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바삭한 맛의 ‘슈퍼 단백질’…생산과정은 환경오염도 적다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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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18   |  발행일 2016-11-18 제34면   |  수정 2016-11-18
곤충 식용, 그 편견을 넘어서
고소·바삭한 맛의 ‘슈퍼 단백질’…생산과정은 환경오염도 적다
지난달 대구시 동구 아양아트센터 앞 광장에서 열린 제1회 미래식량곤충요리경연대회 참가자들이 완성된 요리를 구경하고 있다. 국내 식용곤충 시장은 2020년 1천억원대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영남일보 DB>

2015 세계인구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는 2030년엔 85억명, 2050년엔 96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우리가 소나 돼지, 닭 등 가축사육을 위해 필요한 땅은 지구 전체 육지의 약 38%다. 두 배의 식량을 얻기 위해 가축의 수 역시 두 배로 늘린다고 가정하면 단순하게 계산해도 육지의 76%를 이용해야 한다. 가축 사료를 위한 곡물 재배지 면적은 별개다. 물도 마찬가지다. 현재 농·축산업을 위해 전 세계 담수의 70%를 사용하고 있다. 2050년에 필요한 식량생산량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전체 담수의 89%를 사용해야 한다. 소·돼지고기로는 식량을 감당 못할 시기가 코앞에 닥친 것이다.

해답은 곤충이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영양이 풍부하고, 환경에 부담을 덜 주면서 세계 어디서나 만들 수 있는 최적의 미래 식량으로 꼽힌다. 이미 전 세계 113개국에서 약 20억명이 2천여종의 곤충을 먹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제2차 곤충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곤충산업 육성에 들어갔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5년 후 현재 곤충 시장을 1.7배, 5천억원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다. 곤충산업 시장은 2011년 1천680억원에서 2015년 3천39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이 기간 곤충사육 농가는 265곳에서 724곳으로 늘었다.

이미 113國 20억 인구 2천종 곤충 섭취
국내선 벼메뚜기·백강잠 등 7가지 식용
올해 곤충산업육성 5개년 계획 첫걸음
육류보다 사료 등 생산비용 적은데다
수질·토양오염과 전염병 걱정이 없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100분의 1에 그쳐
곤충분말 건빵 4개=하루 단백질 권장량
탄수화물·비타민 등 다른 영양군도 풍부
서울·부산 등 곤충요리전문점 영업중

◆왜 곤충을 먹어야 할까

곤충은 식량으로서 아주 훌륭한 장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적이다. 곤충은 다른 가축에 비해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냉혈동물(외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소, 돼지 등 항온동물(외부 온도 변화에 상관없이 항상 체온을 유지하는 동물)에 비해 체온을 유지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아 사료를 단백질로 전환하는 효율이 매우 높다. 가축의 경우 사료 8㎏을 먹어야 1㎏의 고기 식품을 만들 수 있는 반면, 식용곤충은 사료 2㎏으로 같은 양의 고기 식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사료 비용이 적으므로 곤충 사육에 들어가는 비용도 소, 돼지, 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곤충 사육에는 방목지나 목장과 같은 넓은 토지가 필요 없고, 사육을 위해 땅을 개간할 필요도 없다.

식용곤충은 일반 가축보다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적다. 가축의 사료를 재배하기 위해 사라지는 아마존의 숲은 ‘맥도날드가 아마존을 삼키고 있다’는 말이 나오게 할 정도다. 농경이나 목축으로 식량을 만드는 일은 환경에 직간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농업이나 축산업은 농약, 비료, 배설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토양오염을 수반하게 되고 가축이 내뿜는 메탄가스는 대기오염으로 이어진다. 곤충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돼지나 소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 이들이 배출하는 암모니아의 양도 10분의 1 정도에 그친다.

곤충 사육은 육류 생산에 비해 물도 적게 쓴다. 보통 닭고기 1㎏ 생산에 들어가는 물은 2천300ℓ이고, 돼지고기 1㎏에는 3천500ℓ, 소고기 1㎏에 2만2천~4만3천ℓ의 물이 투입된다. 이 밖에 곤충은 가축에 비해 동물 관련 질병을 일으킬 위험이 낮기 때문에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광우병 등 전염병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곤충은 작은 가축

곤충은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 식용 곤충은 58~80%가 단백질로 이뤄져 소나 돼지보다 단백질이 두 배 이상 많다. 기존 육류 단백질원에 없는 식이섬유와 필수아미노산, 비필수아미노산도 다량 함유해 현존 단백질원 중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중량(100g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단백질 함유량은 각각 20.8g, 15.8g이지만, 식용곤충인 벼메뚜기와 꽃무지유충의 단백질 함유량은 70.4g, 57.86g으로 높다. 농촌진흥청 연구에 따르면 100g당 소고기와 같은 중량으로 건조한 벼메뚜기의 영양소를 비교한 결과, 벼메뚜기의 저탄소 단백질 함량이 약 세 배 높았다.

문제는 거부감이다. 이를 뛰어넘기 위한 작업들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과 부산 등지에는 곤충요리전문점이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는 2014년부터 곤충요리 경연대회를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김민정 곤충요리연구회 회장은 “곤충요리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리방법, 안전성, 효율적인 생산방식이 필요하다"면서 “영양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식용곤충 요리에 일반인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조리서를 조화롭게 잘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용 곤충 어떤 것이 있나

국내에서 식용으로 쓰일 수 있는 곤충은 총 7가지다. 벼메뚜기, 누에번데기, 백강잠, 갈색거저리 유충,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장수풍뎅이 유충, 쌍별귀뚜라미 등이다. 벼메뚜기, 누에번데기, 백강잠은 예로부터 식용으로 사용되어 왔다. 백강잠은 누에 애벌레가 흰가루병에 걸려 죽은 것으로, 누에번데기만큼 접하기 쉽진 않지만 약용으로는 꾸준히 쓰여왔다. 갈색거저리 유충과 쌍별귀뚜라미는 올 3월 ‘한시적 식품원료’에서 ‘일반 식품원료’로 신분이 상승했다. 일반인이 별도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이 둘을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갈색거저리 유충은 ‘고소애’,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은 ‘꽃벵이’, 장수풍뎅이 유충은 ‘장수애’, 쌍별귀뚜라미 성충은 ‘쌍별이’로 불린다.

‘고소애’는 ‘고소한 맛을 내는 애벌레’의 약자다. 고소애는 파충류, 어류나 조류를 양식·사육할 때 먹이로 쓰여왔다. 앵무새를 비롯한 관상용 조류도 고소애를 사료로 먹기도 한다. 영어 표기인 밀웜에서도 그 쓰임새를 추측할 수 있다. 단백질이 풍부해 사람이 먹는 식재료로도 주목을 받아왔다. 굽거나 말리면 이름처럼 고소한 맛이 난다. 해외에서는 귀리 같은 곡류나 감자, 당근 등과 함께 섭취하기도 한다.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인 ‘꽃벵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약용으로 쓰이는 ‘굼벵이’다.

‘장수애’는 지방산 중 불포화지방산이 58%이며, 올리브유에 포함된 오메가-9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이 풍부하다. 장수풍뎅이는 주로 애완곤충용으로 사육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대규모 식용 사육도 시작됐다. 장수애는 동결건조 분말을 요리에 첨가하는 식으로 주로 쓰인다.

꽃벵이와 장수애는 ‘한시적 식품원료’로 분류돼 승인받은 영업자만 식품으로 가공할 수 있으며, 아직 고소애보다는 다양한 요리가 개발되지 않았다. 일반 식품원료가 되면 별도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식재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쌍별이’는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이 골고루 들어 있을 뿐 아니라 비타민D가 풍부해 골격 건강에 좋다. 쌍별이에 함유된 지방산 중 불포화지방산이 포화지방산보다 77.3% 많은 것도 장점이다. 귀뚜라미도 고소애처럼 동물의 사료로 주로 사용됐으나 2012년 이후 북미에는 식용 귀뚜라미를 취급하는 기업이 30개 이상 설립됐다. 이들은 귀뚜라미 분말을 넣은 단백질바, 과자, 초콜릿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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