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차부품업체 44%가 전기차와 무관…‘대세’합류 준비도 안돼

  • 권혁준,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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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08 07:19  |  수정 2016-06-08 10:40  |  발행일 2016-06-08 제3면
[전기차 시대…대구·경북 차부품산업 위기] <상> 지역 차부품 업체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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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지난 3월 말 시작된 미국의 테슬라 모델3 예약판매 대수는 한달 만에 40만대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 1년간 전세계에 판매된 전기차 32만대보다도 많은 수치다. 전기차의 대중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같은 추세에 미국은 물론, 유럽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대열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포드와 GM도 전기차 생산 계획을 잇따라 내놓았고, 독일의 폴크스바겐도 1회 충전으로 30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 3월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출시하며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조만간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 300㎞에다 3만달러대의 가격경쟁력도 갖춘 보급형 전기차 모델이 나올 것으로 보여 전기차의 저변 확대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에 대구시 역시 전기차 비즈니스모델 TF를 운영하는 등 미래 먹을거리 산업으로 전기차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빠르면 2030년 전기차가 차시장 50% …지역은 내연기관 위주
일부만 기술개발로 대비…영세업체는 연구소도 없어 속수무책


◆주력산업인 차부품업계 위기감

수년 내에 전기차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구·경북지역 자동차 부품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역 차부품 업체의 상당수가 전기차에는 불필요한 파워트레인(클러치, 트랜스미션 등) 관련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데다, 영세한 중소업체의 경우 기술연구력 부족으로 전기차 관련 부품을 자체 개발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기차에 필요한 부품은 내연기관차의 40% 수준이다. 내연기관차 대당 대략 2만개의 부품이 필요하지만, 전기차는 7천~8천개로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7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 차부품 업체 비중은 전국(4천200여개)의 7%에 달한다. 대구에서 차부품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는 300여개로, 대구 전체 제조업체 3천300여개의 9%를 차지한다. 차부품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업체수는 885개로 대구 제조업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차부품이 대구의 주력산업인 셈이다. 국내 100대 자동차부품 기업 중에도 지역 기업 11곳이 포함돼 있는 등 전국적 인지도 역시 높다.

대구 제조업의 바로미터인 성서산업단지의 올 1분기 입주기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성서산단의 차 부품 관련 업체는 270여개로 전체 업체의 9.09%, 종사자 수는 전체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상당수는 전기차에는 불필요한 내연기관 관련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자동차부품연구원에서 발표한 ‘대구경북 자동차부품업체 산업현황조사’를 보면 대구지역 차부품 관련 업체는 총 885개로, 이 중 내연기관과 관련된 파워트레인 분야가 전체 44.3%(392개)를 차지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 40% 이상의 업체가 주력 제품 변경을 하거나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의 차부품 생산 업체들은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실제로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지역의 중견업체는 자체 연구소를 통해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지만 나머지 2~3차 협력업체들은 변화에 대한 대비를 거의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상훈 대구기계부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기차는 기존 차산업과는 달리 기술제안사업이다. 납품을 하고 싶으면 오디션프로그램처럼 완성차업체에 제안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에는 이러한 능력을 갖춘 기업이 별로 없다. 그나마 기술연구소를 운영하는 대형업체는 대응할 수 있겠지만, 중소업체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의 차부품기업 가운데 부설연구소를 보유한 곳은 139개사로, 전체의 15.7%에 머물렀다. 여기다 내연기관차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지역 차부품업체들이 변화에 대한 대응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대구의 차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2030~2050년쯤 전기차가 전세계 차시장의 5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여전히 내연기관차가 50%나 살아있다는 의미”라며 “차산업이라는 것이 오랜 시간 기술을 축적하면서 발전해온 것인데, 전기차가 나온다고 내연기관차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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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테슬라(모델3·왼쪽)와 현대자동차(아이오닉 일렉트릭)가 내놓은 전기자동차.


변화의 타이밍 놓치면 코닥필름·캐논처럼 직격탄 맞을 수도
새로운 트렌드에 맞춘 아이템 발굴 서둘러야 ‘미래’ 보장


◆전기차 시대 대비 필요

전문가들은 지금부터 전기차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개별 기업의 위기는 물론, 지역 차부품업계 전체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시대에 맞춰 아이템 발굴 등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

대구는 미래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해 실패한 경험이 있다. 1999년 섬유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및 패션봉제산업 강화를 통해 대구를 밀라노와 같은 세계적인 섬유·패션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밀라노 프로젝트’는 9천억원에 가까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도 실패한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차부품업계가 섬유업계의 사례를 거울삼아 적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최해운 계명대 교수(기계자동차학)는 “캐논, 코닥필름 등 아날로그 카메라 시장을 주도했던 다국적 기업들도 디지털카메라로의 변화에 대응을 하지 못해 힘든 시기를 겪었다”며 “지역에는 전기차 시대가 오면 바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파워트레인 분야 업체가 상당수 있는데, 변화에 대한 대응은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규식 자동차부품연구원 대구경북본부 전기구동연구센터장은 “모터나 인버터 관련 부품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 과제를 진행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업체도 있다”며 “부품업체들은 현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향후 차 시장 변화에 맞춰 먹을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연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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