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숙의 전통음식이야기] 초계탕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6-08-24   |  발행일 2016-08-24 제30면   |  수정 2016-08-24
[권현숙의 전통음식이야기] 초계탕
초계탕

삼복은 한 해 중 가장 더운 시기로 음력 6월과 7월 사이 초복, 중복, 말복을 통틀어 삼복이라 한다. 복날의 ‘伏’은 ‘엎드리다’ 또는 ‘굴복하다’라는 뜻이다.

중국 후한의 학자 유희가 지은 ‘석영’이라는 책에 복날은 오행설에 따라 가을 기운이 땅으로 기어 나오려다 아직 여름의 더운 기운이 강해서 일어서지 못하고 복종했다는 뜻에서 생긴 말이라 했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국물을 좋아해 밥과 국이 항상 밥상 위에 올랐다. ‘동의보감’에는 약이성 재료를 뜨거운 물에 달여 질병치료나 보양재로 사용한 것을 탕이라 했다. ‘임원십육지’에도 탕이란 향기 나는 약용음식을 뜨거운 물에 달여 마시는 음료라고 하여 ‘탕은 국보다 오랜 시간 불을 조절해가며 재료의 영양분이 충분히 우러나도록 하는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한 해 중 가장 날씨가 무더운 삼복에 땀으로 흘린 기를 보충하기 위해 궁중에서 먹던 차가운 보양식이 바로 초계탕이다. 고려시대 때부터 임금이 즐겨 먹던 음식이 민간으로 전해지면서 함경도나 평안도 등지에서는 겨울철 별식으로도 애용했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 요리책 등에서 초계탕의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 시절 궁중 연회를 기술한 ‘진연의궤’나 ‘진찬의궤’에는 기록되어 있다.

정조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의 비였던 혜경궁 홍씨의 환갑잔치를 상세히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초계탕이 등장한다. 이때는 초계탕에 버섯, 해삼, 전복 등이 들어가 아주 귀하고 호사스러운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초계탕은 1930년대 이석만의 ‘간편조선요리제법’이나 방신영의 ‘조선요리제법’ 등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이 무렵 민간으로 흘러 나왔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권현숙의 전통음식이야기] 초계탕
<전통음식전문가>

초계탕은 닭을 푹 고아서 국물을 진하게 만든 다음 기름기를 제거하고 차게 식혀 냉국 형태로 고기를 잘게 찢어서 식초와 겨자를 곁들여 먹는다. 이때 오이, 석이, 표고 등을 볶은 것과 달걀 지단을 만들어 고명을 얹는다.

초계는 식초의 초(醋)와 겨자의 평안도 사투리인 ‘계자’의 계를 합친 것으로 전해온다. 식초는 식품뿐만 아니라 약으로도 널리 사용되었다. ‘향약구급방’이나 ‘동의보감’에는 부스럼이나 중풍을 치료하고 온갖 어육과 채소의 독을 없애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지금은 초계탕에 메밀국수를 곁들여 먹기도 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