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프리카 폭염도 식힌 시원한 무료 생수 한 병

  • 글·사진= 박태칠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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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10   |  발행일 2016-08-10 제13면   |  수정 2016-08-10
시민구조봉사단 생수 나눔봉사
8개 구군 직원과 하루 700병 배부
2012년 市 폭염 대책으로 시작
20160810
수성구자원봉사센터 김호진 팀장(오른쪽)과 봉사자들이 시민들에게 생수를 나눠주고 있다.

35℃ 안팎의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28일 오후 2시쯤. 대구도시철도 3호선 황금역 앞에서는 7~8명의 봉사자들이 350mℓ물병을 들고 있다. 옆 배너에는 ‘오늘 날씨가 마이 덥지예? 시원한 물한잔 잡숫고 가이소’라는 구수한 경상도 말씨가 적혀 있다. 이들은 시민들이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마다 다가가서 물병을 전해줬다.

차가운 물병을 건네받은 시민 대부분은 환한 웃음으로 감사인사를 하며 지나간다. 간혹 ‘판매용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시원하고 안전한 여름나기를 위해 무료로 나눠드린다는 봉사자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병입 수돗물을 나눠주는 이들은 시민구조봉사단 (단장 고재극) 회원들이다. 2012년 대구시가 폭염대책의 하나로 상수도사업본부 병입 수돗물을 시민들에게 배포하기 시작한 지는 올해로 5년째. 수성구에서는 이들 시민구조봉사단이 생수 나눔 봉사를 맡아 왔다.

“해마다 이 분들이 도맡아 봉사를 해줘서 저희는 너무 고마워요. 안 그러면 이 무더위에 봉사자를 찾기가 무척 힘들거든요. 그런데 이 분들은 스스로 나오니까, 정말 천사 같은 분들이지요.”

봉사단을 인솔하고 나온 수성구자원봉사센터 김호진 팀장의 설명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김 팀장의 배가 만삭이다. 8월에 둘째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쉬어야 되지 않느냐고 묻자, “이 땡볕에 어떻게 봉사자들만 내보낼 수 있느냐”며 밝게 웃었다.

폭염의 도시, 대구를 지키는 자원봉사센터 직원들은 대구시 센터와 8개 구·군 센터 직원까지 포함하면 대략 50명. 이들은 봉사단과 함께 대구지역 16개소에서 병입수돗물 5천600병을 배부한다. 고산정수장에서 ‘달구벌 맑은물’을 냉동 탑차 4대에 싣고 낮 12시30분~오후 1시30분 배부장소에 내려준다. 배부 물량은 장소마다 다르지만 하루 500∼700병 정도다. 달서구자원봉사센터가 배부하는 문화예술회관은 1천병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원봉사센터 직원들은 여름철만 되면 초비상이다.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봉사단에 연락을 취하는데, 배부장소가 2개소 이상이면 봉사단도 2개 단체 이상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폭염기간 중 자원봉사센터 직원들은 긴장의 연속이다.

물병 배부도 중요하지만 봉사자들의 마음도 헤아려야한다. 수고한다는 살가운 인사는 물론 주변 상가의 눈치도 살펴야한다. 사실상 휴가는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대화 중에도 시민들이 지나가자 만삭의 몸으로 빠르게 물병을 전달하러 가는 김 팀장을 보면 ‘대프리카’의 폭염으로부터 대구를 지키는 전사(戰士)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글·사진= 박태칠 시민기자 palgongsan7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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