넣는 등의 입체 드래이핑 방식을 선호하는데, 그 때문에 특유의 풍성한 입체감이 있는 드레스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플랫폼 슈즈에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디자인 철학이 담겨있는데, 그녀는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은 재미없고 지루하며, 멋진 하이힐을 신기 위해서는 아픔이나 불편함도 감수해야만 특별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1993년, 모델 나오미 캠벨이 40㎝가 넘는 높이의 플랫폼 슈즈를 신고 캣워크를 하던 중 넘어진 일은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는 사건이다.

타탄체크 또는 ORB로고는 사람들이 비비안 웨스트우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다. 자신의 남편 ‘안드레아스’의 이름을 딴 타탄체크무늬는 영국 복식을 현대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개발되었는데, 이후 다양한 컬렉션을 통해 선보이며 브랜드 대표 무늬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또한 ORB 로고는 ‘전통을 살려 미래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전통과 현대의 복식 양식을 매치하여 새로운 창조물을 탄생시키는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가장 잘 나타내는 표식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옷차림과 반항적인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각인된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그 이면에 환경문제나 사회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기부, 시위 참여 외에 자신의 컬렉션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프리밸런스·메지스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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