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금수산 망덕봉(해발 925m, 충청북도 단양군-제천시)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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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3   |  발행일 2016-05-13 제38면   |  수정 2016-05-13
“기암괴석·충주호…쉬엄쉬엄 오르다 뒤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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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덕봉을 오르면서 왼쪽으로 보이는 능선. 기암괴석의 능선 아래에 충주호가 내려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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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과 폭포로 이루어진 용담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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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면서 시시각각 모습이 변하는 독수리바위.

몸 가누기 힘든 돌풍에도 산행 강행
높이 30m 물줄기 용담폭포 지나자
바위틈 기어 오르는 암릉길의 연속

족두리바위 한 구간 뒤 독수리바위
보는 높이 따라 물개·수달로 달라져
정상서 보는 산군들과 충주호 탄성

변덕스러운 날씨에 잦은 비. 산행계획뿐 아니라 체육대회, 가족행사가 많은 계절에 속 끓이는 이들이 하늘 한번 쳐다보고 내뱉는 말. ‘요즘 날씨 왜 이렇노?’

비 예보가 있던 터라 걱정을 했더니 새벽녘에 비가 그쳤다. 다행이다 싶었는데 바람이 극성을 부린다. 전국에 강풍이 불어대던 지난 4월17일에 일행과 산행 길에 올랐다.

목적지로 향하다 휴게소에 들러 차에서 잠시 내렸는데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돌풍이 사방을 휘젓는다. 햇살이 달아오르면 좀 잦아들려나? 충주호를 따라 난 절경의 호반 길을 지나 들머리인 상천휴게소 주차장에 이르니, 골짜기 안이어서 그런지 다소 고요해진 듯하다.

금수산은 월악산 국립공원 북단에 위치한 산으로, 울창한 소나무 숲과 깨끗한 계류가 조화를 이루어 경관이 뛰어난 산이다. 월악산과 조금 떨어져 있지만 국립공원에 포함시킨 이유일 게다. 상천휴게소 아래 국립공원 탐방안내소 왼쪽 용담폭포, 금수산 이정표가 가리키는 마을길을 따른다. 5분 정도 마을 샛길을 지나 보문정사 앞에서 오른쪽으로 시멘트 포장길을 잠시 오르면 포장길은 이내 끝난다. 복숭아밭 사이로 오르면 용담폭포, 금수산 갈림길이 나온다.

계획대로 용담폭포를 지나 망덕봉을 올랐다가 금수산을 돌아내려오는 코스를 택한다. 용담폭포 방향으로 10분을 오르니 용담폭포 입구에 작은 계곡을 만난다. 여기서 오른쪽 계곡으로 약 50m 오르면 거대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용담폭포 아래다. 약 30m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바람에 날려 가까이 다가설 수 없을 정도로 흩날린다. 다시 되돌아 내려와 계곡을 건너면 곧바로 수직에 가까운 철계단이 버티고 있다.

3단의 철계단을 다 오르면 용담폭포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다. 아래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게 폭포 위에 여러 층의 담이 형성되어 있다.

한기가 느껴져 조망도 잠시.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인 암릉길이 이어진다. 화강암이 길게 누운 슬랩 구간을 오르고 나면 바위틈 사이로 기어 올라야 하는 구간의 연속이다. 마치 세미클라이밍을 하는 동작의 반복이다. 왼쪽으로 족두리바위가 보이는가 싶더니 한 구간을 더 오르자 독수리바위로 불리는 기암이 소나무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고도를 높이면 독수리바위는 물개의 모습이다가, 수달의 모습이다가 그 형상을 달리한다.

독수리바위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바위로 오르는 구간에 다시 철계단이 놓여있는데 등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몸을 가누기가 어렵다. 양쪽 난간을 잡고 겨우 균형을 잡아가며 오르니 열 명 정도 둘러앉을 만한 공간인데, 절벽 아래에서 불어 올리는 바람으로 난간 가까이 서기가 두렵다. 멀리 떨어져 납작 엎드려 사진만 찍고 돌아선다. 겨울 소백산을 올라 거센 바람을 맞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냥 바람이라 부르지 않는다. ‘소백산 똥바람’이라 부른다.

태풍에 버금가는 바람.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30m는 넘을 것 같은 똥바람을 여기서도 만나다니. ‘상천휴게소 1.8㎞, 망덕봉 1.0㎞’ 이정표를 지나면서 소나무 숲 아래에 진달래가 군락으로 자란다. 남부지역은 이미 지고 없는 진달래가 만개한 모습이다.

바윗길은 순해져 오롯한 능선의 모습으로 바뀌고, 오른쪽 숲 사이로 금수산 정상이 손에 잡힐 듯하다.

바람이 불어오는 반대방향으로 10여m 내려서서 잠시 휴식을 한다. 와류가 형성되어 윙윙대는 능선과는 대조적으로 고요하다.

며칠 전만 해도 절정이었을 산벚나무 꽃잎이 와류지역 고요한 산비탈에 소보록히 내려앉았다. 망덕봉까지는 20여분만 오르면 되고, 금수산 정상까지는 40분을 더 가야 한다. 이 바람에. 의견이 분분하다.

결론은 망덕봉까지만 갔다가 되돌아가는 것으로. 완만한 능선을 따르다 망덕봉이 가까워지자 흙길로 바뀐다. 나무계단을 오르는 길섶에 연보라의 현호색이, 생김이 비슷한 밝은 노랑의 괴불주머니가 막 피어나 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다.

‘망덕봉 0.1㎞, 금수산 1.8㎞’ 삼거리 갈림길에서 왼쪽이 망덕봉이고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얼음골재를 지나 40여분이면 금수산 정상에 닿을 수 있다.

망덕봉은 100m 거리이지만 능선이라 바로 닿을 수 있는 거리다. 우리는 여기까지. 삼거리까지 되돌아 나왔던 길을 그대로 따르면 된다. 폭우로 계곡을 건너지 못해 돌아서거나, 폭설이나 빙판길이어서 되돌아 온 기억은 있지만 바람으로 인해 코스를 변경하여 되돌아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덕에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연둣빛으로 물들어가는 숲이 보이고, 월악산 일대의 산군들이 하나하나 눈에 박힌다.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충주호를 두고 충주와 단양에서는 충주호로, 제천시에서는 청풍호로 부르는 내력도 보이는 듯하다. ‘바람 불어 좋은 날~’이라는 노래가 떠올라 흥얼거려도 보고, 여유를 부리며 쉬엄쉬엄 상천휴게소에 이르니 여전히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댄다. 거세게.

대구시산악협회 이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상천휴게소-(20분)-용담폭포 입구-(10분)-용담폭포 전망대-(30분)-독수리바위 전망바위-(30분)-진달래 군락-(20분)-망덕봉 정상-(40분)-독수리바위 전망대-(30분)-용담폭포 입구-(15분)-상천휴게소

국립공원 월악산에 속한 금수산은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망덕봉을 오르는 내내 족두리바위, 독수리바위 능선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망덕봉 직전까지 암릉을 타고 오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망덕봉만 오르면 약 4시간, 금수산을 한 바퀴 돌아내려오면 약 6시간이 소요된다.

☞ 교통

중앙고속도로 단양IC에서 내려 우회전으로 5번 국도를 따르다 북하삼거리교에서 문경, 충주방향 36번 국도로 갈아탄다. 원대삼거리까지 간 다음 우회전으로 옥순봉로를 따라 옥순대교를 건너 약 3㎞ 가면 상천리 입구 작은 삼거리에 닿는다. 금수산, 청풍문화재단지 이정표를 따라 약 800m 가면 상천휴게소(충북 제천시 수산면 상천길 85)가 나온다.

☞ 볼거리

청풍문화재단지

충주댐 건설로 청풍면 일대에 있던 마을 문화재와 함께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충북도에서 현재의 위치에 이전, 복원해 단지를 조성했다. 단지 내에는 향교, 관아, 민가 등 43점의 문화재를 옮겨 놓았으며, 고려 때 관아의 연회장소로 세운 청풍 한벽루(보물 528호) 등이 있다.

금월봉휴게소

금월봉은 1993년 아세아시멘트주식회사 영월공장에서 시멘트 제조용 점토 채취장으로 사용되어 오던 산이다. 그러던 중 기암괴석군이 발견되었는데 그 모형이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그대로 빼닮아, 작은 금강산으로 불리고 있다. 현재 어린이·무술 영화 촬영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충북 제천시 금성면 청풍호로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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