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식용, 그 편견을 넘어서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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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18   |  발행일 2016-11-18 제33면   |  수정 2016-11-18
식탁 오른 곤충…맛·영양 다 잡다
20161118

‘설국열차’의 꼬리칸, 사람들을 연명시킨 것은 바퀴벌레로 만든 양갱이었다. 수천 마리의 바퀴벌레로 만들어진 물컹한 직사각형 양갱을 우걱우걱 씹어먹는 모습은 꼬리칸 사람들의 비참함을 보여주는데 더 이상의 설명을 필요치 않는다.

끔찍함에 치를 떨며 영화를 봤지만, 사실 그처럼 열악한 환경에서는 곤충만 한 식량이 없다. 등심이나 삼겹살보다 단백질 함량은 높고, 육류의 치명적 문제점으로 여겨지는 포화지방 비율은 낮아 영양학적 가치가 매우 우수하다. 한국식용곤충연구소가 개발한 곤충 분말을 넣은 건빵은 4개만 먹으면 하루 단백질 권장량을 채울 수 있다.

곤충은 영양소가 풍부하면서도 돼지나 소 등 다른 가축에 비해 사육에 필요한 기간이 3개월 정도로 짧다. 소, 돼지, 닭처럼 가축 감염병에 걸릴 위험도 없고 가축 혈액이나 분뇨로 인한 토양 오염도 없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대 100배나 적고, 사육 과정에서의 물 소비량 역시 최대 20배가량 적다. 사료 양이나 사육에 필요한 공간 역시 상대적으로 적다.

가난하고 배고팠던 시절, 메뚜기와 번데기를 먹었던 것과 달리 지금의 식용곤충 섭취는 지속 가능한 발전, 지구를 살리는 식생활, 환경을 보호하는 먹거리로 의식 있는 행동가의 선택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곤충을 ‘지속 가능한 먹거리’로 정의하고 미래의 식량원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곤충의 종(種)은 2천종을 넘는다. 딱정벌레류가 634종으로 가장 많고 애벌레류 359종, 개미·벌·말벌류 302종, 메뚜기류 279종으로 그 뒤를 잇는다. 먹을 수 있는 바퀴벌레류도 32종에 달한다.

꼬리칸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만 곤충을 먹는 것이 아니다. 뿌리 깊은 선입관 때문에 고개를 젓지만 우리가 술안주로 즐겨 먹는 번데기도 사실은 곤충이다.

농촌진흥청은 국내 식품업체인 메디컬푸드와 공동으로 고소애(갈색저거리유충)를 이용해 특수의료용 식품인 ‘고소애 푸딩’을 개발했다. 푸딩에는 단백질과 탄수화물, 식이섬유, 지방을 비롯해 13가지 비타민과 무기질이 들어 있어 균형 잡힌 환자용 영양식이 될 수 있다. 대상그룹 계열사 정풍은 한국식용곤충연구소(KEIL)와 함께 고소애에서 추출한 단백질 농축액을 넣은 레토르트 수프를 개발했다. 이 회사가 식용곤충으로 만든 첫 제품인 ‘고소애 스프’는 고소애 단백질 농축액이 약 5% 들어있다. CJ제일제당도 지난 3월 식용곤충연구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공동연구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서도 곤충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귀뚜라미로 영양바를 만든 미국 식품벤처기업 엑소(EXO)는 본격적으로 유통망을 확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서울과 부산 등지에 곤충 전문요리 식당이 문을 열고 있다.

김민정 곤충요리연구회 회장은 “곤충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함량의 비율이 완전식품인 계란과 유사하다"면서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불포화지방산과 비타민B, 마그네슘, 철 등 미네랄 영양소도 다른 식품군에 비해 풍부해 살아 움직이는 종합 영양제라고 불린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곤충시장 규모는 2011년 1천680억원에서 2015년 3천39억원으로 늘었고, 2020년에는 5천363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향후 곤충시장을 주도하는 건 식용곤충이다. 작년에는 60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1천14억원으로 17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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