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행복 가득한 이모티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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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04 07:59  |  수정 2016-07-04 07:59  |  발행일 2016-07-04 제22면
[문화산책] 행복 가득한 이모티콘 생활
김남희 <화가>

스마트폰에서 ‘카톡’ 알림소리가 울린다. 하얀 털이 뽀송뽀송한 여우가 온 몸을 비틀며 화면 밖으로 나올 기세다. 머리에는 분홍색 리본을 맸다. 깜찍하다. 꼬리를 살랑대며 입에서는 분홍 하트가 발사된다. 사랑스럽다. 깊은 바다 빛 눈동자로 연신 윙크를 해댄다.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이모티콘(그림문자)의 변신이 놀랍다. 다양하고 풍부한 포즈와 표정으로 적절한 감정 표현과 메시지를 대신한다. 때로는 일그러진 시대와 사회를 패러디하며 즐거움을 선사한다. 유머 또한 작열하여 재치 만점이다. 기념일이나 경축일에 새로운 이모티콘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센스 있는 이모티콘을 받으면 적절한 이모티콘 사용에 존경심마저 생긴다. 단순한 기호로 시작한 초기의 이모티콘 연기가 ‘발연기’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다양한 기법에 힘입어 이모티콘이 노련한 표정 연기를 한다. 재미가 배가된다.

영국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허버트 리드(Herbert Read, 1893~1968)는 “그림은 인간의 낙서로부터 시작되며, 또한 의미 있는 기호에 대한 일시적 인식으로부터 발전되었다. 그래서 예술작품은 기호에 의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미의식이 표현되는 것”이라고 했다. 기호가 예술작품으로 나타난 것은 선사시대 미술에서 확인이 된다. 선사미술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절규와 생활방식이 있다. 다산과 풍부한 식량획득을 위한 기원이 그들만의 기호로 표현되었던 것이다. 선사미술에 나타난 기호는 언어이자 예술이 되었다.

선사미술의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우리나라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들 수 있다. 이 암각화는 높이 4m, 폭 8m의 암벽에 고래, 사슴, 멧돼지, 거북 등 총 300여 점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대형 동물원이다. 각각의 동물이 저마다 이모티콘 같다. 우리는 저 선사미술의 이모티콘을 통해 수천 년 전에 발신된 옛 이야기를 접한다. 이러한 기호는 언어보다 의미를 더욱 분명하고 인상적으로 각인시켜 준다.

스마트폰의 이모티콘은 전 세계인이 선호하는 공용어다. 이모티콘은 더욱 세련되고 세분화되어 끊임없이 생활 속으로 파고들 것이다. 지금 소원해진 그 누군가가 있다면 당장 이모티콘을 보내보자. 입가에 띤 웃음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게 해줄 것이다. 잘 챙긴 이모티콘 하나, 백 마디 말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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