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도 스마트폰…“선거벽보 누가 보나”

  • 유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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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4 07:07  |  수정 2017-04-24 07:09  |  발행일 2017-04-24 제2면
인터넷 시대…효용성 ‘논란’
경북지역 벽보 잇따라 훼손
面단위 부착장소 선정 어려움
공무원 동원돼 민원공백 지적
20170424
지난 21일 영천시 모 면사무소 공무원들이 선거벽보를 부착하고 있다.

경북에서 대통령선거벽보 훼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선거벽보의 효용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군 단위 읍·면지역에서는 부착할 공간을 찾기 쉽지 않은 데다 농촌지역에서도 이젠 인터넷으로 선거정보를 얻고 있는 현실이어서 법 개정을 통해 선거벽보 부착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9면에 관련기사

선거벽보 첩부 기준과 관련해 법률이 제정된 것은 1994년이다. 당시만 해도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선거벽보는 유권자의 선택에 상당한 도움을 줬다. 하지만 현재는 다양한 언론매체, 인터넷, 스마트폰 등이 발달하면서 후보자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고 책자형·전단형 선거공보 등을 가구마다 발송하고 있어 선거벽보의 효용성은 상당히 낮아졌다.

실제 농촌지역에서도 선거벽보를 통해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모 할아버지(74·영천시 임고면)는 “우리 같은 노인들도 스마트폰을 통해 후보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고 있는 세상이다. 요즘 누가 선거벽보 보고 투표하나. 선거비용 과다 등 국가적 낭비만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 업무에 종사하는 한 공무원은 “프라이머리(Primary·예비선거), 코커스(Caucas·당원대회)를 통해 대통령 후보를 지명할 대의원을 선출한 뒤 다시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미국 대선과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민주주의의 상징적 나라인 미국에서조차 선거벽보와 현수막 등은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지방공무원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법률 탓에 과다한 선거업무에 매달려 민원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읍·면·동의 많은 농촌지역 공무원들이 새벽부터 선거벽보 부착에 동원되면서 본연의 업무에 공백이 생기고 있는 것. 공무원 역시 어쩔 수 없이 선거벽보 부착에 나서고 있지만 현행 법률과 현실이 맞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벽보 부착에 동원된 공무원들은 “선거벽보 부착 기준 등 현행 법률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면 단위에는 선거벽보를 부착할 공간도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64조 선거벽보 첩부 기준에는 동(洞) 지역은 인구 500명당 1매, 읍(邑) 지역은 인구 250명당 1매, 면(面) 움역은 인구 100명당 1매를 부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면 소재지 경우 지역이 좁다보니 벽보가 다닥다닥 붙게 되고, 오지의 경우 지역이 넓다보니 부착할 장소 선정이 쉽지 않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영천시선거관리위원회 최세억 사무국장은 “벽보 부착 현황을 살피기 위해 화북면 지역을 방문했는데 벽보가 다닥다닥 부착된 것 같았다”며 “대선 종료 후 법률 개정을 위한 선관위 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영천 유시용기자 ys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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